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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호 2020년 2월] 뉴스 기획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은 완전 별개의 질환”

정창욱 교수가 전하는 전립선암 상식

서울대병원 건강톡톡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은 완전 별개의 질환”


정창욱 (의학94-01) 모교 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진행 : 김민선 (의학00-06) 모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전립선암 남성 암 유병률 5위
붉은 육류 섭취와 연관성 높아
진행 느리고 치료 잘 되는 암


남성 암 발생률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립선암. 모교 비뇨기과 정창욱 교수를 통해 3회에 걸쳐 전립선암에 대해서 알아본다. 이번호는 전립선암의 원인과 위험인자에 대해 들어봤다.


-전립선암에 대해 많이 들어봤어도 전립선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립선이라는 건 남성에게만 있는 외분비 기관이고, 생식과 관련된 기관입니다. 위치는 방광 앞에 있다고 해서 앞 전(前), 설 립(立) 그래서 전립선, 전립샘이라고도 합니다. 즉 방광 아래쪽에 요도로 연결되는 부위에 밤톨만 한 크기로 있습니다. 방광 바로 앞에 요도를 감싸듯이 있는 게 전립선입니다.”


-어떤 기능을 하나요? 외분비 기관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내분비(기관)는 많이 들어봤어도 외분비는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전립선은 정액에 포함되는 전립샘 액을 분비하는 기관입니다. 정액 양의 약 3분의 1 정도를 차지합니다. 정관을 통해 온 정자와 정낭에 있는 정낭액, 전립선액. 이렇게 같이 한 군데서 만나서 요도로 배출이 됩니다. 이런 정자 자체를 활동성 있게 여성에게 착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전립선암이 남성 암 가운데 유병률 5위라고 하지요. 10만명 당 암 발생자 수를 봤을 때 1999년 통계를 보니 암 발생자 수가 8.3명이었는데 2014년에는 25.7명이더군요.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급증한 이유는 뭘까요?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첫 번째는 전립선암의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서구식 식습관입니다. 우리나라가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잘살게 되면서 붉은 육류 섭취가 많아졌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발생이 많아졌다고 생각을 하고요. 두 번째는 전립선암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PSA 검사 도입으로 인해 발견이 더 많아진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연령도 낮아졌지요? 예전에는 아버지들이 걸리는 암으로 생각했었는데 최근에는 40~50대 환자들도 늘어났다고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첫 번째는 발생 자체가 많아지면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도 많이 하고 아울러 40대부터 PSA 검사를 시작하니까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붉은 육류 등 식습관을 말씀해 주셨는데, 전립선암 발생에 이런 식습관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전립선암의 주요 원인을 말씀해 주세요.
“지방을 포함하고 있는 붉은 육류가 전립선암 발생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고요. 뒤에 또 설명을 드리겠지만 전립선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음식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유전적인 요인, 가족력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입니다. 많은 사람이 흡연이 전립선암 원인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흡연은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립선암이 발생한 환자가 가족 중에 있다고 하면 확실히 증가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죠. 쉽게 이야기를 하면 형제나 부모님, 부모님의 형제 등 가까운 가족에서 전립선암 환자가 한 분 있다고 하면 발생할 확률이 두 배 정도 더 많아진다고 보면 됩니다. 두 분 정도 있다고 하면 다섯 배 정도, 세 분 있다고 하면 열한 배 정도로 위험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 중에 전립선암이 진단된 환자가 있다면 조금 이른 나이부터 PSA검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전립선 비대증이 빈도가 높습니다. 전립선 비대증이 오래가면 전립선암이 될 수 있다, 이런 말도 있던데요. 실제 그런가요?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은 완전 별개의 질환입니다.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립선 비대증이 오래됐다고 전립선암이 되지는 않지만, 별개로 생길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에 전립선 비대증 유무와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전립선암 체크를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정관수술을 하면 전립선이 아무래도 정액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보니까 전립선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맞나요?
“실제 외국에 대규모 역학 연구에서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전립선암 발생이 많다는 연구들이 보고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고 아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실한 정설은 아닙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 같은 경우에 아무래도 노인분들이 많이 진단되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전립선암이 진단돼도 착한 암이라서 크게 문제는 없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실제로 진행속도나 치료는 어떤가요?
“다른 암종들에 비해 진행도 조금 느리고 치료도 잘 되는 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전립선암은 악성도가 높은 암하고 악성도가 낮은 암의 분포가 굉장히 넓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진단됐을 때 무조건 순한 암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서 악성도에 맞춰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아무래도 서양과 우리나라의 분포 차이가 꽤 있을 것 같은데, 한국 남성은 악성도가 높은 암에 잘 걸린다던지 이런 통계도 있나요?
“실제로 우리나라 데이터를 보면 서구에 비해서 악성도가 높은 환자들이 많습니다. 좀 더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병기, 같은 진행 상태여도 한국인의 전립선암은 서구에 비해서 악성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치료에 반응을 안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순한 암에 속하기는 하지만 서구에 비해서는 비교적 악한 암이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병기에 따라서 좀 다를 것 같기는 한데요.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이 어느 정도인가요?
“2016년에 발표된 국가 암 정보에 따르면 전립선암 5년 생존율은 약 93%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됐습니다. 미국 통계가 99%인 것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편이기는 합니다.”


