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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 2020년 5월] 뉴스 모교소식

서울대 10개 분야 세계 10위권 도전, 첫 발 뗐다

SNU 10-10프로젝트, 우수 학문 7개 등 15개 선정


SNU 10-10프로젝트
서울대 10개 분야 세계 10위권 도전, 첫 발 뗐다





38개 학과·학부·연구소 신청
우수 학문 7개 등 15개 선정

최장 6년, 최고 연 3억 지원
랭킹상승·대학발전 ‘마중물’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며 숱한 화제를 낳은 영화 ‘기생충’엔 ‘서울대 문서위조학과’가 등장한다. 극 중 송강호가 명문대 재학 증명서를 감쪽같이 위조해온 딸에게 보내는 농담 섞인 찬사를 통해서다. 그러나 해외에서 ‘서울대’는 ‘옥스퍼드대’로 번역됐다. 외국인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국내에선 분야를 막론하고 뛰어남, 특출남의 대명사로 통하는 모교가 외국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뼈아픈 대목이다.

스탠퍼드 하면 실리콘밸리, MIT 하면 바이오 클러스터가 떠오르는 것에 비해 서울대 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학문 분야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일부 분야에서만이라도 세계를 선도할 학문 역량을 갖추기 위해 ‘SNU 10-10 프로젝트’가 지난 4월 본격 가동됐다. SNU 10-10 프로젝트는 ‘10개 학문 분야의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우수 학문 분야와 잠재력을 지닌 학문 분야를 선정해 최대 6년간 지원, 육성하는 모교의 핵심 중점사업 중 하나다.

우수 학문 분야로 선정되면 연 3억원, 잠재력을 지닌 학문 분야로 선정되면 연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그해 12월 5일부터 올해 1월 23일까지 사업제안서를 받았다. 총 38개의 학과·학부·연구소가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노벨상 및 필즈상 수상자로 구성된 해외 석학들이 1차 심사를, 국내외 전·현직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2차 심사를 맡았다.

제안서엔 △해당 학문 분야의 경쟁력 분석 △주요 발전전략 △연차·단계·최종 목표 및 목표달성 시 이익과 파급력 △목표달성을 위한 세부사업 △자체적인 성과평가 계획 및 관리방안 등을 담도록 했으며, 제안서 심사기준으론 △세계적 수준의 학문 분야로 성장할 역량을 갖추었는지 △세계적인 학문 분야로 성장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였는지 △사업내용이 제시된 전략과 성과목표에 부합하는지 △구체적이고 타당한 성과목표를 제시하였는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성과관리 체계와 성과지표를 제시하였는지 여부가 적용됐다.







1차 서면심사가 100% 해외 석학에 의해 진행된 만큼 10쪽 분량의 제안서는 모두 영문으로 작성됐다. 심사과정 중에 심사자와 제안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띄었다. 1차 서면 심사평을 가감 없이 제안자에게 공개, 소명의 기회를 부여했으며 2차 최종 선정심사 때 보충 답변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2차 선정위원들과도 서면으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여실하다.

윤의준(금속79-83) 연구처장은 “1차 심사가 각 제안서에 대한 개별 평가에 중점을 뒀다면, 2차 심사는 1차 심사 결과에 대한 검증과 함께 서울대학교의 발전을 위한 종합적, 전략적 심사에 중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 인터뷰 참조>

사업설명회 개최 후 146일 만인 지난 4월 13일 △언어학 △행정학 △지구환경과학 △화학생물공학 △재료공학 △의과학 △치의학 등 ‘우수 학문 분야’ 7개와 △사회복지학·사회학 △정치외교학 △응용물리학 △뇌인지과학 △생명과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종양학 등 ‘잠재력을 지닌 학문 분야’ 8개가 선정됐다.

학과나 학부가 아니라 ‘학문 분야’라고 일컫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자격 제한을 풀어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학문 간 연계 또는 과제 중심의 융합연구를 독려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복지학과 사회학이 연계하기도 했고, 응용물리연구소가 응용물리학 분야의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교수 및 연구자들로 하여금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자기 학문 분야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도록 장려했으며, 연구 활동의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구성원들의 다양한 학문적 관심을 충족시키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수 학문 분야 7개, 잠재력을 지닌 학문 분야 8개. 총 15개를 선정했으니 이것으로 끝난 것 같지만 아직 3개의 ‘자리’가 남았다. SNU 10-10 프로젝트의 10은 우수 학문 분야만 해당된다. 잠재력을 지닌 학문 분야 8개 중 일부가 내년에 우수 학문 분야로 선정될 수도 있고, 차후 심사를 통해 다른 학과나 학부 또는 연구소가 새롭게 선정될 수도 있다.

