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이란 것은 철저하게 사실에 기초해야 해요 .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설사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해요 . 사실이 다르면 판단한 뒤 수정하기가 어려워요 . 그래서 공적인 일일 경우 철저하게 사실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조정해요 . 金大中 총재와도 그래서 많이 싸웠어요 . 그 분과는 아무도 안 싸워요 . 안 싸운다기보다 주장을 안해요 . 조금 얘기하다 물러서지요 . 그런데 저는 얘기를 했죠 . 그렇게 하면 金총재 근처에 붙어 있기 어렵다고 하는데 저는 끝까지 곁에 있었어요 .
- 그렇게 끝까지 옆에 계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
거짓말을 안하는 거지요 . 스스로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 원칙과 소신 ' 을 지키려 노력하고요 . 그러면 신뢰가 생겨요 . 金총재께서도 처음엔 성가셔 하셨지만 나중엔 싫어하신 적이 별로 없어요 . 오랫동안 어려운 결단을 해온 만큼 사실이 잘못되면 왜곡되는 걸 아시니까요 . 타고난 보스셨지요 . 그 분 밑에서 정책위 의장을 세 번이나 했으니 그만큼 서로간에 신뢰가 두터웠다고 봐야죠 .
盧대통령과도 마찬가지예요 . 안 지 20 년쯤 됐는데 , 한번도 거짓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요 . 이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된다고 얘기하다 다툰 적은 있어도 입장 곤란해서 할 말 안하고 지낸 적은 거의 없어요 . 그러다 보니 요즘엔 견해가 달라도 이해하시고요 .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에도 그런 신뢰가 굉장히 중요해요 . 오늘 오전에도 인적자원 회의를 했는데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께서 “李총리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하시더군요 . 제가 무슨 일을 하자고 하든지 저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 자체의 합리성을 추구하려는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거든요 . 제게 권한을 줘도 그걸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걸 아시는 거지요 .
- 보통은 솔직성이나 책임감만으론 안된다고 생각하는데요 ?
제가 보기에는 그게 90% 에요 . 작은 인간관계보다 큰 관계에서 더 중요하고요 . 사리사욕 없이 공의와 합리성을 추구해요 . 제 경우 윗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아랫사람과도 똑같아요 . 그래서인지 우리 방에 오면 나가는 사람이 없어요 . 자기 계발을 위해 그만둔 사람은 있어도 . 여비서도 올해로 17 년째 함께 일하고 있어요 .
-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이치를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걸 허용하지 못해요 . 그러다 보니 얘기를 직선적으로 하게 되지요 . 요즘 국회에서도 그렇지요 .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는데 내버려두지 않고 잡잖아요 . 양심을 걸고 , 그렇게 말하면 되느냐고 ? 상대방은 그냥 지나가고 싶은데 못하게 하니까 무안해 하지요 . 또 빨리빨리 일해야 되는데 안되면 대놓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압축해요 . 이런 태도들이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거죠 .
- 최근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낮은 소득과 잦은 실직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 (Working Poor) 이 1 백 30 여 만명에 이르는 걸로 추산됐습니다 . 이들 상당수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에도 포함되지 않아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 대책이 있을는지요 .
근로빈곤층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1 월 ` 일을 통한 빈곤 탈출 지원대책 ' 을 마련했어요 . 우선 부담이 가장 큰 의료 교육 주거 분야의 복지를 강화하고 ,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한 안정된 일자리 지원 , 자활지원 정책 내실화 등 근로빈곤층이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중이고요 . 일을 더 할수록 혜택이 많아지는 ` 근로소득보전세제 (EITC)' 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 나갈 작정입니다 . EITC 란 저소득 계층의 소득세액이 최저생계비 등을 고려해 산정한 공제액 (Tax Credit) 보다 적을 경우 차액을 환급해 주는 제도예요 . - 출산율 저하도 심각한데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해 우선 어떻게 접근할 건지 의논하고 다른 나라 사례와 우리 나라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정도까지 얘기됐어요 . 쉬운 일은 아니죠 . 그렇다고 그냥 둘 수 있는 일도 아니고 . 실은 10 년 전쯤에 경각심을 가졌어야 되는데 늦었죠 .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어요 . 인구가 줄어드는 건 2018 ∼ 2019 년부터거든요 . 남은 10 년 동안 다양한 수단을 써야죠 .
