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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호 2020년 6월] 뉴스 본회소식

모교와 동창회에 바란다

동문 자녀 중매 어려울까요? / 권위의식 없는 회장단 되길 등


동문 자녀 중매 어려울까요?

서안희(간호63-67) 동문(미국 거주)



두 아들을 생각하면 미국에서 산 지도 오래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서 태어나서 이 땅에서 공부하며 자랐으니 말이다. 큰아들은 의과대학, 작은아들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둘 다 레지던트 과정에 있다.
이제는 규수감을 찾을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쓰게 됐다. 혹시 나와 같은 형편에 있는 동문이 있어 같은 생각을 한다면, 우리 서로 그룹을 만들어서 우리 동문들 가운데서 결혼 연령에 있는 아들, 딸을 서로 연락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없을까?



졸업앨범 구하고 싶어요

한동훈(농경제83-87) 훈스컴퍼니 대표



총동창회에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나 있어 이렇게 메일을 씁니다. 제 또래들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짐작합니다만 우리가 대학을 다닐 때는 친구나 선후배 가운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학우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졸업사진과 졸업앨범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와 나중에 언제 보겠냐는 푸념으로 자신들을 정당화하면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않거나 앨범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비록 마땅한 양복은 없어도 아버님이 입으시던 철에 안 어울리는 두꺼운 동복 재킷만 걸치고 졸업사진을 찍었지만 차마 졸업앨범을 사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죄송해 신청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졸업앨범이 없습니다. 아내와 결혼하고 아내의 앨범 중 대학교 앨범을 보니 조금 무리해서라도 그때 사뒀으면 지금이라도 친구들 촌스러운 모습을 함께 보며 추억을 되살릴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총동창회에 이런 부탁을 드립니다. 도서관이나 기록실 등에 보관되어 있는 졸업앨범을 스캔 등 디지털화해서 졸업생 중 지금이라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렴하게 디지털 졸업앨범을 판매했으면 합니다. 후배 장학기금으로 연계해도 좋구요. 졸업앨범의 디지털앨범화와 희망 졸업생들에게 판매! 부탁 드립니다.



졸업생 이어 주는 역할 기대

안수경(공예85-89) 작가·한울회 홍보이사



<1> “언니, 언니네 동문들 단체채팅방 총동창회에서 만들어 줬댔지? 300명 된다고 했나?”
“졸업 30주년 하면서 각 단과대 대표들 만나고 그 대표들이 각 학과대표 만나서 2013년 처음 50~7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500여명, 각 동호회 방도 100~200명.”

<2> “친구야~ 너희 동문들이 모이게 된 게 총동창회에서 연결해 줘서 생긴 거라고 했지?”
“우리는 원래 25주년 재상봉이라고 해서 졸업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에 동문 재상봉 행사가 총동창회 지원으로 있어 왔어. 그때 프로그램 일환으로 해당 학번들이 모이면서 점점 연락하는 규모가 커지게 된 거지.”

첫 번째 대화는 우리 동네에서 알게 된 K대학교 졸업생 A언니와의 대화이고 두 번째 대화는 작년에 알게 되어 함께 산행을 같이 한 Y대학교 졸업생 B친구와의 대화이다. 3~4년 전쯤 A언니와 대화를 하면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문화가 있었다니! 우리 나이(50대)에 “다시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 같다”는 그 언니의 즐거움을 나는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언니는 여행반 친구들을 따라 여행을 다녔고 합창반 모임을 매주 나가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나는 당시 2011년 교통사고 후 후유증으로 모든 사회적 활동을 접고 은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활동들이 멋져 보일 수밖에 없었다. B친구네도 부러웠다. 본인 출신학교 총동창회의 행사로 인해 25년 만에 다시 모이게 되고 다양한 동호회를 만들면서 그 친구는 등산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졸업 후 25년, 30년은 우리가 50대일 때이다. 사람마다 처해 있는 상황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은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안정을 이루어 한 번쯤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해 보는 시간도 생긴다. 이런 시기에 누군가가 나서서 동창들을 이어주고 우리의 젊음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 준다면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커져가는 여백의 시간이 좀 더 충만해지지 않을까?

