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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503호 2020년 2월] 문화 신간안내

왜 우리는 지금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가

김경동 명예교수 새 책

이달의 책



왜 우리는 지금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가

사회적 가치: 문명론적 성찰과 비전 <푸른사상 간>


김경동

사회55-59

모교 명예교수


대통령과 기업 총수, 지자체장이 발표하는 신년사에 근래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말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사회 약자를 배려하고 협력사와 상생하며, 이윤보다 공익을 추구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낯설지 않은 말이지만, 사실 명료하게 개념이 정의된 적은 없다. 사회학 분야에서 연구도 아직 드물다.


“어째서 이 시대의 경제·경영 담론에 ‘사회’라는 단어가 그토록 자주 오르내리는가”. 김경동(사회55-59) 모교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사회적 가치: 문명론적 성찰과 비전’은 사회학자의 당연한 의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그는 오늘날 경제 경영이 ‘사회’를 외면할 수 없게 된 배경을 문명론적 관점에서 추적한다. 지난 문명사를 거시적 안목으로 되돌아봤을 때, 거기에는 ‘매우 미묘한 음양변증법적 변동’이 반복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김 교수의 독창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는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사회과학이 서구 사회과학의 패러다임에 의존해온 것을 반성하며 대안적 사회과학 이론을 발전시켜 왔다. 서구 이론 위주로 설명해온 동아시아의 근대화를 동양 사상에 기초해 분석하고 영문으로 서구 학계에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석사,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로 재직하던 때 동료 교수들에게 유교와 도교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으면서 동양적 대안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문명사에서 음양변증법적 변동이 오늘날의 화두인 사회적 가치와 어떻게 연결될까. 현대문명에서는 기술의 상대적 위치가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만큼 극단적인 편향으로 인한 반작용도 우려된다. “음양변증법의 변동원리 중 ‘한계에 닿으면 되돌아온다’는 원리와 ‘극단을 피하라’는 중용의 원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모든 변화에는 음양의 양기가 개입하며, 음양의 양면적 결과가 나타나리란 기대를 품고 예비해야 한다는 것, 그 속에서 ‘사회적 가치’의 의미 또한 역동적으로 변용함을 되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가치의 철학적·사회학적 의미도 규명하고자 했다. 신자유주의적 사유의 바탕이 된 개인중심주의 인간관과 사회관에 대응해 지성계에서 ‘인간의 삶의 진정한 토양은 바로 사회’라는 사고와 사회성의 일환인 ‘공공성’을 띄워올리는 흐름을 짚었다. 


김 교수는 책의 모든 주제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 연구를 더욱 진작시키는 데 집중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공공기관에서 규정한 사회적 가치의 구성요소를 간추려 살펴봤고, 서구 학계에서 제시한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universal human values)’의 항목들을 망라해 소개했다. 저자의 독창적인 ‘사회적 가치’의 준거틀로 ‘삶의 가치체계(Life Values)’도 제안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위해 기초를 닦아준 셈이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기 전 탄탄한 사고를 다지고 싶은 경영자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박수진 기자


신간 안내


초월적 자기실현의 심리학
정인석(교육51-55) 한국트랜스퍼스널학회 고문/ 대왕사


정인석 동문은 ‘자기초월 심리학’으로 불리는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의 권위자다. 91세의 저자가 일생 동안의 트랜스퍼스널 연구를 집대성해 마지막 역작으로 펴냈다는 이 책은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의 시대적 배경부터 심리학과 동양종교의 융합, 초월적 자기실현을 위한 방안까지 다룬다.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 자신에 대해 직시하고 성찰하는 항심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전문서적이지만 각주를 꼼꼼히 달아 이해를 도왔으며 정신적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이 학술적 기반을 다지기 좋다. 정 동문은 다수의 교육학 저서를 비롯해 상담심리와 실패 등의 주제로 심리학 저서를 펴냈다.


