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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호 2019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귀찮고 힘든 욕실청소, 호텔처럼 해드립니다”

생활서비스 파는 ‘이웃벤처’ 김지홍 대표

생활서비스 파는 ‘이웃벤처’ 김지홍 대표


“귀찮고 힘든 욕실청소, 호텔처럼 해드립니다”




규격화·전문성 내세운 가사서비스
창업 2년만 90여 아파트 단지 확보


대한민국 사람 열 명 중 여섯 명이 사는 아파트. 김지홍(전기공학99-08) 이웃벤처 대표의 눈에는 그 아파트가 미래의 호텔로 보인다. 이웃벤처의 주 고객은 아파트 주민이다. 그런데 “호텔 건물 하나 없이 국내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이 될 회사”를 꿈꾼다. 김 동문이 아파트를 호텔로 만드는 방법, 가사 서비스다.

“지금은 첨단산업이 됐지만 5년 전만 해도 배달 외식업은 생계형 사업이었습니다. 가사청소 시장이 꼭 그렇습니다. 가사도우미라면 여전히 일바지를 입은 중년 여성을 떠올릴 만큼 발전이 더디죠. 저는 가사청소 서비스가 좀더 전문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호텔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이웃벤처는 아파트에 호텔급의 규격화된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서비스 이름도 ‘호텔 앳 홈’을 뜻하는 ‘호호’. 집안에서 가장 까다로운 장소인 욕실부터 시작했다. 4월 말 기준 서울과 수도권 95개 아파트 단지에 욕실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안양의 한 청년 창업공간에서 만난 김 동문은 “노동 시간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사람들은 건조기와 무선청소기 등 값비싼 고급 가전을 써서 가사 노동을 해결하려 노력한다. 욕실을 청소하는 기술은 아직 없다는 것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랜덤으로 가사 도우미를 제공하는 기존 방식은 고객의 요구와 처음 보는 청소 환경, 가사 도우미의 경험이 일치하기 힘듭니다. 매번 청소 품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홈프로’로 불리는 호호의 청소 전문가는 아파트 단지 하나를 전담 관리한다. 30~40평형 아파트의 욕실 두 개를 매주 청소하는 비용이 6만원 안팎. 호텔 하우스키핑처럼 매뉴얼에 따라 50분 내로 하수구는 물론 샤워기 호스 주름 사이까지 말끔하게 닦아준다. 재이용률 70%, 거창한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고객 수를 늘려왔다. 그가 보여준 홈프로들의 시간표에는 방문 청소 일정이 종일 빽빽이 차 있었고 분 단위로 계속 상담이 들어왔다.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일 거라는 처음 예상과 달리 전업주부 이용률이 높고 노부부나 조부모가 아이를 돌봐 주는 가정에서도 많이 신청한다”고 했다.

한때 김 동문은 지금의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완전히 결이 다른 일을 했다. 종합상사와 건설사 등 대기업에 다녔고 마지막 직장인 SK그룹에선 국제유가에 따라 사업 전망을 진단했다. 유가 변동으로 에너지사업이 심하게 출렁이던 무렵이었다. “너무 거대한 이야기여서 회사를 나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어요. 내 스스로 할 수 있되 매일 돈이 벌리고, 시기를 타지 않는 일을 구상했죠.” 아내 이정희(서문02-06) 동문도 자신만의 일을 시작하겠다는 그를 지지해줬다.

2017년 ‘이웃 청년이 욕실 청소를 해준다’는 콘셉트로 자신이 사는 안양 아파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전단지를 돌리고 직접 세제와 청소 도구, 도구를 담는 가방까지 따져 매뉴얼을 만들었다. “요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직접 청소하러 갑니다. 새로운 단지에 가도 한 집만 청소해 보면 그 단지 내 똑같은 욕실들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이웃벤처가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하나씩 제때 이뤄가고 있는 운 좋은 팀”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아직 신생 벤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4월 매출이 1,100만원대인데 올해 들어 전월대비 매출 40% 상승을 이뤄내고 있어 연매출 17억원을 바라본다.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에서 5억원 상당의 초기 투자를 받았고 고객의 예약패턴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좋은 평가를 받아 중소기업청 지원사업 ‘팁스’에도 선정됐다. 곧 시장 진입을 위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송은강(계산통계82-86)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의 격려에 큰 힘을 얻었다. “모든 스타트업이 투자받고 싶어하는 벤처투자사 대표님이세요. 아주 단순하면서도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높게 평가해 주셨죠. 자랑스러웠습니다.”

욕실 청소를 통해 그는 꿈꾸는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봤다. 마침 번잡한 가사 노동을 피해 ‘호캉스’를 즐기는 트렌드도 딱 맞아 떨어졌다. “호텔 이미지를 표방하는 서비스를 정말 주기적으로 이용할지 궁금했어요. 결과는 굉장히 희망적이었죠. 앞으로 다른 부분청소나 세차, 리넨(침구관리), 컨시어지 서비스처럼 고객이 직접 해결해야 했던 것들을 더 편리하게, 완전히 규격화해서 제공하려 합니다. 생활의 광범위한 부분까지 해결하는 저희 시스템을 아파트마다 둔다면 아파트 단지가 곧 호텔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문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서 ‘호호hoho’ 검색

*플러스친구 '호호'소개 페이지 https://pf.kakao.com/_jMSfxl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