‘서울대학교 출신은 모래알’이라는 말이 항간에 있듯이 우리는 동문 간의 연대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면이 있다. 이는 선비정신을 떠받드는 서울대인의 결이 남다른 성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학연, 지연, 혈연에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각 사회에 리더 역할을 하는 서울대인들을 못 모이게 하는 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우리는 모범적이어야 하고 남의 눈을 의식하며 소소한 행복마저 갖지 못해야 할까? 학연, 지연, 혈연은 사실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우리는 살면서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부정적인 요소에 대해서 여전히 조심하고 금기시하며 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소확행’은 낯선 사람과 함께 해서 이루기는 쉽지 않다.

사실 나도 우리 총동창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지가 얼마 안 된다. 십수 년 전 총동창회 신년하례식에 한 번 참석해 보니 내 또래의 졸업생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대선배님들뿐이었다. 나는 아직 참석하면 안 될 것 같은 세대차이를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고 한다. 총동창회의 그동안의 노력과 업적과 성과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 총동창회에서 졸업한 동문을 이어주는 데 도움닫기 역할도 해주면 좋겠다.




권위의식 없는 회장단 되길

설균태(행대원88-90) 민주평통 상임위원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때문에 3월로 예정되어 있던 정기총회가 연기되고 따라서 총동창회 28기 회장단 출범도 늦어져 모든 동문들이 느꼈을 심정과 같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행히 28대 회장으로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이희범 동문을 추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28기 동창회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이희범 회장은 관계, 경제계, 산업계를 두루 섭렵하여 탁월한 식견과 높은 경륜을 가지고 계실 뿐만 아니라 따뜻한 친화력을 겸비한 리더십을 보유한 분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총동창회 출범 이후 김재순, 최주호 회장을 비롯한 임광수, 26대 서정화 회장, 27대 신수정 회장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각층에서 훌륭한 경륜을 쌓은 기라성 같은 분들이 동창회를 이끌면서 오늘날 같이 동창회를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동창회 운영에 불미스런 잡음이 있었던 적이 있어 안타깝기도 하여 동창회 화합 차원에서 주마가편(走馬加鞭) 격으로 참고 삼아 간단한 도움말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에 새로 추대된 이희범 회장께서도 동호회 활성화와 동창 간 화합을 강조하시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지금까지 신년하례, 정기총회, 홈커밍데이에 빠짐없이 참석해서 느낀 소감인데 회장을 비롯한 집행간부들과 참석한 일반 회원 간에 다소 괴리감을 느낄 수 있었다. 회장단은 단상에 앉아 있다가 의례적인 축사나 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 다소 권위의식이 느껴졌고 참석한 일반회원에게 따뜻하게 다가오는 정감을 느낄 수 없었다. 회장단이 등산회나 골프 등 동호회에 적극 동참해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함께 했으면 좋겠다. 특히 홈커밍데이 행사에서는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여러 동문들이 즐겁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돈을 많이 들여서 경품 추첨 같은 행사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도 참석한 모든 동문들이 즐겁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따라서 동창회를 하나씩 하나씩 부드럽게 풀어 가다 보면 차츰 차츰 전체적인 단합과 화합의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알쓸신잡’ 이야깃거리 많았으면

