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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호 2005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두 사위, 장남도 국내외 의료분야서 활약

"일요일엔 3代가 모여 음악으로 하나됩니다" 姜亨龍 강내과의원 원장

서울 을지로 동대문운동장을 조금 지나 몇 안 되는 낮은 건물들 사이에 `강내과의원'이라는 간판을 내건 자그마한 건물이 보인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주변과는 어울리지 않게 매우 고풍(?)스럽다. 현대적인 건물과 최신 장비를 갖춘 병원들이 속속 자리잡고 있는 요즘, `강내과의원'은 1966년부터 지금까지 증축이나 이전도 하지 않은 `천연기념물'로 40년 세월을 환자들과 함께 동고동락해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원장인 柚堂 姜亨龍(의학44 ­48 대한소화기학회 상임고문)동문이 여든 하고도 중반을 바라보는 老의원이라는 점이다.  개원한 날부터 지금까지 몸이 아파서 자리에 누운 모습을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해온 姜동문의 강직하고 人情많은 생활 때문이었을까. 6녀1남 중 장남이자 막내인 姜大熙(의학81 ­87 모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동문, 첫째 사위 李崇公(의학63 ­69 美성야곱병원 방사선과 과장)동문과 첫 손자 李星哲(美마운트사이나이의대 안과 교수)씨 그리고 둘째 사위 李明哲(의학67 ­73 모교 핵의학교실 교수)동문이 전문의로 활약하고 있다. 유일한 공학도인 셋째 사위 裵翼煥(건축70 ­74 前극동건설 근무)동문 역시 중동지역의 모래바람과 싸우며 건설현장을 지휘한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다.  반면 姜亨龍동문의 부인 李甲順여사가 여성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차녀 姜惠琴(기악70 ­74 피바디음대 졸업)동문과 며느리 曺貞琓씨는 피아노를 전공했고, 육녀 姜恩秀(작곡79 ­83 프리랜서 작곡가)동문은 고등학교 때까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姜大熙동문은 학창시절부터 드럼실력을 연마했으며 李崇公동문은 교회 합창단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다.  󰡒大熙에게 의사의 길을 권유한 것도 아니고, 가족 중 음악에 정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두 분야가 서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요. 사실 음악 없는 우리 집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일요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야유회를 갈 때면 저는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자고, 옆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이 재잘대며 노래를 불렀죠. 뜰이 있는 집에서 살던 시절엔 여름밤이면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저녁을 먹거나 가든파티를 열곤 했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흥이 절로 나와 온 가족이 노래를 부르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姜亨龍동문 가족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姜동문의 가족이 된 여섯 사위가 모두 교회를 다니게 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요일은 손자들까지 같은 교회에서 예배한 후 저녁을 먹고 노래방에 가는 게 하나의 코스가 돼버렸다. 또 한 달에 한 번은 손자들만 데리고 호프집에서 단합을 도모하고, 마지막 뒤풀이는 역시 노래방에서 이루어진다고.  모교 병원 외래교수로 오랫동안 봉직해온 姜亨龍동문은 그동안 서울시립남부병원장, 영등포병원장, 대한내과학회 서울시지부장, 대한소화기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남부병원장 시절엔 낙후돼 있던 병원에 의료장비를 강화하고, 학술집담회를 개최하며 무의촌 무료진료․계몽사업 등을 펼쳐 `최상의 의료서비스와 환자중심'의 병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공헌하기도 했다.  한편 姜동문은 의학도로서는 드물게 서예수집과 감상, 화랑․음악회․연극․무용관람 등 예술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오랫동안 문인들의 모임인 `목요회' 회원으로 친목을 다져온 이력을 가지고 있다.  姜亨龍동문이 국내 의료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면 가족 중 나머지 의대 출신 동문들은 해외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학창시절 사생대회, TV퀴즈프로그램, 스키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여온 장남 姜大熙동문은 현재 美국립보건원 수석연구원, 유방암분야 권위지인 `Breast Cancer Research' 편집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 2004 미국암학회 총회에서 사회를 맡는 등 각종 학술대회 연사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같은 의과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둘째 사위 李明哲동문 역시 세계핵의학회장으로 활약하며 1년 중 해외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고. 미국 병원에서 방사선팀 책임자로 있는 첫째 사위 李崇公동문은 무엇보다 아래 동서들과 끈끈한 우애를 유지하며, 그 자녀들간에도 우애 있게 지내도록 든든한 맏사위 역할을 해왔다.  현재 독일 브레멘대에서 작곡분야 박사학위를 준비중인 육녀 姜恩秀동문은 10여 년간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다 불혹의 나이에 프리랜서로 변신하며 안익태작곡상, 한국음악협회 작곡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姜亨龍동문의 古稀 기념문집에 게재된 `柚堂송'을 작곡하기도 했다고.  󰡒지금까지는 오직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어떤 꿈이나 목표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지금도 여전히 환자들을 진료하고, 조금 한가한 오후엔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큰사위가 둘째 사위와 잘 지내고, 또 둘째 사위가 셋째 사위와 잘 지내는 등 그것이 아래로 전해지다 보니 화목하게 서로 도우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요일을 기다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