-전립선암 예방에 필요한 생활습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음식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게 좋겠죠. 말씀드린 붉은 육류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고요. 그리고 콩에 들어있는 성분들이 전립선암을 예방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두부라든지 된장찌개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토마토에 들어있는 붉은 색소 성분인 라이코핀(lycopene)이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생으로 드시면 도움이 안 되고요. 살짝 익힌 상태, 약간 가열을 해야지 몸에서 활성이 되어서 도움이 되는 형태로 변합니다. 토마토를 약간 데치거나 토마토 파스타 같은 것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건강 생활 습관은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충분한 잠을 자고, 야채, 과일 등을 많이 드시는 것.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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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장기생존자, 수술 뒤 삶의 질 달라졌다


전립선암은 수술, 방사선치료, 호르몬요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하나 치료 합병증인 요실금, 발기부전, 호르몬요법의 부작용 등이 큰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통해 장기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삶의 질을 평가한 결과, 병의 재발이나 치료 부작용이 실제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창욱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병원(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실제 전립선암 장기 생존자(추적관찰 중앙값 9년)들의 실제 본인의 상태를 기반으로 삶의 질을 0(죽음)에서 1(완벽한 건강)사이 값으로 정량화하는 수치인 삶의 질 가중치(health utility)를 측정했다. 이전의 연구들은 일반인이나 진단 직후의 환자에게서 가상의 환자 상태를 제시하고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여러 질병 상태나 치료 합병증에 의한 삶의 질이 매우 낮게 추정됐다.


그러나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본 연구에서는 어떠한 치료를 받거나 어떠한 건강 상태이던 환자들의 삶의 질은 예상과 달리 매우 높게 잘 유지됐다. 특히,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합병증의 빈도가 높아도 재발율이 낮고 합병증에 의한 삶의 질 감소가 미미해 궁극적으로는 가장 높은 삶의 질을 보였다.


정창욱 교수는 “지금까지 이렇게 실제 장기생존 암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로 직접 삶의 질 가중치를 평가한 연구는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서도 사례가 없었다”며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환자들 간에도 주관적인 선호도는 매우 다를 수 있어, 암의 치료와 합병증의 정도 등을 고려한 개인별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비뇨의학 최고 권위 학술지이자 의학 전체 학술지 상위 0.1% 이내에 속하는 유럽 비뇨의학회지(European Urology, 인용지수 17.298) 2019년 12월호에 게재됐다. 또한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는 해당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생물학연구정보센터(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 BRIC) 주관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선정되어 2019년에만 2회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서울대병원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