여성들이 보육과 직장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적령기 사람들이 결혼해서 출산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어야지요 . 이건 일종의 문화가치 현상이거든요 . 의식교육이 있어야지요 . 張夏眞장관이 얘기하던데 , 지방대 학생들이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안 낳으려는 건 가정을 이끌고 자식을 키울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는 거예요 . 보육 주거 자녀교육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직장 등 네 가지가 갖춰져야 의식교육이든 뭐든 할 것 아닙니까 . 저출산 정책이지만 기본적으로 사회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
-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은 .
우리 세대는 대학 졸업자가 20% 밖에 안됐어요 . 그러니까 대학 졸업하면 웬만큼 취직이 됐지요 . 진학 못한 80% 는 조건이 낮은 직장에 갔어요 . 지금은 80% 가 대학을 나오는데 예전에 대졸자들이 가던 직장은 30% 밖에 없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 지금도 일자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 40 만개가 있는데 그 자리에 외국인을 채용했잖아요 . 이 문제는 국민소득이 1 만 5 천불쯤 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겁니다 . 우리는 지금 1 천 5 백불 이하 , 그러니까 월급 1 백만∼ 1 백 50 만원짜리 이하 직장엔 안 갑니다 . 대학을 졸업했는데 평균소득도 안되는 직장에 간다는 걸 생각하기 어려운 거예요 . 이런 현상은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더해져요 . 유럽은 우리보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요 . 사회보장이 돼 취업을 안하고도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
- 우리와 유럽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요 .
우리도 가능해요 . 독일의 경우 평균 소득이 2 만 5 천불 가량 되는데 청년 실업률이 10% 선을 넘었어요 . 대학생들이 학교를 너무 오래 다녀 8 년 이상 못 다니도록 대학생 정년제를 도입했어요 . 그들이 안하는 일은 쿠르드족이 해요 . 그런데도 국가가 운영되는 건 취업자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만들기 때문이에요 . 우리는 1 인당 5 천불 어치를 수출하는데 독일은 1 만불 어치를 수출해요 . 내수에서 1 만 5 천불을 생산하니까 1 인당 2 만 5 천불 어치를 생산하는 거죠 .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사회안전망을 짜는 겁니다 . 그러니까 10% 의 실업률도 커버되고요 .
- 우리도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리라 보시는 건가요 .
그럼요 , 그렇게 안하면 나라가 망하게 돼 있는데요 . 우리는 부존자원이 없어 다른 나라의 자원을 수입해다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해 왔어요 . 이제부터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해요 . 그러자면 기술개발과 인적자원 개발이 필수적이고요 . - 그러자면 국내 대학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할 텐데요 .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정부는 그런 대학에 대해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
자발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지원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구조개혁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에요 . 금년에는 대학구조개혁 재정지원사업 예산으로 8 백억원을 확보했고 연차적으로 지원규모를 확대할 겁니다 .
- 한편에선 정부의 대학 관련 정책이 서울대 죽이기라는 얘기가 많은데요 .
서울대의 역할은 각 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것이잖아요 . 그런데 서울대의 독점이 너무 심하다 보니까 견제를 많이 받는 거죠 . 그렇다고 서울대를 폐지하거나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요 . 서울대가 폐지된다는 것은 고급인력 양성제도가 후퇴한다는 말이에요 .
다만 서울대가 좀 더 개방적으로 될 필요는 있겠지요 . 학부보다 대학원에 중점을 둬 각 대학에서 수준 높은 연구를 할 사람들이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고급인력으로 양성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 학부에선 사회적인 돈벌이와는 관계없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분야 , 즉 수학이나 철학 , 역사 같은 분야를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 이런 분야의 인재 육성은 필히 국가가 해야 하니까요 . 대신에 의학 , 경영학 , 법률 , 사회복지 , 교육 , 공학 같은 사회적 수요가 많은 분야는 대학원에서 타대학 학부생들을 받아서 양성하는 쪽으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겁니다 . 그렇게 해서 학부 대 대학원생의 비율이 지금의 2 대 1 에서 거꾸로 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
- 대학원 진학이 종래의 대학 진학과 같은 수준이 된다는 뜻인가요 .
10 년 전까지는 그랬죠 . 지금은 사회가 복잡해지고 글로벌화되다보니 법률 , 외교 , 경영학 , 교육 등 여러 분야가 국제경쟁력을 갖추자면 전문대학원 졸업 정도의 수준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 국민소득 1 만 5 천불이 됐다는 것은 그런 고급인력을 가져야 하는 사회라는 거죠 .
- 그렇게 되면 공부하는 기간은 길어지고 취업연령은 높아질 텐데요 . 정년은 자꾸 단축되고 . 결국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요 .
