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24호 2005년 3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거짓 없이 원칙과 소신 지켜 쌓은 신뢰가 가장 중요”



대담 : 본보 朴聖姬 논설위원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서점·출판사 운영경험이 도움돼

짧았던 교육부 장관 못내 아쉬워



李海瓚 ( 사회 72-85) 국무총리에겐 정책 현안들을 깊숙이 꿰고 , 가지를 쳐내는 특유의 종합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찬사와 이치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반박을 가해 긴장관계를 형성한다는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

 지난해 6 월말 제 36 대 국무총리에 취임해 뛰어난 국정 장악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李총리를 만나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결론을 내리는 파워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보았다 .

- 먼저 총리 취임 후 8 개월을 스스로 평가하신다면 .

 총리직은 할수록 어려운 자리 같아요 . 처음 취임하면서 ` 일하는 총리 ' 가 되고자 다짐한 대로 앞으로도 지난 기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총리의 역할을 다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할 생각이에요 .



 
- 개인적인 내용부터 여쭤보겠습니다 . 공대에 입학했다가 사회학과로 옮기셨지요 .

1971 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대 섬유공학과에 들어갔는데 한 학기를 다녀보니까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 전과를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절차가 복잡하기에 다시 시험을 쳤어요 . 경제학과와 사회학과 중 어디로 갈까 하다가 사회학과로 선택했지요 .

 - 학교를 오래 다니셨는데 .

 적을 둔 것만 오래 됐지 , 실제로 오래 다닌 건 아니죠 . 세 번 제적됐었어요 . 73 년에 잠시 제적됐는데 그건 학교에서 업무처리를 안해 제적으로 안 나와요 . 74 년에 구속으로 제적돼 80 년 3 월에 복학했다가 7 월에 다시 제적됐고 84 년에 복학 , 85 년 여름에 졸업했어요 .

 - 인생의 청춘을 힘겹게 보내셨는데요 . 득과 실이 있다면 .

 스무 살 때 입학했는데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하게 된 게 88 년부터니까 16 년 동안 수배당하거나 감옥살이하거나 감시당하면서 살았어요 . 힘들었지만 역사에 기여했고 , 민주화라는 우리의 세계관 , 가치관 형성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어요 . 그동안 사람도 많이 만나고 , 인간관계도 형성됐고요 . 저 자신도 성장했고요 . 그 시절에 읽은 책이 인생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거니까요 . 딸아이를 보면 세계 천지를 돌아다녀요 . 지금도 영국에 가 있고 . 우리는 그때 외국은커녕 비행기도 한번 못 타 봤는데 , 지금의 젊은 세대는 참 좋은 세대다 싶어요 . 우리가 치렀던 고통과 희생이 그들에겐 필요 없는 것 아닙니까 . 그 모든 게 어쩌면 우리 세대의 희생을 기반으로 해서 이뤄진 것이지요 .

 - 따님은 대학을 졸업했죠 ? 앞으로 어떻게 살았으면 하시는지요 .

 사학을 전공했어요 . 처음엔 중국의 음식문화사를 공부한다고 하더니 요즘엔 중국음식 만드는 것 자체를 배우겠다고 해요 . 그러라고 했어요 . 뭐든 적성에 맞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 먼저 요리를 배우고 음식문화사는 천천히 해도 될 테고요 .

 - 경력이 다양하시죠 . 서울시 정무부시장 , 교육부 장관 , 5 선 국회의원 등을 지내셨고요 . 국정 운영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될 듯합니다만 ?

 국회의원을 오래 한 게 보탬이 되지요 . 17 년째인데 그동안 정책위 의장만 세 번이나 했고 . 서울시 부시장으로 도시 행정을 한 것도 도움이 많이 됐고 , 교육부 장관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 민주화 운동을 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 그게 바탕이 되고 거기서 가치관이 형성됐으니까요 .

 - 총리께서 서점을 운영하신 것만 아는 사람이 많던데요 .

 서점은 진짜 생계수단이었고 , 출판이 본업이었지요 . 출판하면서 직접 번역도 많이 했고요 . 젊어서 많이 읽고 쓴 데다 사업도 해본 게 결과적으로 국정 운영을 하는데 큰 도움이 돼요 . 당시엔 출판도 허가제였어요 . ` 한마당 ' 이란 이름으로 운영했는데 문병란씨의 시집을 냈다고 허가를 취소하는 바람에 ` 돌베개 ' 로 이름을 바꾸고 발행인을 구하느라 고생했지요 .

