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호 2005년 3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꼴찌 하다 1등한 학생은 서울대 못간다?
2003년 겨울, 보스톤.
뉴욕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2003년 겨울, 보스톤에 있는 하버드대학에 갔습니다. 캠브리지 지역의 고풍스러움은 항상 마음을 들뜨게 하지요. 하버드에서 오랫동안 면접관으로 일해 온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 신입생들을 뽑는 기준이 궁금했거든요. 그 분에 따르면 하버드의 목표는 `세계적인 리더를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발전가능성'이 큰 사람을 선발합니다. 한 학생이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얼마나 upgrade를 시킬 수 있느냐가 이들의 큰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성적의 trend가 중요합니다. 최종 성적이 비슷하더라도 그때까지의 과정이 하향이냐 수평이냐 상향이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1등이라도, 계속 1등 하는 학생보다 꼴찌에서 1등으로 올라가는 학생의 발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버드가 중시하는 또 하나의 선발기준은 `다양성'입니다. 지역과 인종, 국가, 종교 등의 면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뽑습니다. 미국의 50개 주에서 모두 최소한 1명 이상의 신입생이 나오도록 한다는 게 불문의 원칙입니다. 이 때문에 학교측은 자원이 적은 하와이주에서 매년 신입생을 고르느라 고심한다고 합니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많이 주어집니다.
하버드가 이처럼 가급적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것은 학생들이 `강의실보다 기숙사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2004년 겨울, 서울. 3년간의 뉴욕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이란 곳은 반갑기는 하지만, 모든 게 좀 빡빡하다는 느낌도 들지요. 특히 대학입시를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고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있어서인지 입시기사가 눈에 잘 들어옵니다. 하루는 신문에서 서울대가 농어촌학생들을 특별전형으로 뽑는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제 자신이 강원도 시골출신이라 더 눈에 띄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하버드 선발기준의 `다양성' 추구와도 맥이 통하는 내용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대입수능성적이 발표되는 날은 회사 곳곳에서 학부모들의 희비가 교차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고3 딸의 엄마인 김모 선배의 얼굴은 환하고 여유가 있데요. “점수가 어때요?”라고 여쭤봤더니 답이 “괜찮아!”였습니다. 내친김에 덕담으로 질문 하나 더했습니다. “혹시 만점 아니에요?” 그랬더니 놀라운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운이 좋았나 봐요.” 외고에 다니는 그 학생이 고교에 입학할 때는 거의 꼴찌였다고 합니다. `강남 엄마'들과 달리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볼 때마다 점점 올라가, 2학년 때는 중간쯤이 되고 드디어 고3 막판에는 1등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희망학과가 법대여서 더 반가웠습니다. “따님과 제가 동문이 되겠네요. 훌륭한 후배를 두게 돼서 자랑스럽다”라고 일찌감치 축하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서울대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왜냐고요? 내신점수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는 3년 성적을 평균해서 점수를 매긴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평균하면 중간밖에 되지 않는 성적이지요. 갑자기 하버드가 생각났습니다. 이 학생이 만일 하버드에 지원했다면 평가가 어떠했을까? `성적의 평균'으로 보면 중간에 불과하지만, `성적의 trend'로 보면 단연 발군인 학생 - 하버드와 서울대 중 어느 편의 선발기준이 더 나은지 - 귀국인사를 겸하면서 동문님들께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그 학생은 서울대생의 꿈을 접고 K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들어갔습니다.
2004년 겨울, 서울. 3년간의 뉴욕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이란 곳은 반갑기는 하지만, 모든 게 좀 빡빡하다는 느낌도 들지요. 특히 대학입시를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고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있어서인지 입시기사가 눈에 잘 들어옵니다. 하루는 신문에서 서울대가 농어촌학생들을 특별전형으로 뽑는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제 자신이 강원도 시골출신이라 더 눈에 띄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하버드 선발기준의 `다양성' 추구와도 맥이 통하는 내용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대입수능성적이 발표되는 날은 회사 곳곳에서 학부모들의 희비가 교차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고3 딸의 엄마인 김모 선배의 얼굴은 환하고 여유가 있데요. “점수가 어때요?”라고 여쭤봤더니 답이 “괜찮아!”였습니다. 내친김에 덕담으로 질문 하나 더했습니다. “혹시 만점 아니에요?” 그랬더니 놀라운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운이 좋았나 봐요.” 외고에 다니는 그 학생이 고교에 입학할 때는 거의 꼴찌였다고 합니다. `강남 엄마'들과 달리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볼 때마다 점점 올라가, 2학년 때는 중간쯤이 되고 드디어 고3 막판에는 1등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희망학과가 법대여서 더 반가웠습니다. “따님과 제가 동문이 되겠네요. 훌륭한 후배를 두게 돼서 자랑스럽다”라고 일찌감치 축하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서울대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왜냐고요? 내신점수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는 3년 성적을 평균해서 점수를 매긴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평균하면 중간밖에 되지 않는 성적이지요. 갑자기 하버드가 생각났습니다. 이 학생이 만일 하버드에 지원했다면 평가가 어떠했을까? `성적의 평균'으로 보면 중간에 불과하지만, `성적의 trend'로 보면 단연 발군인 학생 - 하버드와 서울대 중 어느 편의 선발기준이 더 나은지 - 귀국인사를 겸하면서 동문님들께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그 학생은 서울대생의 꿈을 접고 K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들어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