김 광(조선해양공학91-95) 김광상제도 설립자



‘총동창회에 바란다’는 제목으로 투고를 해 달라는 이메일을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몇 자 적어 보내 봅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총동창회에 바라는 것이라기보다는 총동창신문에 바라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 각국이 어려운 시간을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미국과 중국 등 몇몇 국가들에서 포스트(Post) 코로나19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시하고 제한적\지역적으로 시행을 준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개인적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교와 총동창회도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준비와 계획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국가와 민족이 위기를 맞는 순간에 앞장서서 그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헌신과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모교의 전통이 계속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국가적·민족적 어젠다의 연구와 설정 그리고 제안과 관련된 거대한 주제 못지않게 일상에서 사소해 보이는 부분이 개인의 삶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가적이고 민족적인 어젠다와 관련된 부분에 노력과 신경을 쓰는 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오랜 동안 자택 격리와 앞으로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일상에서의 방역 조치들로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소소한 생활의 리듬과 즐거움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노력과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작은 노력과 신경에 총동창신문이 일부 지면을 할애한다면 그것은 모교의 재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졸업생들에게 결코 적지 않은 의미로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의 하나로 총동창신문에 바라는 것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총동창신문의 지면을 일부 할애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총동창회에 바란다’는 제목으로 지면을 할애하는 것도 그러한 것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제안하고 싶은 외국어 또는 중요한 시사 용어들을 소개하는 지면을 만들어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내용에 관련해 그러한 부분들을 보충한다면 비록 한 달에 한 번 받아보는 총동창신문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재미를 한 달에 한 번 가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졸업생의 한 명으로서 모교와 총동창회의 발전에 노력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모든 이의 안식처가 되어주길

강진욱(의학94-00) 서울플러스이비인후과 원장



봄입니다. 고난이 있고 고민도 있고 어지러운 일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서울대학교 총동창회장단의 싹틈과 이희범 총동창회장님의 시작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나무농원을 좋아합니다. 나무를 구경하고 고르고 마당에 심기도 합니다. 씨앗들과 모종들도 좋아합니다. 각종 꽃이며 채소, 과일 등을 텃밭에 심고 물을 주고 지지대를 세우고 하면서 자라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봄 농사의 시작은 늘 설렙니다. 그리고 그 설렘은 1년의 텃밭농사가 끝나는 마지막 수확을 거둘 때 보람과 즐거움으로 바뀌곤 합니다.

자랑스러운 서울대 총동창회가 큰 봄의 농원 같기를 바랍니다. 그곳에는 수십 년 된 큰 느티나무 같은 분들도 계시고 방금 물을 뿌려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 고추 모종 같은 분들도 계십니다. 이미 자리를 잡아 아름다운 수세를 보여주시는 수사해당 같은 분들도 계시고 이제 막 싹을 틔워서 초록색 떡잎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서울대총동창회는 큰 열린 농원이길 소망합니다. ‘이런 곳이 있었네’ 하고 쭈뼛거리며 들어오더라도 어서 오시라고 반겨주셔서 들어온 이가 금세 어색함이 사라지고 천천히 둘러볼 수 있고, 그곳에서 수많은 푸르고 싱싱한 지혜롭고 아름다운 분들을 만나 뵙고 인사하고 알아가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회장님과 회장단님은 그 농원의 농장지기이시자 그 농장지기를 도와 농원을 가꾸는 아름다운 분들이시라고 생각합니다. 노고는 당연히 있을 줄로 압니다. 나무를 만지고 싹을 틔우고 바람이 불면 바람가림막을 하고 폭우가 쏟아지면 물고랑을 내는 일처럼 때론 고되고 때론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이 있겠죠. 하지만 이 서울대총동창회란 아주 크고 자랑스러운 곳에 회원 누구라도 들어와서 ‘와’ 하고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하고 희죽 웃기도 하고 눈이 반짝거리면서 이야기를 듣고 배우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 곳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렇게 서울대총동창회를 1년에 한 번이라도 들어오고 잠깐이라도 걷다가 나가면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의 힘으로 일하다가, 잠깐 숨을 돌릴 때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그 서울대총동창회라는 푸르름에 물들어 웃을 수 있는 그런 동창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곧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겠죠. 그 가을쯤 이번 회장님 이하 집행부 분들께서, 그리고 수많은 자랑스러운 동문 분들이 그래도 한 해 농원일 잘했다 즐거웠다 뿌듯하게 서로를 웃으며 격려하고 추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