 - 살아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대목을 들자면 .

 아쉬움이야 다 있지만 교육부 장관을 조금 더 했었더라면 싶긴 해요 . 1 년 3 개월 정도 했는데 1 년쯤 아니 6 ∼ 7 개월만 더 했어도 교육체계를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됐을 텐데 . 그만둔 다음 장관이 계속 바뀌니까 계획했던 것들도 다 흩어져 버렸어요 .

 - 공교육 문제는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있는데요 . 공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국내의 교원이 35 만명쯤 되는데 자질이 다른 나라보다 낮지는 않습니다 . 문제는 풍토지요 . 잘 가르치자면 열심히 연구하고 , 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 교과내용이 자꾸 바뀌는 만큼 연수와 재교육이 필요하지요 . 교사는 남을 가르치는 직업이기 때문에 평생동안 계속 배워야 해요 . 평생학습 시스템이 필요한 셈이지요 . 그러자면 재원도 문제지만 그보다 교육계의 풍토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

 - 공부하는 교사들이 인정받는 풍토가 돼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

 그럼요 . 다른 나라에선 방학동안 급여를 안줘요 . 재교육은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거죠 . 우리의 경우 방학 동안에도 월급을 주는 건 그동안 연수하고 공부하라는 얘기입니다 . 지금 국내에서 평생소득으로 치면 교사가 가장 좋은 직업 중 하나입니다 . 37 년을 안정되게 다닐 수 있는 직장으로는 거의 유일하고요 . 신분도 보장되고 . 중·고교는 62 세지만 대학은 지금도 65 세죠 . 교육의 안정성을 위해 특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임의대로 해고를 못하게 돼 있으니까요 .

 - 국회의원으로 질문하실 때나 총리로서 답변하실 때 모두 정확하신 걸로 정평이 나있는데요 . 철저히 준비하고 상황을 잘 파악하시는 결과겠지요 . 그런데도 일부에선 답변태도를 문제삼는 등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데요 .

  질의서나 연설문도 거의 직접 작성해요 . 총리실에서 연설문이나 답변서 같은 걸 써주지만 반도 참고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 답변을 내 식대로 하는 건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요 . 질의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는데 그걸 수정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왜곡된 걸 사실이라고 알잖아요 . 그래서 안 물러서는 거예요 . 국민들이 사실을 정확하게 알도록 알려주고 이치를 따지도록 하는 사회가 돼야 발전하지 , 이치를 안 따지고



일자리 창출·자활 지원 정책 추진

재교육·평생학습 등 자기계발 필요


사실을 얼버무려 두는 풍토가 되면 그 사회는 발전하지 못하거든요 .

 - 그렇지만 우리 나라에선 보통 따지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잖아요 . 그런 점에서 손해를 보시는 거구요 . 그런데도 계속 같은 스타일을 유지하실 건가요 .

 그동안 한번도 바꿔본 적이 없어요 . 아랫직원도 저는 따지는 사람을 좋아해요 . 얼버무리고 넘어가면 안되거든요 .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지 , 사실을 잘못 얘기하거나 어떤 것을 제대로 밝혀 놓지 않으면 판단을 잘못할 수 있잖아요.



  판단이란 것은 철저하게 사실에 기초해야 해요 .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설사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해요 . 사실이 다르면 판단한 뒤 수정하기가 어려워요 . 그래서 공적인 일일 경우 철저하게 사실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조정해요 . 金大中 총재와도 그래서 많이 싸웠어요 . 그 분과는 아무도 안 싸워요 . 안 싸운다기보다 주장을 안해요 . 조금 얘기하다 물러서지요 . 그런데 저는 얘기를 했죠 . 그렇게 하면 金총재 근처에 붙어 있기 어렵다고 하는데 저는 끝까지 곁에 있었어요 .

