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泰吉(철학46-47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상임 공동대표
●金璟東(사회55-59 모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상임 공동대표
●孫鳳鎬(영문57-61 동덕여대 총장)상임 공동대표
●사 회 : 李漢龜(철학64-68 성균관대 교수)집행위원장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
최근 교육계가 여러 가지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는데 특히 대학 입시 부정 사건과 교사 대필 사건, 일진회 폭력 서클 등이 크게 대두되었다. 잇달아 일어나는 이들 사건들을 통해 윤리 의식의 부재와 도덕성의 붕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의 원로 회원들이 지난 2월 자신들을 먼저 채찍질하고 먼저 모범을 보이겠다는 취지로 석고대죄 의식을 가졌다.
본보는 이들 원로들을 만나 오늘날 잘못된 윤리 의식의 회복과 교육문제 등의 해결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
.청소년 문제는 전적으로 어른들 책임
"타인의 권리ㆍ자유를 최대한 존중해야"
노르웨이, 모든 국민 소득 인터넷에 공개
"제도가 투명사회ㆍ투명기업 만들어"

사 회 : 오늘 이 자리는 우리 사회의 많은 시민 단체들 중에서도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을 소개하고 성숙한 사회라는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함께 얘기하는 자리입니다.
많은 NGO 중에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이 특이한 위치에 있다고 말씀드린 것은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한 것입니다. 하나는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은 6가지 행동 수칙을 정해 놓고 회원들이 이를 먼저 실천하면서 모범을 보이고 이에 동조하는 이들에게로 확대해 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어떤 NGO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회 원로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임의 주역을 맡아 오신 金泰吉대표께서 이 모임의 창립취지부터 설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金泰吉 : 이 모임은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도덕성의 붕괴와 윤리의 부재에 있다는 인식과 우리 사회를 어떻게 하면 더욱 건전하고 도덕성이 살아 있는 사회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각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자문하고 그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바르게 살기를 먼저 실천한다면 사회에 방향 제시를 할 수 있는 떳떳한 발언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성숙한 사회라는 명칭을 썼는데 이는 건전한 사회, 합리적인 사회, 이성적인 사회를 포괄하는 말입니다.
金璟東 : 孫대표께서도 성숙한 사회란 모든 구성원이 자기 책임을 다 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최대한으로 존중하는 의식과 제도가 정착되어 있는 사회라고 정의하신 바 있는데, 그런 사회가 되어야만 모든 사람이 자기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게 되어 사회 전체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孫鳳鎬 : 이 모임의 구성에 앞서 우리가 먼저 행동하면 될 것 아닌가, 무엇 때문에 이 모임을 만드는가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여섯 가지 수칙을 제정, 선언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이 말에 책임을 느껴 구속되는 自繩自縛의 의무감을 갖고 행동에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실천 강령과 모임 구성의 당위성을 천명하게 됐습니다.
사 회 : 우리 회원들을 스스로 묶는 自繩自縛적인 그런 여섯 가지 수칙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金泰吉 : 첫째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직하게 살자, 거짓말하지 말자 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둘째는 환경보호와 검소한 생활을 함으로써 공동의 자산을 아끼자. 셋째 교통규칙을 비롯한 기초질서 지키기, 넷째가 정당한 세금을 납부한다는 것이며, 다섯째는 뇌물을 주거나 받지 않는다는 것인데 요즘 세태를 반영한 것이죠. 끝으로 여섯째는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것입니다.
사 회 : 이 여섯 가지 생활 수칙들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거대한 이념을 표현했다고는 보기 어렵겠지만, 그런 것들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金泰吉 : 그 중에서도 비교적 지키기 쉬운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겠죠. 정당한 세금을 납부한다는 것이 소위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을 느끼는 일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또 가장 어렵다고 하는 것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이죠. 그에 비해 교통질서를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봅니다. 남을 돕는다는 일도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겠죠.
