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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2019년 2월] 문화 신간안내

4선 국회의원 신기남, 소설가 신영으로 변신

장편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이달의 책

4선 국회의원 신기남, 소설가 신영으로 변신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신영 (본명 신기남 법학70-74) 
솔 출판사 

천정배(법학72-76)·정동영(국사72-79) 국회의원과 함께 ‘천신정 3인방’ 으로 불리며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4선 정치인 신기남(법학70-74·사진) 동문이 소설을 발간해 화제다. 현재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직을 수행중인 그가 ‘신영’이란 필명으로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이란 장편소설을 썼다. 

1월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 동문은 “비로소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문학도의 꿈을 40년 품고 살다 드디어 이뤄냈다”고 했다. 신 동문은 대학 시절 단편 소설로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필명 신영은 새로울 신(新)에 젊을 영(young)자가 더해진 것이다. 그는 “새로운 출발을 하며 젊음을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었다”고 했다.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은 아드리아 해를 바라보고 있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를 배경으로 한다. 달마티안(Dalmatian) 해변에 있는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여행하던 두 남녀의 우연한 만남은 이들의 삶에 짧지만 강렬한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었다. 8년간의 유고전범재판소 재판관 직을 마무리한 법률가 출신 ‘준선’과 꿈속의 세계를 현실로 창조해내는 무대미술가 ‘유지’가 품고 있는 평범하지 않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발칸의 뼈아픈 역사와 한 여인의 개인사가 씨줄과 날줄로 얽히는 중에, 역사적 현장에서의 소설적 상상력이 탁월하게 발휘된다. 

더불어 작가는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나폴레옹, 프랄랴크, 미하일로비치와 티토, 티치아노, 조르조네와 미켈란젤로 등 역사에 족적을 남긴 여러 인물에 대한 풍부한 상상과 사실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특별히 미술 작품에 대한 꼼꼼한 자료 조사를 통해 미켈란젤로, 티치아노 외에도 조르조네라는 걸출한 베네치아 회화의 거장을 소개한다. 이 책은 착실한 여행 안내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인문 교양서로의 기능에도 충실하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층적인 시선에서 발칸전쟁을 탐구하고 해석함으로써 죄와 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깊은 사색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방민호(국문84-89) 모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 소설이 취하고 있는 발칸 지역에서의 낯선 여행기 형식은 우리 삶을 깊이 익게 하면서도 이를 통해 알게 되는 이방의 처절한 역사와 정치는 우리가 처한 어두운 현실 정치의 알레고리로도 읽힐 수 있다”고 평했다. 

신 동문은 ‘책속의 책’에서 소설의 주제를 이렇게 밝힌다. 

“남녀 한 쌍 인물이 등장하지만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요. 다분히 정치적인 성격을 띤 소설이라고 봐요.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세밀하게 파헤치면서 국제 정세와 역사의식을 설명하는데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요. 그것이 이 소설의 진짜 주제라고 해야겠지요.”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은 독자를 단순히 사진을 찍고 돌아보는 여행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공감하고 문명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여행으로 인도할 것이다. 신 동문은 “아드리아의 아름다운 풍광 사이사이에 밴 발칸의 아픈 역사를 더듬어보는 이 소설이 당신의 발길을 친절히 안내하는 다정한 벗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