21세기 국제환경과 대한민국의 생존전략 
이상우(행정57-61) 신아시아연구소 소장

기파랑 


국제정치학자인 이상우 동문이 여러 위기를 극복했던 대한민국의 지나온 길을 분석해 현 상황의 해결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쓴 책. 
제1장에서는 인류 문명사에서 21세기의 의미를 짚어보았다. 제2장에서는 21세기적 시대 상황에서 예상되는 국제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국제질서의 재편 방향을 예상했다. 제3장에서는 대한민국을 ‘잘 사는 자주국가’, ‘모든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하여 우리가 선택해야 할 생존 전략을 제안한다. 제4장은 책을 다듬다가 부딪친 ‘원초적 문제’, 즉 누구의 대한민국이 생존 전략의 주체인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한국 국민이 모두 같은 이해관계와 같은 사상, 이념을 가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뜻을 모아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보인다면 어떻게, 어떤 점을 내세워 타협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본 글이다.


대왕고래의 분노  
최주섭(농학67-71) 동화작가 / 아동문학세상


바다 생물회의가 열렸다. 바다 거북이가 콧구멍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로 인해 아파서 울고 있다. 돌고래는 바다에 떠있던 비닐봉지 수십 개를 먹이로 먹는 바람에 소화가 안 되어 배를 움켜쥐고 있다. 회의를 이끌던 대왕고래가 화를 내며 해결방법을 찾는다. 사람들을 공격할 것인가 환경단체들에 어려움을 호소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대왕고래의 분노’ 외에 ‘담배꽁초 할아버지’ 등 16편을 실었다. 저자 최주섭 동문은 환경 관련 공사직 30여 년을 마치고 2015년에 아동문학가로 등단해 2018년에 아름다운글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환경과학개론’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 있다.


사도의 8일

조성기(법학68-77) 소설가 / 한길사


오랫동안 아버지 영조에게 버림받은 광인으로 기억된 사도세자를 깊이 있는 통찰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재탄생시킨 ‘사도의 8일’.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관점에서 돌아본 뒤주 8일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작품은 젊은 성군 사도의 역사적 비극을 내면적으로 파고 들어간다. 조선 왕실 최대의 비극이며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뒤주형을 당한 사도. 뒤주라는 절대적인 한계 상황에서 자신이 권력 투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아버지 영조와의 갈등 그리고 혜경궁 홍씨와의 사랑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나는 전쟁범죄자입니다     
김효순(정치70-74) 포럼 진실과 정의 공동대표
서해문집


지난해 서울대 언론인상을 수상한 김효순 전 한겨레신문 편집인이 쓴 이 책은 마오쩌둥 신중국의 전범 처리 방식이 어떻게 일본인 전범들을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바꾸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범들의 구체적인 증언과 기록을 통해 침략전쟁의 참혹한 실상- 민간인 학살, 약탈과 방화, 생체해부, 전시 성폭행, 세균전 실험 등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귀국 후 ‘중국귀환자연락회’(약칭 중귀련) 단체를 결성해 어떻게 반전평화를 위한 외길을 걸었는지, 생의 마지막까지 일본의 수구 우익진영과 어떻게 정면으로 맞서 싸워왔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들의 행적과 증언을 담은 최초의 책이다.


종자 공공관리 
이승인(농화학84-91) 국립종자원 농업연구관
바른북스 


좀처럼 찾기 쉽지 않은 ‘종자관리’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이 책은 내부 업무편람 수준으로 지켜오던 공공부문의 종자관리 업무지식을 실용학문으로 정리한 전문서이다. 종자관리제도와 역사적 배경, 품종의 국내외 지재권 관리, 품종보호와 특허, 종자보증과 유전자원관리를 포함해 종자관리 실무와 배경지식 전반을 다루고 있다.
업계와 기관, 단체 등에서 현업에 종사하면서 전문성을 높여가려는 사람들에게는 머리맡에 두고 보는 ‘업무지침서’ 또는 ‘현장학습서’로, 대학 및 전문계 고교 전공자들과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학습교재’와 ‘업무안내서’로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