金璟東 : 그런데 교통질서 또는 기초질서를 지킨다는 것이 金泰吉선생님께서는 비교적 쉽다고 하셨는데 사실 비교적 쉽긴 하죠. 자기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 사업하는 사람들이 뇌물 안 준다는 것, 제 때 세금 내는 일 등이 어렵긴 하죠. 그런데 문제는 개인의 행위 차원에서 교통질서나 기초질서를 지킨다는 것이 사실 간단한 것 같은데 실제로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하다 보면 그것조차 쉬운 일이 아님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 회 : 올해로 이 모임이 구성된 지 5년째로 접어 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금년 사업으로는 무엇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金璟東 : 금년에 새로 시작하는 사업은 열린 토론회입니다. 그리고 대중들을 상대로 개최하는 `성숙 아카데미'도 활성화시키려고 합니다. 우리 모임이 그동안 여러 활동을 해왔는데 현안의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과 좀더 가까이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우리 회원만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동참해 의견을 나눠보자는 취지로 `열린 토론회'를 시작을 했죠. `열린사회와 윤리'라는 주제로 지난 2월 정기총회를 개최했는데, 교육 문제 중 여러 입학시험 부정사건이 일어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인성 교육이 망가지고 있다는 그런 취지로 행사를 가진 바 있습니다. 앞으로 가능하면 격월로 연중 5~6회 정도 그때그때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가지고 토론 마당을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 회 : 그 당시 孫鳳鎬대표께서도 金泰吉대표님과 함께 석고대죄 참회 의식을 연출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하신 퍼포먼스와 심포지엄을 통해 우리 교육계의 문제점들을 논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최근 중․고등학생들의 폭력서클인 일진회 같은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총체적인 교육계의 문제점을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孫鳳鎬 :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우리 나라 지식교육 분야는 대학진학률이나 여러 테스트를 통해서 볼 때 세계 1, 2위를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성교육 분야에서는 실패라는 것도 모두가 동의하는 바입니다. 청소년들의 인성교육 문제가 누구의 책임인가요? 우리 아이들이 유전적으로 달리 태어난 것도 아닌데, 기성 사회가 그런 문화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완전히 기성세대 책임이죠. 지난번 우리가 석고대죄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 우리가 먼저 지키고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이자는 뜻이고 결국은 청소년들이 저 모양이 된 것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며 우리가 먼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자는 것입니다.
일진회 폭력에는 크게 3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기성사회가 돈을 벌기 위해, 잠시 쾌락을 즐기기 위해 만든 폭력 문화․영화․TV 프로그램 등이 그런 현상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죠.
또 한 가지는 잘못된 정치 관행에 의한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정치 사회에선 잘못을 쉬쉬 숨기며 감추기에 급급하죠. 때론 부당하게 책임을 전가하는 전통도 있습니다. 가령 중․고등학교에 문제가 생기면 교육부 장관이 물러나는 이상한 책임전가 전통이 있기 때문에 잘못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회상이 이런 폭력문화를 조장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 전통적인 문화, 즉 우리 어른들의 잘못된 문화인데요. 비겁하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너무 약합니다. 일전에 심장이 약한 아이를 몇 명의 아이들이 그 아이가 약하다는 이유로 두들겨 패서 그 아이가 고통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문명화된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요. 약한 자에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것이 바로 비겁의 전형입니다. 일진회 폭력도 강한 아이들이 약한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그 전형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비겁에 대한 인식이 없고 비겁한 것이 왜 나쁜가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교육문제는 전적으로 기성사회의 책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성숙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또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여 이런 문화를 확대하자는 뜻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석고대죄를 한 것입니다.
사 회 : 성숙한 사회에 대한 설명에서도 말씀해주셨지만 한 인간이 성숙한 단계로 들어섰다는 의미는 이성의 계발에 의해 사태를 자율적,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그런 상태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같은 논리로 성숙한 사회라는 것은 합리적인 틀이 잘 유지되면서 어떤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우리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원칙에 입각해서 해결해 나가는 사회라고 정의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성숙한 사회라는 관점에서 볼 때 OECD 국가 중 제일 꼴찌에 가까운 부패지수를 가진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문화를 어떻게 정화할 수 있을까요.