 - 그렇게 끝까지 옆에 계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

 거짓말을 안하는 거지요 . 스스로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 원칙과 소신 ' 을 지키려 노력하고요 . 그러면 신뢰가 생겨요 . 金총재께서도 처음엔 성가셔 하셨지만 나중엔 싫어하신 적이 별로 없어요 . 오랫동안 어려운 결단을 해온 만큼 사실이 잘못되면 왜곡되는 걸 아시니까요 . 타고난 보스셨지요 . 그 분 밑에서 정책위 의장을 세 번이나 했으니 그만큼 서로간에 신뢰가 두터웠다고 봐야죠 .

 盧대통령과도 마찬가지예요 . 안 지 20 년쯤 됐는데 , 한번도 거짓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요 . 이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된다고 얘기하다 다툰 적은 있어도 입장 곤란해서 할 말 안하고 지낸 적은 거의 없어요 . 그러다 보니 요즘엔 견해가 달라도 이해하시고요 .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에도 그런 신뢰가 굉장히 중요해요 . 오늘 오전에도 인적자원 회의를 했는데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께서 “李총리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하시더군요 . 제가 무슨 일을 하자고 하든지 저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 자체의 합리성을 추구하려는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거든요 . 제게 권한을 줘도 그걸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걸 아시는 거지요 .

 - 보통은 솔직성이나 책임감만으론 안된다고 생각하는데요 ?

 제가 보기에는 그게 90% 에요 . 작은 인간관계보다 큰 관계에서 더 중요하고요 . 사리사욕 없이 공의와 합리성을 추구해요 . 제 경우 윗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아랫사람과도 똑같아요 . 그래서인지 우리 방에 오면 나가는 사람이 없어요 . 자기 계발을 위해 그만둔 사람은 있어도 . 여비서도 올해로 17 년째 함께 일하고 있어요 .

 -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이치를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걸 허용하지 못해요 . 그러다 보니 얘기를 직선적으로 하게 되지요 . 요즘 국회에서도 그렇지요 .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는데 내버려두지 않고 잡잖아요 . 양심을 걸고 , 그렇게 말하면 되느냐고 ? 상대방은 그냥 지나가고 싶은데 못하게 하니까 무안해 하지요 . 또 빨리빨리 일해야 되는데 안되면 대놓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압축해요 . 이런 태도들이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거죠 .

 - 최근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낮은 소득과 잦은 실직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 (Working Poor) 이 1 백 30 여 만명에 이르는 걸로 추산됐습니다 . 이들 상당수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에도 포함되지 않아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 대책이 있을는지요 .

 근로빈곤층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1 월 ` 일을 통한 빈곤 탈출 지원대책 ' 을 마련했어요 . 우선 부담이 가장 큰 의료 교육 주거 분야의 복지를 강화하고 ,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한 안정된 일자리 지원 , 자활지원 정책 내실화 등 근로빈곤층이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중이고요 . 일을 더 할수록 혜택이 많아지는 ` 근로소득보전세제 (EITC)' 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 나갈 작정입니다 . EITC 란 저소득 계층의 소득세액이 최저생계비 등을 고려해 산정한 공제액 (Tax Credit) 보다 적을 경우 차액을 환급해 주는 제도예요 .

 - 출산율 저하도 심각한데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해 우선 어떻게 접근할 건지 의논하고 다른 나라 사례와 우리 나라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정도까지 얘기됐어요 . 쉬운 일은 아니죠 . 그렇다고 그냥 둘 수 있는 일도 아니고 . 실은 10 년 전쯤에 경각심을 가졌어야 되는데 늦었죠 .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어요 . 인구가 줄어드는 건 2018 ∼ 2019 년부터거든요 . 남은 10 년 동안 다양한 수단을 써야죠 .

 여성들이 보육과 직장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적령기 사람들이 결혼해서 출산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어야지요 . 이건 일종의 문화가치 현상이거든요 . 의식교육이 있어야지요 . 張夏眞장관이 얘기하던데 , 지방대 학생들이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안 낳으려는 건 가정을 이끌고 자식을 키울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는 거예요 . 보육 주거 자녀교육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직장 등 네 가지가 갖춰져야 의식교육이든 뭐든 할 것 아닙니까 . 저출산 정책이지만 기본적으로 사회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

 -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은 .

