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호 2005년 4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준비된 자에겐 미래가 있다
金 相 浹(외교82-86) SBS 미래부 차장
"미래부가 뭐하는 곳이야?"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그렇다. 필자는 방송사 보도본부 미래부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언론계에서 미래부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부서를 두고 있는 조직은 SBS가 유일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부는 정말 뭐하는 곳인가.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未來'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걸 어떻게 취재하고 보도한다는 말인가.' 당연히 그런 추가질문이 따라 붙을 만하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자.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불연속성의 시대'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썼다. "중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미래(future that has already happened)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주는 미래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미 여기에 와 있다." 드러커의 말처럼 未來가 아니라 旣來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아직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으며, 조만간 거대한 실체를 드러내게 될 일을 미래로 정의한다면 기자로서 구미가 당길 법하다.
SBS가 지난해 9월 제1차 미래한국리포트로 `고령화 충격'을 다룬 배경이다. 5명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20년 뒤 한국에 일어날 미래다. 하지만 이는 결과일 뿐, 고령화는 이미 여기에 와있는 현재진행형의 기래라는 점이 취재의 포인트가 됐다. SBS와 맥킨지가 공동으로 연구에 착수, 7개국 해외취재를 통해 밝혀낸 고령화의 정체는 한마디로 잔인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프랑스가 1백54년이 걸리는 반면 한국은 불과 26년. 단연 세계 최고속이다. 출산율 역시 세계 최저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0년 뒤면 1명이 벌어 1명을 부양하는 인구피라미드의 대역전이 발생하고 백년 뒤면 아예 한국의 인구가 3분의 1로 준다. 국민연금 재정은 정부의 추정보다도 훨씬 빨리 붕괴되고 의료체계도 견뎌내지 못한다. 개개인은 소득의 50% 가까이 `공제'될 각오를 해야 하고 가정까지 해체될 위험에 있다. 더구나 한국은 1만달러 수준의 경제에서 고령화 쇼크를 얻어맞게 된다. 생산인력의 격감과 재정부담의 급증은 한국의 존망을 실험하게 될 것이다.' 미래를 촬영할 방법이 없어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형식까지 빌려가며 대략 이런 요지로 발표한 미래한국리포트에 대한 반향은 예상보다 컸다. 金槿泰보건복지부 장관은 `인구지진(age-quake)'이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국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밝혔고 李憲宰 당시 경제부총리는 "그래서 한국경제에 남은 시간은 10여 년 남짓하다는 것이다"라며 경종을 울렸다. 李鍾郁 WHO 사무총장은 제네바에서 서울까지 올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결국 대통령이 고령화대책을 총괄하는 위원장을 맡기에 이르렀다. 미래부가 뭐하는 것인지를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다. 고령화 문제의 본질적 해법은 일자리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일자리의 미래는 또 어떤가? 이런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 올 1월 발표된 `일자리 위기와 노동의 미래'였다. 이번에는 베인&컴퍼니와 함께 만든 제2차 미래한국리포트는 한국의 실업률이 정부 공식발표보다 실제로는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며, 이대로 가면 2010년엔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1백만개가 `순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표현장에 로봇을 등장시켰고 `노동의 종말'을 저술한 제레미 리프킨을 초청, 20년 뒤면 블루칼라가, 40년 뒤면 화이트칼라가 사라질 가능성도 짚어봤다. 李海瓚국무총리는 강평을 통해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두겠다"고 약속했고 고용률을 정부의 중점관리지표로 삼는 등 후속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풀이는 역시 쉽지 않다. 일자리는 결국 인적 수준의 제고, 즉 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어떨까. 미래읽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벅차고 숨가쁜 일이다. 하지만 풍운이 감도는 동북아 정세에서 보듯, 준비하지 않는 자에겐 미래는 없다는 평범한 격언이 미래부의 고단함을 정당화해준다. 그건 그렇고 "당신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필자는 미련하게도 아내의 이런 예리한 질문에는 준비해 놓은 게 없이 살고 있다.
SBS가 지난해 9월 제1차 미래한국리포트로 `고령화 충격'을 다룬 배경이다. 5명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20년 뒤 한국에 일어날 미래다. 하지만 이는 결과일 뿐, 고령화는 이미 여기에 와있는 현재진행형의 기래라는 점이 취재의 포인트가 됐다. SBS와 맥킨지가 공동으로 연구에 착수, 7개국 해외취재를 통해 밝혀낸 고령화의 정체는 한마디로 잔인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프랑스가 1백54년이 걸리는 반면 한국은 불과 26년. 단연 세계 최고속이다. 출산율 역시 세계 최저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0년 뒤면 1명이 벌어 1명을 부양하는 인구피라미드의 대역전이 발생하고 백년 뒤면 아예 한국의 인구가 3분의 1로 준다. 국민연금 재정은 정부의 추정보다도 훨씬 빨리 붕괴되고 의료체계도 견뎌내지 못한다. 개개인은 소득의 50% 가까이 `공제'될 각오를 해야 하고 가정까지 해체될 위험에 있다. 더구나 한국은 1만달러 수준의 경제에서 고령화 쇼크를 얻어맞게 된다. 생산인력의 격감과 재정부담의 급증은 한국의 존망을 실험하게 될 것이다.' 미래를 촬영할 방법이 없어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형식까지 빌려가며 대략 이런 요지로 발표한 미래한국리포트에 대한 반향은 예상보다 컸다. 金槿泰보건복지부 장관은 `인구지진(age-quake)'이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국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밝혔고 李憲宰 당시 경제부총리는 "그래서 한국경제에 남은 시간은 10여 년 남짓하다는 것이다"라며 경종을 울렸다. 李鍾郁 WHO 사무총장은 제네바에서 서울까지 올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결국 대통령이 고령화대책을 총괄하는 위원장을 맡기에 이르렀다. 미래부가 뭐하는 것인지를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다. 고령화 문제의 본질적 해법은 일자리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일자리의 미래는 또 어떤가? 이런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 올 1월 발표된 `일자리 위기와 노동의 미래'였다. 이번에는 베인&컴퍼니와 함께 만든 제2차 미래한국리포트는 한국의 실업률이 정부 공식발표보다 실제로는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며, 이대로 가면 2010년엔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1백만개가 `순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표현장에 로봇을 등장시켰고 `노동의 종말'을 저술한 제레미 리프킨을 초청, 20년 뒤면 블루칼라가, 40년 뒤면 화이트칼라가 사라질 가능성도 짚어봤다. 李海瓚국무총리는 강평을 통해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두겠다"고 약속했고 고용률을 정부의 중점관리지표로 삼는 등 후속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풀이는 역시 쉽지 않다. 일자리는 결국 인적 수준의 제고, 즉 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어떨까. 미래읽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벅차고 숨가쁜 일이다. 하지만 풍운이 감도는 동북아 정세에서 보듯, 준비하지 않는 자에겐 미래는 없다는 평범한 격언이 미래부의 고단함을 정당화해준다. 그건 그렇고 "당신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필자는 미련하게도 아내의 이런 예리한 질문에는 준비해 놓은 게 없이 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