金泰吉 : 아직 묘안이 없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체 상황은 부패 쪽으로 가담하려는 세력과 부패를 이기려는 세력간의 싸움입니다. 이는 개인 안에도 있는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마음과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서로 싸울 때가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패를 이기고자 하는 세력과 스스로 부패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세력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부패를 이기고자 하는 세력이 늘어간다면 그 사회에는 장래가 있습니다. 우리 운동이 결국 부패를 극복하고자 하는 세력의 사람들을 더 끌어안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孫鳳鎬 : 우리 의식이 바뀌는 것이 기본이겠죠.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제도를 부패가 줄어들 수 있도록 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병원에서 번호표가 없었을 당시 무질서하게 진료가 이뤄진 것처럼 번호표 같은 질서를 지키게 하는 제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해 11월에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세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노르웨이 같은 경우 모든 국민의 소득을 인터넷에 공개합니다. 누구든지 국세청에 가면 다른 사람의 소득이 얼마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핀란드의 경우 언론인이 국세청에 가면 모든 사람의 소득을 공개해줍니다. 다른 부패를 막는 제도는 없고 단지 이 제도로 부패를 막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제도와 의식이 함께 따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 회 :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나 기업에서도 투명 사회, 투명 기업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런 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金璟東 : 한 사회의 성숙도 그리고 선진과 후진을 가르는 핵심적인 요인이 부패임에는 틀림없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 부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여러 가지 제도와 구조, 의식 이런 것에 서로 얽혀 생겨나는 것이 부패입니다.
우선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비로소 제도를 고쳐 나갈 수 있거든요. 사회학을 전공한 저로서도 사회의 구조적인 압력 등과 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이론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제도를 만들고 구조를 구성해 나가는 주체는 결국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개인이 생각을 바로 가져도 세상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위 구조적 시스템의 문제가 사람들의 의식 문제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죠. 때문에 효율적으로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개선되는 체제가 필요합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부패가 없는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들에게 다가가서 의식을 고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를 바꾸고 운영하는 데에는 그 주체가 있기 때문에 시민 사회가 일반 국민들의 의식을 바로 갖게 하여 국민들이 계몽된 위치에서 그 주체들에게 압력을 가해 올바른 제도를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金泰吉 : 우리가 편의상 제도와 의식을 둘로 나누어 말하지만 이 둘은 동시적인 것으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방 후 한국의 헌법을 아주 민주적으로 만들었지만 그때 당시 국민의 의식이 민주화되지 못해 의식이 제도를 따르지 못했던 때도 있었듯이 의식과 제도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孫鳳鎬 : 제도를 올바르게 바꾸려는 의식과 동시에 제도를 지키려는 의식 또한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들 들어 지난해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자의 청탁을 근절시키기 위해 뇌물에 대한 엄한 벌금 조치와 신고자에게 상당한 포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역사상 가장 깨끗한 선거가 치러졌죠.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당시 선거의 예를 들면서 좋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선관위에 비리가 생긴다면 언제든 부정은 일어나기 쉬웠던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선협에 몸담고 있을 당시 지속적으로 공선협이 선관위를 감시한 결과 선관위의 신뢰성이 향상되어 오늘날의 깨끗한 선거를 이뤘다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 놓아도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의식이 따르지 않는다면 언제든 부패는 발생하게 되기 마련이죠.
사 회 : 우리 사회의 진로가 산업화 단계를 거쳐 민주화 단계를 이뤘고 지금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종합해 선진화로 나가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우리 사회 발전 방향과 연관해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 운동이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요.