 우리 세대는 대학 졸업자가 20% 밖에 안됐어요 . 그러니까 대학 졸업하면 웬만큼 취직이 됐지요 . 진학 못한 80% 는 조건이 낮은 직장에 갔어요 . 지금은 80% 가 대학을 나오는데 예전에 대졸자들이 가던 직장은 30% 밖에 없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 지금도 일자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 40 만개가 있는데 그 자리에 외국인을 채용했잖아요 . 이 문제는 국민소득이 1 만 5 천불쯤 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겁니다 . 우리는 지금 1 천 5 백불 이하 , 그러니까 월급 1 백만∼ 1 백 50 만원짜리 이하 직장엔 안 갑니다 . 대학을 졸업했는데 평균소득도 안되는 직장에 간다는 걸 생각하기 어려운 거예요 . 이런 현상은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더해져요 . 유럽은 우리보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요 . 사회보장이 돼 취업을 안하고도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

 - 우리와 유럽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요 .

 우리도 가능해요 . 독일의 경우 평균 소득이 2 만 5 천불 가량 되는데 청년 실업률이 10% 선을 넘었어요 . 대학생들이 학교를 너무 오래 다녀 8 년 이상 못 다니도록 대학생 정년제를 도입했어요 . 그들이 안하는 일은 쿠르드족이 해요 . 그런데도 국가가 운영되는 건 취업자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만들기 때문이에요 . 우리는 1 인당 5 천불 어치를 수출하는데 독일은 1 만불 어치를 수출해요 . 내수에서 1 만 5 천불을 생산하니까 1 인당 2 만 5 천불 어치를 생산하는 거죠 .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사회안전망을 짜는 겁니다 . 그러니까 10% 의 실업률도 커버되고요 .

 - 우리도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리라 보시는 건가요 .

 그럼요 , 그렇게 안하면 나라가 망하게 돼 있는데요 . 우리는 부존자원이 없어 다른 나라의 자원을 수입해다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해 왔어요 . 이제부터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해요 . 그러자면 기술개발과 인적자원 개발이 필수적이고요 . - 그러자면 국내 대학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할 텐데요 .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정부는 그런 대학에 대해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

 자발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지원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구조개혁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에요 . 금년에는 대학구조개혁 재정지원사업 예산으로 8 백억원을 확보했고 연차적으로 지원규모를 확대할 겁니다 .

 - 한편에선 정부의 대학 관련 정책이 서울대 죽이기라는 얘기가 많은데요 .

 서울대의 역할은 각 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것이잖아요 . 그런데 서울대의 독점이 너무 심하다 보니까 견제를 많이 받는 거죠 . 그렇다고 서울대를 폐지하거나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요 . 서울대가 폐지된다는 것은 고급인력 양성제도가 후퇴한다는 말이에요 .

 다만 서울대가 좀 더 개방적으로 될 필요는 있겠지요 . 학부보다 대학원에 중점을 둬 각 대학에서 수준 높은 연구를 할 사람들이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고급인력으로 양성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 학부에선 사회적인 돈벌이와는 관계없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분야 , 즉 수학이나 철학 , 역사 같은 분야를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 이런 분야의 인재 육성은 필히 국가가 해야 하니까요 . 대신에 의학 , 경영학 , 법률 , 사회복지 , 교육 , 공학 같은 사회적 수요가 많은 분야는 대학원에서 타대학 학부생들을 받아서 양성하는 쪽으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겁니다 . 그렇게 해서 학부 대 대학원생의 비율이 지금의 2 대 1 에서 거꾸로 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

 - 대학원 진학이 종래의 대학 진학과 같은 수준이 된다는 뜻인가요 .

10 년 전까지는 그랬죠 . 지금은 사회가 복잡해지고 글로벌화되다보니 법률 , 외교 , 경영학 , 교육 등 여러 분야가 국제경쟁력을 갖추자면 전문대학원 졸업 정도의 수준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 국민소득 1 만 5 천불이 됐다는 것은 그런 고급인력을 가져야 하는 사회라는 거죠 .

 - 그렇게 되면 공부하는 기간은 길어지고 취업연령은 높아질 텐데요 . 정년은 자꾸 단축되고 . 결국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요 .

