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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2020년 8월] 기고 에세이

골프 때문에, 골프 덕분에

송우엽 모교 동창골프선수단 단장


골프 때문에, 골프 덕분에


송우엽
체육교육79-83
모교 동창골프선수단 단장


세상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 내가 즐기는 골프는 경기결과뿐 아니라 그 특유의 문화와 관련해서도 많은 이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골프는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이유로 사랑받는 한편, 가끔은 골프를 쳤다는 사실만으로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사랑받고 또 비난받는 이유는 상황과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골프가 가진 긍정적 특성과 문화를 존중하며 골프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은 개선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를 통해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관계는 새로운 사고와 행동의 실천에 영향을 준다. 얼마 전 PGA와 LPG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만나 경기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무엇이며 제일 중요한 샷과 어려운 샷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누구와 라운딩을 하는지, 어떤 골프장에서 경기를 하는지, 경기 당일 기후가 어떠한지 등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진다고 했지만, 공통적으로 첫 티샷을 하는 드라이브샷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샷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최종 목표 지점인 홀에 가까이 갈수록 샷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퍼트, 그 중 숏 퍼트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프로골퍼들로부터 매 경기 모든 순간, 모든 샷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만사 인생살이가 골프경기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간관계 역시 처음에는 어떠한 이유로, 어떤 느낌을 갖고, 어디에서 만났는가가 중요하지만, 관계가 진전되며 결국에는 어떻게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일수록 깊어진 관계 속에서도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신중히 배려함으로써 소중한 관계를 지속하며 다음 홀로 넘어가는 현명함을 골프를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80년대 학부 시절 김동진 교수님 수업을 통해 입문한 골프를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하며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누가 보건, 보지 않건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규칙을 준수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상대는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너그럽게 배려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반평생 교육자로서 살아온 내 삶의 가치와 일치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잘 정돈된 골프 코스를 걷다 보면 생각이 풍요로워지고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동시에 자연의 위대함 속에서 호연지기와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에 매료되는 이유도 이러한 골프의 다양한 가치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도 바쁜 일상을 보내는 요즘은 지인들과 만나 식사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가끔은 라운딩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더 아름답게 수양하는 한편,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나누고, 또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면 이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