金璟東 : 최근 우리 사회는 기술 혁신의 빠른 속도에 비해 사회의식과 가치관, 제도, 법률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 즉 문화 지체 현상을 겪고 있죠. 경제 성장에 지나치게 국민적 에너지를 쏟게 한 결과, 나머지 부문들이 퇴행되는 현상으로 인해 국민들의 정신생활이 황폐해지고, 사회질서가 무너지기 쉬워지고, 물질지상주의 속에서 갈등이 생겨나 결국 가족 해체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사회 변동의 성격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교정하는 차원에서 우리 사회가 나가야할 방향을 누군가가 제시를 해줘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방향을 제시할 구심점을 찾아야 하는 것인데, 종교적 또는 정치적인 구심점들이 사라진지 오래됐기 때문에 새로운 구심점 구축이 필요하며 우리 모임이 이에 대해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金泰吉 : 우리 사회의 방향을 가시적인 목표로 정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리들 삶의 목표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금까지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목표로 삼고 추구하는 것이 대부분 돈이나 권력, 향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닌 일종의 수단이죠.
돈, 권력, 향락 등과 같은 외면적 가치와는 달리 생명, 건강, 자유, 학문, 예술 등과 같은 내면적 가치는 총량이 제한된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 양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외면적 가치만을 추구한다면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치열한 경쟁을 겪으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발전이 어려워지겠죠. 그러나 내면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면 인격이 고매한 사람이나 건강한 사람 등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내면적 세계만이 각자가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세계라는 점을 서로가 서로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孫鳳鎬 : 돈이 산업사회에서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계속적으로 경제적인 부만을 추구해야 하는가. 저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회의를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얼마 전 타임스지에 난 기사 내용을 보면 삶의 보람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이런 소위 고급 가치라고 말하는 것들을 추구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고 봅니다.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도 서로의 행복에 중요하지만 그 의미는 좀 소극적인 것인 데 반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삶의 의미가 된다면 더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金璟東 : 저도 그 기사를 봤습니다. 인간의 내적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기여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교류하고 함께 잘 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공동체 생활에서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죠. 남과 더불어 살 때는 孫대표께서도 잘 말씀하셨지만 우선 남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남을 도우면서 살 때 부메랑 효과처럼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돌아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남에게 해를 끼쳤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 해가 돌아오게 된다는 부메랑 효과, 이것에 대해서 상당히 깊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 회 : 우리 동문들은 그동안 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사회 일각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결핍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합니다. 사회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이런 사회적 혼란이 온다는 것입니다.
서울대를 졸업했다는 것 자체는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특권을 얻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특권을 얻은 서울대 졸업생들 스스로가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의 사회의식 전반을 한 단계 상승시키려는 것이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의 기본 취지이고 방향인데 이런 관점에서 우리 동문들에게 어떤 지침이 되는 말씀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金泰吉 : 저는 사회자께서 말씀하신 것을 좀 다른 각도에서 약간 역설적인 말을 하겠습니다. 동문들은 서울대에 대한 애교심은 많이 갖되 그것을 너무 겉으로 나타내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서울대에 봉직할 때 신입생들에게 자주 한 말이 있습니다. 잘난 것은 아주 복된 것이나 잘난 것을 과시하는 것은 복을 쫓는다라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동창회가 잘못하면 시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으로는 애교심을 많이 갖되 그것을 겉으로 나타냄으로써 시기의 대상이 되고 또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이 제값을 못한다는 비난을 자초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金璟東 : 서울대가 지금 우리 나라에서 아주 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서울대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양면성에 대해 동문 스스로가 한번 정도는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을 갖고 교정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죠.
우리의 학벌을 내세우거나 엘리트임을 주장하는 일도 피해야겠지만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는 자세를 가지면서 긍정적인 요소를 알리고 더 적극적으로 이를 살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엘리트주의가 엘리트주의로 끝나서는 안 되며 진정한 엘리트로 거듭나야 합니다. 학벌이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 그 만큼 국가와 이웃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죠.
孫鳳鎬 :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노블한 사람에게 오블리게이션이 있다는 말인데 달리 보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은 노블하지 않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죠.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이 결코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단순히 서울대를 졸업했다고 서울대 출신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서울대 출신이라고 함부로 행동하거나 자기의 특권만 누린다면 그것은 사실 노블이 아닙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조금 손해를 보면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서울대 출신들은 그런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만 더 겸손하고 조금만 더 자제한다면 사회가 굉장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 회 : 좋은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성숙한 사회가 실현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전진해 가기를 기원하며 오늘 대담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朴宰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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