 동일직종에서의 정년을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 일하는 정년은 늘어나야죠 . 한 직장에서 정년을 확보하려고 하지 말고요 .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자기를 재교육하고 평생학습을 해서 자꾸 계발해야 해요 . 동일직장에선 오래 갈 수 없으니까요 . 그러면 그 조직 자체가 경직되거든요 . 공무원만 해도 58 세까지 공무원을 하고 나면 58 세부터 70 세까지 뭘 할 건지는 공무원을 하는 동안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거지요 . 공무원 정년을 억지로 65 세로 늘리려 하지말고 . 자꾸 자기 직장의 정년을 늘리려고 하는데 , 그렇게 해서는 되지 않아요 .

 - 그러자면 나이 든 사람을 위한 일자리가 있어야 하잖아요 ?

 물론이죠 . 국가나 사회가 그런 영역을 개척해줘야죠 . 스스로도 개척해야 하구요 . 가령 기자라면 55 세까지 일한 다음엔 소속사가 없어도 좋은 기사를 써서 팔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죠 . 자료를 준비하고 , 공부하고 , 견문도 넓히고 . 지금까지는 주 6 일제여서 어려웠지만 이제 주 5 일제니까 해야죠 . 그러기 위해 대학 등 사회적 시설을 이용해야 하고요 . 지금은 오후 5 시 면 대학문을 닫잖아요 . 방학 때도 닫고 . 그럼 1 년에 며칠을 쓰는 겁니까 . 그러지 말고 밤 9 시 까지 4 시간을 더 쓰고 방학 동안도 쓰자는 거죠 . 하루 8 시간 쓰던 걸 12 시간 쓰고 , 방학 석달도 쓰면 65% 의 가동률이 더 생기는 거죠 . 시설 활용도가 높아지면 교수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고요 .

 - 어떤 분들과 가깝게 지내시는지요 ? 주량은 ?

 정치를 오래 하다보니 아무래도 국회의원들이 많고 , 고등학교·대학교 동기들이 많아요 . 술은 전엔 많이 마셨어요 . 학교 다닐 때는 소주 10 병도 마시고 보통 한 자리에서 소주 7 ∼ 8 병은 먹었어요 . 요새는 반 병 정도에요 . 반 병 정도면 술은 더 마실 수 있는데 잠이 와요 .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 취미와 일정도 알려주시죠 .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거죠 . 아침 6 시쯤 일어나 신문 보고 , 아침 먹고 , 8 시 에 출근해요 . 조찬모임이 있으면 1 시간 앞당겨서 움직이고 . 아침 8 시반 부터 오전에 회의만 두 세 가지 해요 . 점심도 대개 업무상 모임이죠 . 하루에 보통 12 ∼ 13 건 정도 처리해요 . 공관에 돌아오면 9 시반 이나 10 시쯤 되죠 . 뉴스는 인터넷이나 YTN 으로 보고 자료 좀 검토하다 12 시 넘어 잡니다 . TV 는 축구나 바둑처럼 복잡하지 않은 걸 봅니다 . 바둑은 고등학교 1 학년 때 배워 2 급쯤 되지요 .

 - 대통령께서 쌍꺼풀 수술을 하신 다음 한결 부드러워 보이시는데요 . 총리님께서도 분위기나 사진을 위해 모종의 조치 (?) 를 취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

 원래 그런 거에 대해선 신경 안 써요 . 귀찮기도 하고 . 맡은 일 외에 다른데 신경 쓰는 게 싫어요 . 선거 때도 사진 안 찍고 옛날 사진으로 홍보물 만든 적이 많아요 . 새로 찍은 사진과 이전 사진으로 만든 게 반반쯤 될 거예요 . 국회의원만 아니면 양복도 안 입었을 텐데 할 수 없이 입고 다녔어요 .

 - 동창의 한 분으로서 동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모교에 기부를 많이 해서 하버드보다 더 좋은 대학으로 만들어야지요 . 학교의 역사가 50 ∼ 60 년쯤 돼 동문들이 사회의 지도자가 돼 있으면 학교를 국가에 맡기지 말고 동문들이 맡아야지요 . 동창회 모금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대학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다른 나라의 유수한 대학들은 국가 지원금보다 동문들의 지원금이 더 많아요 . 미국의 캘리포니아 UC 버클리 같은 곳을 보면 주정부는 최소한의 지원만 합니다 . 나머지는 다 동문들이 지원해요 .

 - 바쁘신 가운데 동창회보를 위해서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30 만 동문을 대신해서 건승을 기원합니다 .

〈정리 = 安興燮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