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01호 2019년 1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생각을 세상에 알리기 전에

전경하 논설위원

느티나무 칼럼




전경하
독어교육87-91
서울신문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조적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현재 조국의 최대 적은 과거 조국’이라는 걸 뜻하는 말이다. 페이스북 스타인 조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이나 과거 인터뷰 내용이 그의 행적과 확연히 다름이 드러나면서 온라인 상에 증거 사진처럼 유통됐다.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켰고 서울대와 서울대 출신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서 기존의 생각을 더 강화시켰을 거다.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는 이기적인 엘리트집단’이란 인식 말이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때론 억울하지만 다른 대학 출신도 가끔 그런 평가를 받으니 그러려니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세분화된 평가에 박하다.


서울대 졸업생이 입사해서 받는 평가는 크게 두 가지다. 잘하면 ‘서울대 나왔으니까 당연히 잘하지’하는 폄하된 인정, 못하면 ‘서울대 나온 거 맞나’ 하는 고소해 하는 비웃음. 대학 졸업장이 졸업 이후 모든 것을 보증하지 않는데 사람들은 대학 졸업장이 사람 이마에 붙어 있는 것처럼 사람의 평가 기준으로 쓰곤 한다.


나온 대학을 숨길 수는 없고 숨겨야 할 까닭도 없으니 사회의 평가 기준이 아닌 자신 스스로 평가 기준을 만들어 열심히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학벌이 아닌 스스로가 평가대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스스로의 평가 기준 중 공감 능력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남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남이 하는 말은 그저 허공의 소음일 뿐이다. 분명 말이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도구인데 내가 남의 말을 그렇게 쓰지 않으면 그 또한 나의 말을 그렇게 쓸까 싶다. 공감을 하면, 그동안에 살아온 과정이 달라 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 다음 침묵. 생각하는 지식인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말만 하는 지식인은 절대 불가라는 것을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가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깨달았다. 말은 입을 떠나는 순간 되돌아오지 않는다.


생각을 세상에 알리고 싶거든, 내가 그 행동을 했는지 아니면 할 자신이 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각종 기술의 발달로 기억 못하는 내 말과 글들이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