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10호 2020년 9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밥을 바꿔야 내가 온전해진다

민형기 청미래유기농 대표

<동문기고>

밥을 바꿔야 내가 온전해진다

민형기
농공학67입
청미래유기농 대표

한국인에게 밥이란 차려진 음식 전체를 의미하며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낸다. “아침밥을 먹는다”, “언제 우리 밥 한번 먹자”, “요새 밥이나 먹고 사니?” 등의 표현으로 생활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된다. 시인 김지하 선배는 “밥은 하늘이다”라고 노래하고 “밥을 먹는 것은 하늘을 내 안에 모시는 것”이라 했다.

음식이 차려진 식탁을 밥상이라 부른다. 그 밥상의 중심이 바로 밥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밥이 건강한 밥상의 핵심이고 바탕이 된다. 한국인의 95% 이상이 매일 백미로 지은 흰쌀밥을 먹고 있다. 백미는 도정과정에서 섬유소를 비롯해 대부분 영양소가 사라져버린 당질 덩어리에 가깝다. 단지 부드러운 밥맛을 위해 쌀의 생명 요소를 66%나 함유한 쌀눈과 29%를 함유한 쌀겨를 모두 깎아 버렸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하루 두, 세끼니 영양학적으로 흰 설탕이나 다름없는 백미 밥을 먹고 있는 셈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밥상에서 사라져 버린 현미밥이 온전한 생명의 밥이다. 백미를 비롯해 과도하게 도정된 각종 곡물과 가공식품이 넘치면서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의 필수영양소가 부족한 ‘배부른 영양실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흰쌀, 흰 밀가루, 흰 설탕 등의 과다 섭취로 인한 당질중독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식생활이 당뇨, 혈관질환, 암, 정신질환 등 생활습관병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5,000년 동안 쌀을 주식으로 살아온 민족이다. 어머니가 매일 절구나 방아로 벼 나락을 찧어서 겨우 왕겨만 벗겨 낸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 나이든 대부분 성인은 기억 속에 아직도 아련히 남아 있을 것이다. 절구나 방아로 찧어 함지박에 담아 손으로 비빈 다음 체로 쳐서 갈무리한 쌀, 바로 오늘날의 현미다. 세종대왕께서도 현미밥을 드셨다.

우리나라 백미의 역사는 약 100년 전에 일본인들이 가져온 기계식 도정기의 역사와 같다. 백미가 주식이 되어 우리 밥상을 완전하게 점령한 것은 1970년대 후반으로 40년이 채 안 된다. 본래의 쌀은 수천 년 이어오던 쌀의 자리를 백미에게 빼앗기고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현미’란 명칭을 얻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뒷방으로 쫓겨나게 된 것이다. 현미란 용어도 아예 떼어 버리고 ‘쌀과 흰쌀’, ‘밥과 흰쌀밥’으로 불려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통밀, 통보리, 통율무와 같이 ‘통쌀’이라고 부르자는 의견도 있다.

내가 먹는 밥상이 바로 나!-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상식이다. 주식인 밥이 현미밥이면 부식인 반찬은 몇 가지만 있어도 건강한 밥상이 된다. 매일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어느새 지금보다 더 온전해진 나를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함께 실천하게 되고 지금보다 두 배 이상 건강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환란을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행하는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등의 방역 수칙에 ‘건강한 밥상 실천’을 첨가하면 좋을 듯하다.

필자는 뜻있는 분들과 오랜 세월 통곡물자연식 연구와 실천운동을 해오면서 어린이도 맛있고 소화가 잘되는 다양한 현미통곡물식을 개발했다.
범람하는 간편식과 인스턴트 식품으로 무너져 가는 가정의 건강한 조리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남성 동문들도 맛있고 아주 간편하게 손수 차릴 수 있는 통곡물 자연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즐거운 동참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문의 : 010-8990-0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