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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호 2020년 6월] 뉴스 모교소식

휴먼스 오브 스누 <9>  “공공의 선에 기여하는 모습 멋져보였죠” / “좋은 리더는 결정 빠른 사람”

공과대학 재학생, 경영대학 재학생의 생각

휴먼스 오브 스누 <9> 

요즘 서울대생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모교 재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해 기록하는 휴먼스 오브 스누 프로젝트가 동창신문에 인터뷰를 제공합니다. 이들이 만나서 묻고 듣는 소소한 이야기 속에 후배 재학생들의 일상이 보입니다. 익명으로 인터뷰하는 것이 이들의 원칙입니다. 페이스북(@humansSNU)과 인스타그램(@humanssnu)에서 다른 인터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공공의 선에 기여하는 모습 멋져보였죠”


공과대학 재학생

-대학원(건축)에 진학한 계기가 있었나요?
“생각에 확 변곡점이 되는 포인트가 있지는 않았어요. 1학년부터 지금 9학기째 다닐 때까지, 서서히 생각이 발전해 온 거죠. 다 종합해서 선택을 내린 건데. 물론 중간에 이렇게 ‘뽕’(자부심의 은어)이 차오르는(웃음) 그런 포인트들은 있었어요.
첫 번째로는 2016년 경주 지진이 났는데 제가 신입생 때였거든요. 전공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한 번은 휴강하신 적이 있어요. 다음 주에 오셔서 ‘지금 경주에 있는 문화재들이 지진 이후에 구조적으로 괜찮은지 다 검토를 하고 왔다’ 하시더라구요. ‘이거다’ 싶었죠.(웃음) 서울대 교수님쯤 되니까 그런 국가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구나. 서울대 빼더라도, 멋있잖아요. 내가 ‘bigger good(더 큰 선)’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두 번째로는 3학년 때던 2014년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에서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다가 건물이 무너져서 많은 사상자가 났던 사건이 있어요. 리조트 관리자든 시공업자든, 분명 책임 소재가 있는데 책임을 물으려면 ‘이게 얘네 탓이다’ 라는 걸 증명해야 되는데, 고소를 하려고 해도 법조계는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교수님한테 자문을 구한 거예요.
교수님이 다른 일 다 제쳐두고, 대학원생들이랑 같이 시뮬레이션 돌리셔서 ‘이게 이렇게 해서 무너진 거고, 그 이유는 이러이러하다’고 밝혀내신 거죠. 비하인드 스토리로, 법정에서 그 피고인들이랑 교수님이랑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만났대요. 소변을 보시는데, 옆에는 교수님이 감옥에 집어넣으려는 사람들인 거죠(웃음). 그래서 그때 되게 ‘쫄리셨다’고. 그렇지만 들어가서 하실 말씀 다 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듣는데… ‘저거지’, ‘아 저거다’ 싶었죠.
물론 그것 때문에 생각이 확 틀어져서 결정을 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빌드업 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거예요. 물론 다른 세부전공에 있어서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는데. ‘아 저런 일을 할 수 있으면, 보람 차겠다. 돈도 돈이지만’ 싶죠.”





“좋은 리더는 결정 빠른 사람”


경영대학 재학생

-최종 지향점이 무엇인가요?
“저의 지향점은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요. 제가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역할을 하다 보니까 리더라는 게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이더라고요. 그 누군가가 내 주변 사람일 수도 있고, 내 결정에 영향을 받는 내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리고 가장 가깝게는 나 자신의 책임감 또한 리더의 몫이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누군가, 무언가를 책임지는 걸 스스로 되게 즐겨 하고,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아직 진로를 정하지는 못했어요. 아직 고민 중에 있는데, 어떤 직업을 하더라도,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고 이 사회에 유의미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리더가 되는 게 저의 궁극적인 이상입니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리더’란?
“좋은 리더라는 건 첫 번째로 결정이 빨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더라는 건 결정하는 사람인데, 그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집단이 갖는 부정적인 영향이 되게 크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리더는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그 빠른 결정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그 빠른 결정으로 인해 좋은 결과가 나오든 나쁜 결과가 나오든 그 결정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세 번째로는 당연히 내 집단의 사람들을 책임질 수 있는 것. 집단 내의 사람이 집단 관련된 행동을 해서 피해를 받은 것이든, 혹은 이 친구가 뭔가 사적인 일로 피해가 생겼어도 제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들면 리더는 그 사람을 확실히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걸 사회적인 범위로 확장하면 기업가의 책임이 될 수도 있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리더들이 구성원의 생사나 사적인 일들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기업가가 아니라 자세한 내막을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리더라면 한 집단의 리더로서 구성원의 세세한 부분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리더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