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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486호 2018년 9월] 기고 사진

약육강식 호시탐탐

이오봉 교수의 사진 한 컷




Canon 5D Mark III, 24-105mm 줌 렌즈, 감도 ISO 320, 셔터 스피드 320분의 1초, 조리개 F16, 포커싱을 Auto로 놓고 연속 촬영



사진 한컷


약육강식 호시탐탐 

이오봉
교육61-70
전 월간조선 사진부장


사진은 사물이나 사건의 공간, 형태, 빛, 움직임, 관계, 울림, 명암, 질감, 리듬 등을 보여준다. 사진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비유나 메타포(Metaphor)를 생각하기 전에 결정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가의 내용을 감지하는 능력-지성과 형식을 창출하는 능력-감성 그리고  셔터를 누를 때의 본능적인 반사신경-육체가 동시에 작용하며 조화를 이루는 행위다. (Philip Perkis, ‘Teaching  Photography’에서)


사진이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점 하나는 바로 작가의 의도보다는 즉흥성에 더 의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진에서 우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을 찍고자 눈길을 주는 순간은 현재다. 사진 속의 프레임 안과 밖에는 현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도 담겨져 있다. 있어야 한다.


작년 9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국경에 흐르는 라플라타 강의 하구를 거슬러 가는 뱃전에서 갈매기, 가마우지 등 바닷새들이 뒤엉켜 물위를 떠도는 광경을 본 순간,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알바트로스, 펠리칸 등 큰 바닷새들이 떠도는 곳에는 물고기 떼를 따라다니는 돌고래나 물개를 찍을 수 있으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기대에 어긋나면서 자맥질을 잘 하는 가마우지가 도다리를 물고 물 밖으로 나오자 잠수를 못하는 갈매기들이 가마우지의 먹이를 빼앗으려 추격전을 벌이는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중국이나 일본, 남미에서는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 아랫부분을 묶어 놓고 잡은 물고기를 토해내게 하는 ‘가마우지 고기잡이’가 있다.


라플라타 강 하구의 가마우지들과 강대국의 위협에 시달리는 약소국가들의 생존은 인간이 즐기는 ‘가마우지 고기잡이’와 다를 바 없다.


약육강식(弱肉强食) 호시탐탐(虎視眈眈).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기보다 두 장의 시퀀스(Sequence) 사진을 시리즈로 엮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