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03호 2020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선거의 계절, 공동체와 그 적들

성기홍 본지 논설위원

느티나무 칼럼


선거의 계절, 공동체와 그 적들



성기홍
사회86-90
연합뉴스TV 보도국장
본지 논설위원


바야흐로 선거 계절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현대 정치에서 선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만 선거 시즌은 소란스럽다. 공동체가 나아갈 길에 대한 의미있는 ‘신호’들이 쏟아져 경쟁하지만, 페이크 정보와 같은 ‘소음’ 데시벨도 높아진다. “나를 뽑아야 흥하고, 쟤를 뽑으면 망한다”는 외침 속에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부각되고, 연대보다는 적의가 넘실거린다.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 감내할 수도 있지만, ‘과유불급’으로 정도의 문제는 살펴야 한다. 선거는 본디 경쟁이고 ‘소란’이 수반되는 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목표는 다수결에 의해 공동체 위기를 극복할 해법과 노선을 선택하고 공동체의 지혜와 힘을 모으기 위함이다. 선거를 치르는 이유가 이럴진대 도를 넘는 적대감, 폄하, 중상, 왜곡은 외려 위기를 증폭시키고 공동체를 찢어놓는 본말전도다.


제헌 총선 이후 스무차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면서 크고 작은 ‘소란’이 되풀이됐다. 이번 선거 때도 재연될 풍경일 게다. 그러나 이번엔 선거 의미를 더욱 무겁게 성찰하고, ‘신호’와 ‘소음’이 분별돼야 한다. 양극화가 심화하는 작금의 정치, 사회, 경제적 환경이 공동체 존립을 위해 결코 한가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과 후보자가 얄팍한 표 계산으로 오히려 분열과 갈등의 상처를 헤집고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행태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비용이라는 말로 용인하기에는 공동체내 갈등지수가 너무 크다.


미국 건국 초기 국가 노선을 둘러싼 공화파와 연방파의 대립이 극에 달했을 무렵 3대 대통령에 당선된 토머스 제퍼슨은 1801년 취임사에서 “견해·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반드시 원칙·주의(主義)가 다른 것은 아니다”(Every difference of opinion is not a difference of principle)라며 국가 공동체의 공통 기반을 넓히고 통합하고자 했다. 어느 공동체든 의견의 차이는 실재한다. 사람 생각이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의견은 경쟁해야 하며 선택의 저울에 올려져야 한다. 하지만 제퍼슨의 말처럼 의견의 차이가 주의(主義)의 차이로 부풀려져선 안된다.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이 적(敵)이 아니라, 견해가 다른 이를 주의(主義)가 다른 이로 몰아가는 사람이 공동체의 적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