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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호 2019년 10월] 뉴스 기획

“아이고 허리야”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병 요통

서울대병원 건강톡톡



답변 : 정천기(의학77-83) 모교 신경외과 교수(사진 오른쪽)
진행 : 김민선(의학00-06) 모교 소아청소년과 교수


흔하지만 고통스러운 질병 요통.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감기 다음으로 병원을 많이 찾는 질환이 요통이다. 젊은 사람부터 노인까지 어느날 갑자기 머리 감다 삐끗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다 주저앉는다. 디스크라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만성적인 질환에 오랜 시간 고생하기도 한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그냥 걷기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인지 의견도 분분하다. 모교 가정의학과 김민선 교수가 요통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을 묻고 모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가 자세하게 답했다.   


성장 끝나는 순간 퇴행 시작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기둥입니다. 머리와 다리를 연결해주는 지지대라고 생각은 하지만, 정작 척추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또 뼈가 몇 개로 이루어져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척추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척추는 목, 등, 허리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목뼈 7개, 등뼈 12개, 허리뼈는 5개, 그 아래 천추, 미추 등이 있습니다만 한 덩어리이기 때문에 몇 개로 의미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기둥이 흔들리면 집도 흔들리게 되는데 허리도 마찬가지겠지요. 요통은 누구나 한번은 겪는데 이보다 더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런 질환입니다. 의외로 흔하지만 심각한 요통,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요통이 감기 다음으로 사람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 질환입니다. 그런데 요통의 원인을 우리가 과연 찾을 수 있느냐. 추간판 탈출증이 요통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요통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80%고 추간판 탈출증은 10~15% 정도밖에 안 됩니다. 사람이 직립 보행을 하게 되면서 치러야 할 대가이기 때문에 사실 통증이 어디서 시작됐다는 걸 명확하게 못 찾죠. 무리하면 그냥 아픈 게 맞는 이야기입니다.”


-요통 중에 제일 흔한 질환이 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 탈출증인 것 같습니다. 추간판 탈출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설명 부탁드립니다.
“추간판 탈출증이 왜 생기냐. 추간판이 빠져나오려면 멀쩡한, 다시 말해 퇴행성 변화가 없는 추간판이 빠져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거꾸로 이야기하면, 뼈가 먼저 부러지지 추간판이 먼저 찢어지지는 않습니다. 외상에 의해서. 추간판 탈출이 되려면 퇴행성 변화가 먼저 따릅니다. 젊은 사람들도 퇴행성 추간판 탈출증이 있나 의심이 될 텐데요.
추간판은 우리가 성장이 멈추는 순간부터 퇴행에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키가 더 이상 크지 않으면, 여자의 경우 생리가 시작될 때가 보통 성장이 멈추는 시기죠. 그 이후로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고, 남자는 조금 늦죠.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정도, 그 이후로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고 보면 됩니다.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 다음 약간의 무리한 힘이 갔을 때 제일 잘 빠져나와요.
퇴행성 변화가 심하게 진행된 것이 빠져나오기는 좀 어렵고요. 왜냐하면 퇴행성 변화의 요체가 추간판에서 물이 없어지는 겁니다. 추간판 구조는 고분자 물친화 물질로 돼 있어요. 추간판은 쉽게 말해서 스펀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을 잘 흡수할 수 있는 구조물인데 추간판이 물을 흡수할 수가 없고 약간 딱딱하게 된 상황이 되면 탄력성이 떨어진다고 표현을 하죠. 탄력성이 떨어졌을 때 힘이 가해지면 추간판이 다시 원상태로 복귀하지 못하기 때문에 삐져나오는 상황. 이게 추간판 탈출증입니다.” 


비수술적 시술 많은 것도 문제


-서두에 척추가 여러 가지 있다고 하셨는데요, 목 쪽에 7개, 등 쪽에 12개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위치에 따라서 통증의 양상이나 나타나는 증상들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가장 흔한 게 허리에서는 허리뼈 중에 제일 잘 움직이는 곳이 요추 4번, 5번 사이와 요추 5번과 천추 사이거든요. 자주 움직이는 곳에서 빠져나올 확률이 크죠.

