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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호 2019년 5월] 기고 에세이

수의대의 미국수의사협회 인정을 축하한다

손영아 성악85-89 남가주 총동창회 부총무국장



손영아 LA총동창회 부총무국장


미주 동문기고


‘Our SNU Vet College is fully accredited by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졸업생을 미국 수의사 협회에서 인정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이 일의 성사에 있어서 양질의 교육에 정진을 다한 모교와 미국 수의학회에서 모교를 알리는 데 수고한 재미 수의사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축하할 일입니다.’


남가주 오션사이드의 임상의이신 강동원(수의학75-79) 선배님이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이다. 이 글을 읽고 소름이 돋았다. 내가 최근 느낀 수의과대학과 수의사에 대한 발견과 감동이 마치 증명이라도 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수의과대를 처음 접한 때는 대학 입학식이었다. 단과대별로 줄을 서서 입학식을 했는데 가나다 순이었는지 음대였던 우리 옆에 수의과대 입학생들이 있었다. 9살 때, 예뻐하던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보름이 넘게 온 동네를 눈물로 찾아 헤맨 이후로 다시는 강아지에게 정을 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10살 때, 선물받은 6개월짜리 셰퍼드가 좋다고 나에게 뛰어왔지만 쩍 벌리는 그 큰 입 속에 내 머리가 다 들어갈 것 같아서 공포에 질린 이후 절대로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심한 고양이 알러지와 아파트 생활 등 여러가지 여건상 대학 입학식에서 본 미래의 수의사들은 정말이지 나와 아무 상관 없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수의과대를 나오면 모두 수의사가 되고 수의사는 애완동물 병원이나 동물원에만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캠퍼스가 달라서 대학 다니는 동안에도 수의과대생과 만날 기회는 더더욱 없었고 그렇게 그쪽 분야에 대해 여전히 무지했던 나였지만, 남가주 동문회에 나오면서 수의과대학과 수의사에 대한 편견 혹은 무지를 깨기 시작했다. 아니, 알수록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먼저 수의과대 동문이 많고 대부분 자기 전공을 살렸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언뜻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공 분야 학자가 아니고서야 이민 사회에서 그리 쉽고 흔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 많은 이민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일을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의대 동문들은 대부분이 수의사로서 정착했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머지도 수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학 동문끼리는 물론, 미주 한인 수의사협회 등 친목 모임도 활발하다. 현재 약 20명의 남가주 동문회 임원 중에도 최용준(수의학81-85) 총무국장님과 이완구(수의학92-99), 김용진(수의학93입) 행사위원 등 3명이나 수의대 동문들이고, 남가주에서 동문들이 운영하는 동물 병원을 보면 LA 등 한인이 많은 지역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 널리 퍼져있다.


수의학을 바탕으로 적성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지도 동문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개인 병원이나 동물원, 해양 동물원 등에서의 임상의는 물론이고 WHO 산하 세계 전염병 센터처럼 전 세계를 다니면서 질병을 연구할 수도 있다. 김영주(수의학89입) 동문처럼 수의과대학 교수도 많고, UCLA 의과대학에서 세포와 유전자를 연구하셨던 박민식(수의학65입) 선배님처럼 의대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또한 약대, 제약회사, 돼지 질병 연구소 등등 생명체 관련이라면 보건 위생까지도 어디든지 실로 광범위하고 다양한 분야에 수의학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수의과대 동문들의 인품에 반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성격은 다양하지만 감히 장담하건대 수의대 동문들은 모두 마음이 따뜻하다.


아무리 아파도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아픔을 찾아내고 고쳐주는 수의사 선생님들을 보면 신기하다. 그래서 박민식 선배님은 수의사들은 정직하다고 하셨나 보다. 애정 어린 편견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이 그렇다. 내과 외과 안과 치과 등등 모든 분야를 섭렵해서 의사소통도 안 되는 아픈 아이들을 치료한다. 따뜻한 마음과 인내심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봉사활동을 하시는 훌륭한 분들도 많다.


미국에서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성적보다 어쩌면 학비가 더 큰 고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물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미국의 대학과 같이 인정을 받게 되었단다. 미국의 약 10%의 학비로 양질의 교육을 받게 되었다. 특히 대를 이어 미국에서 수의사가 되고자 하는 동문 자녀들과 미국 진출을 꿈꾸는 한국의 많은 수의대생들에게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서울대학교의 위상을 드높인 수의대 동문들께 진심으로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