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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호 2021년 7월] 뉴스 모교소식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노아의 방주’

1158종 보유 교육연구동 준공, 교육·연구·전시 수월해져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노아의 방주’

1158종 보유 교육연구동 준공
교육·연구·전시 수월해져



최근 준공한 관악수목원 교육연구동 전경


모교 수목원(원장 박필선) 산하 관악수목원(소장 유연수)이 5월 26일 교육관리동 준공식을 치렀다. 1967년 관악수목원 설치 이후 처음으로 지어진 실내 교육 시설이다. 모교 식물 연구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2일 신축 교육관리동 탐방을 위해 관악수목원 전시원을 찾았다. 관악산 계곡을 따라 조성된 안양예술공원 끝에 위치한 이곳은 학술연구가 목적인 공간이다. 수목원의 전시원 내부로는 출입이 제한되지만 왼쪽의 수목원 우회등산로는 등산객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다.

관악수목원은 교육·연구 목적으로 조성된 국내 최초의 공식 수목원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 민둥산이나 다름없던 곳에 모교 농과대학부설수목원이 설치된 후 전국에서 수목을 채집해 식재하고 지금의 수목원을 조성했다. 관악산 대부분을 포함하는 관악수목원은 1550헥타르(469만여 평) 면적에 달하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관악수목원은 관악수목원의 전시원이다. 전시원은 25헥타르로 구성됐고 1158여 종의 식물을 보유, 전시하고 있다. 관악수목원은 자체 연구도 하지만 모교 농생대, 환경대학원, 자연대, 사범대 등에서 식물 관련 수업 및 실습을 위해 자주 찾는다.

새로 지은 교육관리동은 1층은 전시·교육 공간, 2층은 사무공간이 들어섰다. 목재가 두드러지는 외관과 관악산 능선을 닮아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 지붕선이 눈에 띄었다. “자생식물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관악수목원의 역할과 산속에 위치한 지형에 착안해 자연과 조화되는 한국 전통건축의 공간구성 방식을 차용했다”고 강경민 관악수목원 선임주무관이 설명했다.

안쪽에 들어서자 나무를 키우고 관리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수목원의 다양한 역할을 알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전시실에는 직접 제작한 50여 종의 목재 표본과 식물 세밀화가 전시돼 있었다. 남부학술림에서 자란 나무로 만들었다는 목재 표본에서 나무들의 나이테가 한눈에 보였다. 나이테를 보면서 “생육 공간이 좁고 햇빛이 부족하면 나무가 더디 자라고, 생육 공간이 넓어지면 성장이 증가한다”는 설명을 들으니 바로 이해됐다.

수목원은 종자은행 역할도 한다. 이곳에서 관리하는 식물의 종자를 확보하고, 필요시 국내외 관련 기관끼리 종자를 교환해 다양한 식물유전자원을 보전한다. 저장고 안에 모감주나무와 망개나무, 조도만두나무 등의 동글동글한 씨앗을 받아 놓은 병이 즐비했다.



관악수목원 교육연구동 내부 전시실


수목원 전시원의 일반인 관람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목원 내에 수생초원, 온실, 벚나무길, 단풍나무길, 잣나무숲, 무궁화원 등이 있지만 화려하게 가꾼 정원,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기대해선 안 된다. 교육과 연구를 우선시하는 학교 수목원이기 때문이다.

관악수목원은 한정된 자원을 관리하며 개체 하나하나의 유전자 연구와 분류학적 연구를 수행한다. 만일 한 개체가 손실되면 수목원에선 그 개체의 유전자가 사라진다. 종 보전, 연구를 위해 방문자의 편의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관악수목원은 한반도 고유종인 미선나무를 비롯해 섬개야광나무, 정향풀, 동강할미꽃 등 다양한 멸종위기·희귀·특산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초기 식재된 나무의 수령은 최소 50년이 넘는다. 강 주무관은 “수목의 전시도 중요하지만 보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면 공해는 물론 토양 환경 변화로 식물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했다.

전시장과 강의실, 실습실을 갖춘 교육관리동 준공을 계기로 교육·연구는 물론 생태를 보전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일반인이 참여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기존엔 실내 교육 시설이 없어 수목원에 찾아온 모교와 타대 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비가 내리면 야외 수업과 프로그램을 모두 중지해야 했다. 교육관리동 내에서 임학계 거목 현신규(임학30-33)·이창복(임학41-43) 농생대 명예교수의 업적 영상, 수목원의 역사 사진도 전시한다.

수목원 직원들도 한결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게 됐다. 2017년까지 사용하던 기존 관리사는 실내 화장실이 없고 겨울철엔 연탄을 땠다. 숙원인 교육관리동을 세웠지만 열악한 재정은 변함이 없다. 기후위기 속 식물의 최후 보루와 같은 곳인데 한정된 인원과 예산으로 활동의 제약을 받을 때가 많다. 수목원의 연구 성과를 담은 서적도 관심 있는 이들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 수 있었다. 국내 유일한 학교 수목원의 자부심에 걸맞은 활동을 펼치려면 더 많은 학내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시민 교육 프로그램 모습 (사진=관악수목원 제공)


이 가운데 안양시 지원을 받아 일반인이 수목원 일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뒀다. 안양시 산림복지예약 시스템(www.anyang.go.kr/forest)에서 신청할 수 있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이다. 봄엔 벚꽃길과 진달래길, 여름엔 녹음, 가을엔 단풍길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올해는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 예정이며, 1회당 9명씩 이용 가능하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