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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18년 4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북핵 악몽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신각수 전 주일대사

2020년 북 핵무장 완성 전망...이번 대화로 CVID 달성해야



 신각수(법학73-77)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주일대사


올해 봄은 미세먼지로 봄기운을 몸으로 만끽하기에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함께 찾아온 남북관계의 해빙과 비핵화 대화가 북핵문제의 고도화로 고조되었던 작년의 한반도 위기에 비하면 훨씬 안도감을 주어 다행이다. 1월초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우리 정부의 적극적 화답으로 시작된 남북고위대화는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되었다. 지난 3월 말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7년간의 냉랭한 북중 관계를 청산하고 북핵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첫 해외방문국가로 중국을 전격 방문하였다. 한편 이러한 격렬한 북핵 게임에서 소외되는 것을 경계하는 일본도 4월 중순 미일정상회담에 이어 6월초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고 러시아도 뒤를 이을 기세다. 5월 9일 동경에서 개최될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포함하면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의 파워매트릭스가 한층 복잡해지는 가운데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0여년 끌어온 북핵 게임은 이제 고비를 맞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6년간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여 사실상 핵무장국가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6회의 핵실험과 집중적인 미사일 실험을 통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6차 핵실험에서는 증강핵분열탄으로 약 200킬로톤의 파괴력을 가진 핵탄두를 개발하였으며, 다양한 미사일에 탑재 가능하도록 소형화·경량화·다종화·표준화를 이루었다. 핵무기의 상호확증파괴(MAD)에 의한 억지력에 필요한 2차 공격능력을 보유하기까지 일부 기술적 보완과 양산·실험·배치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개발속도를 감안하면 2020년에는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핵무장 완성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세계의 전략 환경에 엄중한 위협이 된다.


우리는 절대무기인 북한 핵무기의 상시 위협에 놓이게 되어 한반도 군사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미국 본토공격 능력 보유는 한미·미일 군사동맹의 분리효과를 가져와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2007년 시리아에 핵시설을 이전하려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전력이 있고 시리아 화학무기에도 북한이 지원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미 파키스탄과 핵·미사일기술을 교환하였으며, 이란과도 긴밀한 미사일 협력을 하였다. 이런 북한과 중동간의 과거 WMD 확산실적은 국제비확산체제 관점에서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무장은 일본·한국·대만의 연쇄 핵무장을 초래하여 동아시아에서 핵무기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핵무장은 결코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특히 미국은 9.11 테러로 독립 이래 처음으로 본토공격을 당하자 아프가니스탄·이라크를 공격하고 10여 년 넘게 대테러전을 수행하는 등 극히 민감하게 대응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부시정권 당시 악의 축이라 간주한 북한이 자국 본토 공격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옵션을 실행에 옮길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이번에 열린 북핵 대화의 장을 통해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 완성이 가까워짐에 따라 매우 강력한 제재조치가 부과되었다. 제대로 이행될 경우 북한은 수출 90%와 주요 외화 수입원인 노동력 송출이 차단되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김정은정권이 내세운 병진정책이 파탄됨은 물론 조만간 북한경제의 생존과 북한사회의 안정을 직접 위협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다 미국의 군사력사용 위협이 현실화될 위험이 커지자 북한은 작년 화성 15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핵무장 완성을 선언하고 금년 초부터 북핵 대화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최근 북중 정상회담 합의에서 밝힌 바와 같이 북한의 비핵화는 안보와 평화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전제와 단계별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내세워, 한미 양국이 추진하는 일괄타결과는 거리가 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내세운 비핵화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낙관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이번 김정은 방중으로 중국 카드를 확보한 북한이 과거의 핵은 보유한 채 적당히 타협하거나 시간을 벌려는 지연작전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압박으로 인한 긴장에서 대화 전환으로 한반도에 봄은 왔지만 아직 진정한 봄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여야만 진정한 생존이 확보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북한에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비핵화 합의까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유효하도록 국제사회의 단결을 유지해야 한다. 한편 북핵 해결과정에서 우리 전략자산인 한미동맹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북핵 대화가 결실을 맺지 못하면 한반도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핵문제의 직접당사자로서 차분하고 단호한 대처를 통해 어렵사리 얻은 북핵 해결의 마지막 기회를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연결하는 역사적 성취를 이룸으로써 통일의 길이 닫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