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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호 2019년 5월] 기고 에세이

서울대 총장, 하버드대 총장

강규영 농화학68-72 경상대 명예교수

2019년 2월 8일 서울대학교  27대 총장으로 오세정 교수가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압축 성장 시대에 적절했던 교육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정해진 답을 오차 없이 받아쓰는 모방이 아니라 다양성 속에 꽃피는 독창성과 사유의 힘이 중요하다”며 “경쟁에 뛰어난 준비된 인재를 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곳곳으로부터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해 서울대에서 잠재력을 꽃피우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일부 관직 자리가 뭔지 그 자리를 위해 양심까지도 과감히(?) 던지는 인간, 자기만 잘났다고 우쭐대는 무개념 국민 밉상들을 보면서 어지럽다. 지덕체(智德體)를 갖추고, 가슴 따뜻하고 사람다운 인성을 지닌 근본(根本)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기대해 본다. 가슴 없는 머리가 무슨 소용 있는가?


개교 382년이 된 하버드대 28대(2007.7~2018.6) 총장이었던 파우스트(Drew Gilpin Faust) 박사의 취임사 중 일부를 찾아보았다. “대학교는 다음 학기 결과나, 졸업한 학생이 누군지에 관한 단기적인 것이 아니다. 대학교는 일생의 틀을 빚어내고, 천년 유산을 물려주고, 미래를 창조하는 것에 관해 배우는 것이다.”


그녀는 하버드대 최초의 학부, 대학원 비(非)동문 출신 총장이요, 최초의 여성 총장으로 11년 동안 하버드대를 이끌었다. 파우스트 총장의 몇 가지 업적을 보면 놀랍다. 취임 4개월 만에 “교육은 미국 민주주의를 이끌게 하는 엔진이다”라며 1) 하버드생들에게 학비 걱정 없게 가계지원 장학금을 늘려서 중·저소득 학부모의 학비 지출이 년 소득의 10%를 넘지 않게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정책(net price calculator; 학생과 학부모가 그들의 경제 상황을 입력하면 바로 학비 내역 산출)을 발표했다. 2) 기록적인 90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자금 조성, 3) MIT와 함께 edX(온라인 교육)를, 4) 인문학 교육 확장, 5) 캠퍼스 환경 지속가능성을 일구었다.


“1년을 바라보려면 곡식을 심고, 10년을 내다보려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려면 사람을 길러라.” (일년수곡 십년수목 백년수인 一年樹穀 十年樹木 百年樹人 -  관자(管子))라는 말이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첫 눈에 띄는 것은 총장의 임기이다. 380년 전통의 하버드대는 28대 총장이고, 총장 평균 재임 기간이 14년이다. 서울대는 어떤가? 72년 역사에 26대이다. 3년이 채 안 된다. 그러니 ‘총장 자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자리’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온다. 파우스트 총장은 “천년 유산”을 말하지 않는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누가 총장이 되느냐에 따라 학교의 모습과 분위기가 확 바뀐다. 통찰력과 추진력을 지닌 CEO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유능한 적임자를 적극 찾아 나선다. 4년 후 오 총장의 성적표가 궁금하다.


다음은 명예와 자금력이다. 하버드는 380년 전통 속에 48명의 노벨상 수상자, 32명의 국가원수, 48명의 퓰리처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인적 구성의 규모는 비슷하다고 해도 서울대는 예산 1조, 장학금은 860억 규모이다. 반면, 하버드는 18년도 학교 예산(52억 달러), 기부금(392억 달러), 장학금(50% 이상 장학금, 20% 이상 학부모부담 제로)으로 비교 불가이다. 전통과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어 기부로 이끈 선순환이 아닐까 싶다.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시대에 모든 구성원과 국가적인 뼈저린 혁신이 없이는 리더가 아니라 체이서(chaser)로, 또 팔로어(follower)로 전락할 뿐이다. 야무진 꿈이라도 꾸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