그 다음 우리가 네 발 동물에서 두 발 동물로 직립 하는 순간에 확 젖혀주는 곳이 요추 5번하고 천추 1번 사이예요. 거기가 추간판의 앞 뒤 높이를 따져보면 굉장히 차이가 커요. 그런 데가 취약하죠. 제일 많이 움직이는 곳과 각도가 제일 큰 곳이 제일 취약합니다.
목은 허리보다 조금 빈도가 낮아요. 빈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우선 허리보다 목에 힘이 덜 가죠. 목은 머리만 받쳐주면 되니까요. 허리는 우리 몸 전체를 받쳐주어야 하고요. 물론 가해지는 힘에 따라 훨씬 더 튼튼하게 만들어졌지만 힘 자체가 아무래도 요추에 더 가니까 요추에 더 흔합니다. 그런데 경추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교적 각도가 있는 곳, 그 다음 비교적 잘 움직이는 곳에서 빠져나오게 돼 있어서 경추에서도 제일 많은 곳이 5번과 6번 사이, 4번과 5번 사이입니다.”  


-못 움직이고 고통스럽지만 수술을 너무 쉽게 결정하는 게 아닌가 걱정 될 때도 있어요. 꼭 수술을 해야 되는 경우는 어떤 때인가요.
“수술이 꼭 많다기보다 제가 보기에 거꾸로 최근에는 비수술을 너무 많이 하고 있지 않나 우려가 듭니다. 원인을 생각해 보면, 추간판 탈출증이 10명한테 있다고 할 때 그중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한 사람에 불과해요. 나머지 아홉 사람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건 쉽게 말해 자연스럽게 낫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한 사람한테 뭔가를 해줘야 되는데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특징이 있어요. 수술 적응증이라고 표현을 하죠. 수술하면 이 사람이 확실히 손해보다 이익을 받는다, 임상 자료가 그렇고, 경험이 그렇고, 따져보니 모두 다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표현할 수가 있잖아요.
통증이 너무 심해 죽고 싶은 경우, 아니면 신경이 많이 눌려 못 움직이는 경우, 그 다음 아주 극심해서 신경 여러 개가 고장나 대소변 장애까지 동반하는 경우, 이런 경우라면 수술을 꼭 해야지요.

문제는 신경 한 개가 확실히 고장 나서 마비가 오는 경우예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요추 4번-5번과 요추 5번-천추 사이에 추간판 탈출이 제일 많은데 그 두 군데가 발목 운동 기능과 연관이 있어요.

조금 고장난 경우는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조금 고장난 정도로는 일상생활을 대부분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완전히 고장난, 예를 들면 발목이 툭 떨어져서 위로 도저히 올릴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수술을 해도 70%밖에 회복시킬 수가 없어요. 30%는 회복을 못 시켜요. 수술을 안 하고 회복될 확률은 거의 5% 미만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수술을 안 하는 분들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과거에 수술을 너무 많이 한 반작용이 아닌가 반성을 하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환자분한테 허리 통증의 자연 경과를 정확히 전달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수술이 너무 많지 않느냐, 질문에 제 생각에는 수술보다 시술이 너무 많다고 생각을 합니다. 수술은 지금 말씀드린 이런 마비가 오는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검토를 한번 하시는 게 오히려 좋습니다. 그 다음 이런 마비가 없을 때 수술은 전적으로 선택 사항입니다. 그러니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데 결국 이 선택 사항은 내가 얼마나 아프냐, 정말 아프다고 하면 수술은 도움이 되고요. 참을 만한 아픔이다 그러면 그냥 참는 게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비수술에 대한 광고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시계추처럼 좀 변화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이것들에 대해서 좀 정확한 경과를 아는 것들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8월호부터 서울대병원 팟캐스트 ‘건강톡톡’ 내용을 요약해 동문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팟캐스트 건강톡톡은 동문들이 궁금해 하는 여러 질병에 대해 해당 분야 권위자가 출연해 상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서울대병원 건강톡톡’을 검색해 구독하면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홈페이지로 들어가 건강정보를 클릭해 건강TV를 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