동일직종에서의 정년을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 일하는 정년은 늘어나야죠 . 한 직장에서 정년을 확보하려고 하지 말고요 .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자기를 재교육하고 평생학습을 해서 자꾸 계발해야 해요 . 동일직장에선 오래 갈 수 없으니까요 . 그러면 그 조직 자체가 경직되거든요 . 공무원만 해도 58 세까지 공무원을 하고 나면 58 세부터 70 세까지 뭘 할 건지는 공무원을 하는 동안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거지요 . 공무원 정년을 억지로 65 세로 늘리려 하지말고 . 자꾸 자기 직장의 정년을 늘리려고 하는데 , 그렇게 해서는 되지 않아요 .
- 그러자면 나이 든 사람을 위한 일자리가 있어야 하잖아요 ?
물론이죠 . 국가나 사회가 그런 영역을 개척해줘야죠 . 스스로도 개척해야 하구요 . 가령 기자라면 55 세까지 일한 다음엔 소속사가 없어도 좋은 기사를 써서 팔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죠 . 자료를 준비하고 , 공부하고 , 견문도 넓히고 . 지금까지는 주 6 일제여서 어려웠지만 이제 주 5 일제니까 해야죠 . 그러기 위해 대학 등 사회적 시설을 이용해야 하고요 . 지금은 오후 5 시 면 대학문을 닫잖아요 . 방학 때도 닫고 . 그럼 1 년에 며칠을 쓰는 겁니까 . 그러지 말고 밤 9 시 까지 4 시간을 더 쓰고 방학 동안도 쓰자는 거죠 . 하루 8 시간 쓰던 걸 12 시간 쓰고 , 방학 석달도 쓰면 65% 의 가동률이 더 생기는 거죠 . 시설 활용도가 높아지면 교수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고요 .
- 어떤 분들과 가깝게 지내시는지요 ? 주량은 ?
정치를 오래 하다보니 아무래도 국회의원들이 많고 , 고등학교·대학교 동기들이 많아요 . 술은 전엔 많이 마셨어요 . 학교 다닐 때는 소주 10 병도 마시고 보통 한 자리에서 소주 7 ∼ 8 병은 먹었어요 . 요새는 반 병 정도에요 . 반 병 정도면 술은 더 마실 수 있는데 잠이 와요 .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 취미와 일정도 알려주시죠 .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거죠 . 아침 6 시쯤 일어나 신문 보고 , 아침 먹고 , 8 시 에 출근해요 . 조찬모임이 있으면 1 시간 앞당겨서 움직이고 . 아침 8 시반 부터 오전에 회의만 두 세 가지 해요 . 점심도 대개 업무상 모임이죠 . 하루에 보통 12 ∼ 13 건 정도 처리해요 . 공관에 돌아오면 9 시반 이나 10 시쯤 되죠 . 뉴스는 인터넷이나 YTN 으로 보고 자료 좀 검토하다 12 시 넘어 잡니다 . TV 는 축구나 바둑처럼 복잡하지 않은 걸 봅니다 . 바둑은 고등학교 1 학년 때 배워 2 급쯤 되지요 .
- 대통령께서 쌍꺼풀 수술을 하신 다음 한결 부드러워 보이시는데요 . 총리님께서도 분위기나 사진을 위해 모종의 조치 (?) 를 취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
원래 그런 거에 대해선 신경 안 써요 . 귀찮기도 하고 . 맡은 일 외에 다른데 신경 쓰는 게 싫어요 . 선거 때도 사진 안 찍고 옛날 사진으로 홍보물 만든 적이 많아요 . 새로 찍은 사진과 이전 사진으로 만든 게 반반쯤 될 거예요 . 국회의원만 아니면 양복도 안 입었을 텐데 할 수 없이 입고 다녔어요 .
- 동창의 한 분으로서 동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모교에 기부를 많이 해서 하버드보다 더 좋은 대학으로 만들어야지요 . 학교의 역사가 50 ∼ 60 년쯤 돼 동문들이 사회의 지도자가 돼 있으면 학교를 국가에 맡기지 말고 동문들이 맡아야지요 . 동창회 모금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대학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다른 나라의 유수한 대학들은 국가 지원금보다 동문들의 지원금이 더 많아요 . 미국의 캘리포니아 UC 버클리 같은 곳을 보면 주정부는 최소한의 지원만 합니다 . 나머지는 다 동문들이 지원해요 .
- 바쁘신 가운데 동창회보를 위해서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30 만 동문을 대신해서 건승을 기원합니다 .
〈정리 = 安興燮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