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호 2005년 5월] 기고 건강법
`뒤로 걷기'로 뒤로 보는 세상과 호흡
趙 成 憲(행대원72 74)前안성 군수․경기도지방공무원교육원장
필자는 요즘 거의 매일같이 수원 영통에 있는 청명산 등성이에서 뒤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하교길에 하천변 겨울바람이 너무 세차 그것을 피해볼 요량으로 등으로 바람을 막으며 뒤로 걷거나, 때로는 장난으로 뒤로 걷기 놀이를 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가 뒤로 걷는 것도 어린 시절의 그 장난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뒤로 걷기를 시작한 것은 어느 날 아침 등산에서 돌아오다가 무심코 아내가 한 말 때문이다. TV에서 보았다는 뒤로 걷는 어떤 여자 얘기였다. 그녀는 북한산인가를 20년 넘게 뒤로 걸어서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뭔가 터득하기 위해서 그렇게 뒤로 걷고 있다고…. 그 뭔가는 비밀이라고 대답했다는 그녀의 말에 매력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그냥 무심코 몇 발짝 뒤로 걸어 보았는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우선 생각보다 걸음이 빨랐고, 지금까지의 근육운동과는 다른 뒤로 걷기의 느낌이 이상하면서 호기심조차 불러 일으켰다. 처음 뒤로 걸을 때는 혹시 장애물이라도 없는가 온통 뒤쪽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뒤쪽보다는 내 앞의 풍경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참 묘한 느낌이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쳐다보며 달려가던 산인데 그것이 이제는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필자는 지금까지 앞만 바라보며 앞에 있는 것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허둥지둥 달려만 갔었다. 달려가며 보이는 것은 모두 손에 쥐려고 얼마나 아등바등 애를 썼던가…. 그러나 요즘 내가 뒤로 걸으면서 느끼는 것은 사물과의 거리 좁히기가 아니라 그것들과의 거리 만들기라는 것이다. 움켜쥐려고 아귀다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쥐고 있던 것을 놓아 버리는 기분이다. 여러분들도 뒤로 걸으며 바라보는 풍경이 얼마나 괜찮은 것인지를 한번 시험해 보십시오! 일체의 사물들이 내게서 멀어지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요! 뒤로 걸으며 쳐다보는 풍경은 조금 쓸쓸한 것이었지만 마음은 지극히 편안했습니다. 내게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그것들로부터 스스로 멀어지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지요! 이제까지 내 곁에서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했던 그 오만함을 부끄러워하게 됐습니다. 어느 것도 내게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오직 내가 그들로부터 멀어지고 있을 뿐이라는 이 깨달음이 오면서 잠시 숙연해졌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저는 이제 이런 식으로 사물들과의 거리를 두게 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