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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호 2020년 9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동문기업탐방: “세계 10대 진단 시약기업 노린다” 헬스케어 선도업체 바디텍메드

교수에서 바이오업체 경영자로 6평 사무실서 시작…올해 1,000억 이상 매출 기대


6평 사무실서 시작…“세계 10대 진단 시약·기기 기업 노린다”


헬스케어 선도 업체 바디텍메드
최의열(생물교육79-83) 대표




교수에서 바이오업체 경영자로 
올해 1,000억 이상 매출 기대


요즘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주식시장에서 핫한 동문 기업이 있다. 체외 진단시약 및 진단기기를 개발 생산하는 헬스케어 기업 바디텍메드(대표 최의열 생물교육79-83)다. 최근 이탈리아에 83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 공급계약 체결과 코로나19·독감 동시 진단키트 개발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월 31일 강원도 춘천 거두농공단지에 위치한 바디텍메드를 방문했다. 바디텍메드는 거두농공단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이다. 건축면적 3,252㎡에 연구실, 생산 공장 등을 비롯해 직원 복지시설인 풋볼장, 테니스장, 어린이집까지 갖췄다. 직원은 320여 명.

사무동에서 만난 최의열 대표는 “지난해 매출액을 올 상반기에 벌써 넘어섰고,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들이 궁금해 할 만한 코로나19·독감 동시 진단키트의 수출허가는 9월로 예상했다.
“우리 회사는 영업이익률이 30% 내외로 상당히 괜찮은 회사입니다. 2015년 상장됐을 때 7,000억원 가치였죠. 많이 내려갔다가 요즘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독감 동시 진단키트도 9월 내 수출허가를 받아 여러 나라로 수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춘천 거두농공단지에 위치한 바디텍메드 전경. 어린이집, 테니스장, 풋살장까지 갖췄다.


바디텍메드는 한림대 제1호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기업이다. 춘천에 자리 잡은 배경이다. 한림대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였던 최의열 대표가 안식년이었던 1998년에 설립했다. IMF 사태 직후 달러 가격이 폭등, 미국 연수를 포기하고 국내서 박사 제자들과 바이오 벤처사업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바이오기업이 많지 않던 때라 제자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최 동문이 벤처 기업을 호기롭게 차릴 수 있었던 데는 미국 예일대 포스닥 시절 지도 교수의 영향도 컸다. 지도 교수가 바이오 업체를 설립해 성공하는 것을 지켜봤다.

“5,000만원을 모아 학내 창업보육센터에서 제공하는 6평짜리 공간에서 박사 제자 3명과 시작했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보니 금방 5,000만원을 까먹게 되더군요. 다행히 1999년 IT 벤처 붐이 일면서 바이오 벤처 쪽으로도 투자금이 흘러들었어요. 20억원을 투자받아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죠.”

당시 강원도에서 가장 큰 바이오 업체로 외형을 키웠다. 석·박사급 30명 연구진과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처음에는 치료용 항체와 진단용 항체를 동시에 개발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치료용 항체는 포기하고 진단용 항체 개발에 매진했다. 당시 가진 기술은 손끝 피 한방울로 간단하게 전립선암 등 질환을 진단하는 것.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고무줄을 매고, 주사기로 피를 뽑아 검사하는 시스템이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고전을 거듭하는 사이 투자금 20억원도 5년 만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까지 오면서 직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에서 희소식이 들려왔다. 2005년 독일 진단기기 전시회에서 만났던 중국인 오퍼상이었다. 총판권을 주면 100만 달러 계약을 하겠다는 것. 그렇게 2007년 창립 10년 만에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매년 두 배의 성장을 이어가며, 지난 2015년 상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바디텍메드의 주력 제품인 아이크로마 리더기는 전 세계에 약 5만대가 설치돼 운영 중이고, CRP(C-반응 단백질) 제품은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매출은 대부분 수출에서 나옵니다. 수출과 내수 비중이 10 대 1 정도 됩니다. 중국을 비롯해 남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진단 시장의 규모는 70~80조원 수준. 우리나라 시장은 1조원 정도다. 세계 1위 항체 진단시약 진단기기 업체는 로슈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도 세계 10대 진단 기기·시약 업체가 두 곳 있다. 연매출 2조 수준이다. 바디텍메드의 연매출 규모로는 아직 멀어 보이지만 최 대표의 비전은 확고하다.

“30년 전 당뇨 체크하는 혈당계가 가정에 보급되면서 그 시장이 100배가 커졌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진단 키트의 가장 큰 장점이 효율성입니다. 아직 가정용까지 만들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 질병에 대해 임신진단키트 같이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는 것을 만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라 봅니다. 매년 두 배 이상 매출액이 늘고 있으니 2조 매출, 세계 10대 진단 기기 회사의 꿈이 먼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우수 인력의 영입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급여는 물론 복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최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기업이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강조한다. 아무리 바빠도 오후 5시에는 퇴근할 수 있도록 본인이 먼저 일어선다. 춘천이라는 물리적 거리가 있지만, 기숙사와 어린이집을 세워 직원들의 편의를 우선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 골프 스크린 연습장,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풋살장 등을 구축해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지원한다. 해외 수출 기업이라 사내 어학 교육을 위한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 최 대표는 바디텍메드를 ‘강원도의 구글’로 키울 생각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모했지만 참 잘한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생 교수로 있을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경영인 체질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 같습니다. 인류 건강에 도움을 주면서 회사 직원, 주주들에게 행복을 주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경남중고 출신인 최 대표는 모교 졸업 후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세포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예일대 생물학과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한림대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로 부임해 2015년 퇴임했다. 강원바이오협회장을 역임했다. 모교 발전기금에 5천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