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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호 2018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보고 싶은 한국, 외국인들에게 알려주죠”

신승현 여행 스타트업 펀타스틱코리아 대표


“보고 싶은 한국, 외국인들에게 알려주죠”

신승현 여행 스타트업 펀타스틱코리아 대표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 80% 차지
꿈꾸던 여행했단 말 들을 때 보람


경험은 때로 경력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여행 스타트업 펀타스틱코리아를 운영하는 신승현(경영05-09) 동문의 경력은 다음과 같다. 모교 경영학과 졸업 후 대기업 건설사 근무, 에어비앤비 근무. 인바운드 여행(외국인의 국내 여행) 전문 기업 펀타스틱코리아 창업,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관광분야 최대 영예인 창조관광기업 선정.

그 사이사이엔 이런 경험들이 숨어 있다. 회사를 그만둔 후 관광 기념품을 만들어 인사동에서 팔았고, 이태원과 홍대에 원룸을 얻어 5년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다. 외국인 농활캠프를 운영했고 다년간 세계로 ‘생활 여행’을 다녔다. 이만하면 ‘여행자의 마음을 꿰뚫어보겠다’ 싶다. 부침이 심한 관광업에서 8년간 버틴 저력도 보인다. 지난 4월 19일 당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 동문은 “직접 관광객을 손님으로 받아본 경험이 여행사업의 자산이자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숙소에 머무는 외국인들이 강촌 레일바이크를 예약해줄 수 있냐고 문의하곤 했어요. 아마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걸 본 것 같아요. 인기가 좋아서 미리 예약하고 싶은데 외국인들이 쓰기엔 예약 사이트가 너무 불편한 거예요. 아쉬운 마음에 도와주기 시작했죠.”

대학 시절부터 관광 분야 일을 꿈꿔온 그였다. 외국인 여행객의 도우미를 자처하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인바운드 여행의 실상을 마주하게 됐다. 외국인이 숙박과 교통편을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고, 지방 여행은 엄두도 못 냈다. 외국인 손님이 적지 않은데도 레일바이크 업체엔 영문 안전수칙 하나 없었다.

결국 직접 나섰다. 2013년 펀타스틱코리아를 세운 것.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외국인 여행객과 국내 여행 상품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형태의 기업이다. 놀이공원과 가평 남이섬, 아침고요수목원 등 유명 관광지 입장권 예약 등을 기본으로 400여 개의 맞춤 여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강촌 레일바이크, 딸기 수확체험, DMZ 투어 등 ‘롱테일 상품’으로 기획한 이색·틈새 상품들이 강점”이라는 그의 설명. 원하는 일정에 맞춰 교통편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투어, 공항 픽업과 배달음식 서비스도 고를 수 있다.

“러시아, 미주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이용해 주시는데 동남아 고객들이 전체의 80% 정도 돼요. 특이한 여행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죠. 13인 대가족이 8박 9일 동안 동해안 일주를 한 경우도 있어요. 다양한 손님들이 하고 싶은 여행을 마음껏 하도록 도와주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유커 열풍이 거셀 때도 그는 뚝심 있게 동남아인 여행자들만 바라봤다. 쇼핑만 하고 가는 중국인 관광객은 자사의 서비스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 투자 한 푼 없이 우직하게 버틴 끝에 한한령으로 직격탄을 맞은 업체들이 뒤늦게 동남아 시장으로 선회했을 때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입소문을 타고 현재 월 8,000명의 관광객이 이용한다.

여행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지만 한때는 “‘졸업 후 컨설팅회사 취업, 미국 유학’처럼 계획을 정해놓고 쫓아가기에 바빴다”는 그다. 모교 재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간 일본에서 ‘사회적인 알람’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또래들을 접한 것이 터닝포인트였다. 그나마 관광업과 가까워 보여 들어갔던 대기업 부동산 개발팀에도 과감히 사표를 쓰고 차근차근 관광업의 밑바닥부터 경험해 지금까지 왔다. “퇴사 후 경험을 쌓고 싶어 민박집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는데 자꾸 떨어지길래, 이력서에서 ‘서울대’를 지워봤더니 곧바로 붙더라”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펀타스틱코리아는 지난 3월 ‘인디웨이’로 서비스명을 재론칭했다. 신뢰가 두터워진 외국인 고객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태국 등에서도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글로벌 여행 서비스로 확장한 것이다. 이미 탄탄하게 갖춘 시스템이 있어 콘텐츠를 늘리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해외에 있는 외국인 현지 직원을 채용해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

“외국인을 이해하고, 외국인에게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해요. 한국을 여행하면서 저희에게 고마워했던 손님들이 참 많았어요. 남들이 다 파는 상품을 팔았을 땐 그런 얘길 못 듣는 것 같아요. 다양한 나라에서 인디웨이 특유의 맞춤 여행 상품으로 승부하고 싶습니다.”

▽펀타스틱코리아가 서비스하는 인디웨이 홈페이지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