1단계 3년, 2단계 3년 총 6년에 걸쳐 재정 지원을 받는데, 사업개시 3년 차가 되는 2022년 하반기에 단계 평가를 실시, 사업실적이 저조하거나 성과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학문 분야는 1단계에서 지원이 종료될 수 있다. 연구 및 교육 분야 특성상 투입 후 산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만을 평가하진 않는다. 다만 사업 1년 차 때 반드시 세계 10위권 대학의 연구자로 구성된 외부평가단에게 역량진단(External Review)을 받도록 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연 40억원의 국고출연금이 확보돼 프로젝트 수행에 지출되며, 필요시 발전기금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재원 조달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프로젝트 소요 예산은 서울대학교 중기발전계획, 제3기 대학운영성과목표 등 대외적으로 약속한 중장기 사업계획에 반영돼 있어 차기 총장이 누가 되든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받는다.

윤의준 처장은 서울대가 세계 대학평가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 전체의 발전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학문 분야를 육성해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에요. 대학 랭킹 상승에만 골몰했다면, 이미 상위권 문턱에 있는 일부 학문 분야만 골라 지원하는 게 훨씬 손쉬운 방법이었을 겁니다. 오랜 기간 사업을 기획하고 이를 심사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별적으로 산재해 있던 모교의 연구 역량을 결집시키고, 학과·학부·연구소 등 조직적 차원에서 발전 로드맵을 마련하도록 독려했어요. 향후 프로젝트의 성과를 타 학문 분야와 공유하고 확산시킨다면, 서울대 전체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경태 기자



“학과 인기 고려 않고 발전 가능성을 봤다”

윤의준 연구처장 인터뷰


올해 1월 모교 산학협력단장으로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했던 윤의준 연구처장. 지난해 하반기부터 5개월간 세계 무대에서 통할 만한 ‘서울대 기술’을 모집했었다. 장애인을 위한 로봇 손을 비롯해 14가지 차세대 기술을 선보여 처음 참가하는 전시회에서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SNU 10-10 프로젝트에서도 그의 역량이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윤 처장을 지난 5월 6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인기학과 쏠림현상이 심해질 것 같다.
“그런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선정된 학문 분야를 놓고 보면 학과의 인기는 고려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소위 인기학과란 실용적이고 사회적 수요가 많은 학과를 말하는데, 프로젝트의 선정기준은 해당 학문 분야의 발전 가능성과 국제무대에서 모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 있었다. 인기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다양한 학문 분야를 육성하는 것이 모교의 책무 중 하나고, 결과적으로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공대 등 다양한 학문 분야가 선정됐다. 실용성과 사회적 수요에 상관없이 학문 역량과 잠재력, 그리고 체계적인 전략을 제시한다면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원받을 수 있다.”

-성낙인 전 총장 시절엔 ‘창의선도신진연구자’ 사업이 주목을 받았다. SNU 10-10 프로젝트는 어떻게 다른가.
“두 사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업이다. 창의선도신진연구자 사업은 젊은 연구자들에게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하도록 장려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장기적으로 노벨상 수상자 배출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해당 사업의 취지이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에 비해, SNU 10-10 프로젝트는 세계 대학 평가에서 모교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서울대 하면 딱 떠오르는 학문 분야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서울대엔 80여 개의 학과가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학과가 절반이 넘는다. 학교 구성원의 총의가 반영됐다고 보긴 힘든 것 아닌지.
“시작단계부터 사업설명회를 개최했고 스누포털 홈페이지에 전용 질의 게시판을 만드는 등 사업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그렇지만 각 학문 분야의 특성상 프로젝트에 참여할 유인이 없을 수도 있고, 학내 모든 학문 분야의 경쟁력이 동일하진 않기 때문에 선정 가능성을 고려해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선정결과에 대해서도 일부 구성원은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고 또 실천했다. 해외 석학들이 1차 심사를 맡았으며, 2차 심사 땐 국내외 전·현직 대학 총장들이 열띤 토의를 벌였다. 1차 심사 결과를 제안자에게 공개, 소명의 기회도 부여했다. 학내 모든 학과를 지원할 순 없지만,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타 학문 분야가 이를 벤치마킹해 성과를 확산시키는 등 사업의 연속성과 확장성을 도모할 것이다.”

-1, 2차 심사를 거쳤다. 심사위원의 평가는 서로 어땠는지.
“심사의 중점은 달랐지만, 결과는 1, 2차 심사위원이 대체로 비슷했다.”

-모교의 세계 대학 랭킹이 얼마나 오를 거라 전망하나.
“연구 및 교육 분야의 특성상 재정이 투입된다고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정된 각 학문 분야의 역량과 잠재력이 상당하고 이미 세계 대학 랭킹에서 30위권 내에 포진한 분야가 많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진단하고 개선한다면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10위권 진입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동문들은 뭘 하면 좋을까.
“모교 동문들은 졸업 후에도 학교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향후 프로젝트의 성과에 대해서도 동창신문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알려드릴 계획이다. 사실 모교엔 훌륭한 역량과 잠재력을 지닌 학문 분야가 많아 더 폭넓은 지원을 하고 싶었지만, 예산이 한정돼 그러지 못했다. 발전기금 모금에 참여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이번 프로젝트가 모교의 새로운 도약이 되길 기대하며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