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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호 2019년 8월] 뉴스 모교소식

“혼자 다니는 새끼 고라니, 길 잃은 게 아닙니다”

연성찬 야생동물센터장 인터뷰


“혼자 다니는 새끼 고라니, 길 잃은 게 아닙니다”






인터뷰 연성찬(수의학84-88) 야생동물센터장



모교 수의과대학에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이하 야생동물센터)를 출범시킨 지 만 2년이 됐다. 연성찬(사진) 센터장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가운데 원대한 비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지난 8월 2일 연 센터장의 연구실에서 야생동물센터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지난 2년 동안의 소감은.
“야생동물센터는 80동 수의과대학 건물의 지하층을 주로 쓴다. 직원들이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오갈 정도로 업무 환경이 열악하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에만 지난 7월 31일 기준 총 51개 종, 634마리의 개체가 구조돼 우리 센터를 거쳐 갔다. 서울보다 녹지면적이 넓은 경상남도와 비슷한 실적이다. 동물에 대한 애정, 생명을 돌본다는 자부심이 없었다면 오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서울대 아닌 ‘서울시’ 동물센터인데.
“우리 센터는 서울시에서 모교에 위탁,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서울대학교에 소속돼 있다. 시는 행정적인 절차나 시민 또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야생동물 교육·홍보 분야에서 간접적인 관여와 협력을 한다.”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최근 들어 동물에 대한 관심 또는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고급 승용차의 뒷좌석에 야생동물을 태워 센터로 데려오기도 하고, 내지 않아도 되는 진료비를 굳이 내고 가겠다는 분들도 있다. 다만 관심과 애정이 지나쳐 잘못된 구조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예를 들어 고라니는 나름대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새끼들을 분산시켜 놓는다. 그런 이유로 혼자 있는 새끼 고라니를 버려지거나 길을 잃은 것으로 오해하고 센터로 데려올 때가 있다. 엄밀히 말해 이는 구조가 아니라 납치다. 야생동물을 대할 땐 반려동물과는 다른 관점과 배려가 필요하다.”


-야생동물센터의 향후 비전은.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 치료, 재활, 방사하면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가 있다. 이를 소스로 연구하면 조류독감이나 광견병 같은 동물 매개 질병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 및 예방법이 개발되리라 기대한다. 또한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생명을 주제로 한 연구의 장을 열어갈 계획이다.”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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