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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호 2005년 5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대통령의 말재주

참여정부 출범이후 한국정치의 두드러진 특징은 새로운 세력들의 정계 진입과 포퓰리즘의 만연일 것이다. 노동정당의 국회진출과 각종 사회단체와 운동권 출신들의 대거 등장엔 긍정적인 반면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거가 존재기반인 정치인으로서 어느 정도 포퓰리즘적 성향을 갖는 것은 나무랄 수는 없다. 19세기말 미국에서는 포퓰리스트당이 출현, 참신한 정책들을 앞세워 제3당의 입지를 굳힌 적이 있다. 결국 그들의 주장을 기존의 양대 정당 특히 민주당에서 대폭 받아들임으로써 명맥이 끊겼지만 그들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20세기 사회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면 지금 한국정치의 포퓰리즘은 어떤가. 이 같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적지 않은 폐해를 낳고 있는 게 문제다.
  여야 모두 개혁이라는 시대흐름에 맞춰 특별기구까지 두고 있으나 새 정책의 창출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선심 경쟁이 고작이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론을 뒤집는 등 오락가락하기 일쑤고 그때그때 대중정서에 영합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도 한둘이 아닌 형편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혼선은 우리 정치의 고질병으로 새삼스러울 바 못된다. 새롭게 더욱 걱정되는 것은 말이 말을 낳는 발언파문이 잇따르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외교안보분야의 미묘한 이슈까지 포퓰리즘에 휩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져야 옳다. 그래도 한 때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나중에 실질적으로 닥칠 손익은 계산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정치권에선 떠오르는 인사들의 말솜씨가 화제에 오르곤 한다. 말재간은 정치인에게 다다익선의 존재다. 자신의 신념을 널리 펼치고 때로는 불리한 여론을 바로 잡을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 정치 지도자들의 호소력 있는 웅변이 골 깊은 국민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론통합을 이끌어 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친미파' 언급 등 편가르기식 발언들은 후보시절이라면 몰라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재주는 오늘의 그를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앞으로 존경받는 국가 지도자로 위치를 굳혀가는 데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고 하는데 스스로 말 많은 집의 가장이 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