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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호 2018년 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평창 평화 평양이 엇갈리는 2월

김창균 (경제80-84) 조선일보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7년 전 7월 7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간,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하얀 봉투에서 카드를 꺼내 보이며 “평창!”이라고 외쳤다. 강원도 평창이 3수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 평창 올림픽이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 이후 30년만에 열리는 국가적 축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또 한 계단 나라 위상을 끌어 올린다. 한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에 이어 동·하계올림픽, 월드컵 축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F1 자동차경주까지 지구촌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다섯 번째 국가가 됐다.


그러나 마냥 즐기고 기뻐하기에는 국내외 사정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 때 유치한 평창 올림픽은 당초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2월 9일 개막식을 주재하고, 2월 25일 밤 열릴 폐막식은 그날 취임식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매듭짓게 돼 있었다. 그랬다면 세 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정파를 뛰어넘어 함께 전세계 손님들을 맞이하고 우리 선수들을 격려하는 흐뭇한 광경이 전개됐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은 복역 중이고 이 전 대통령은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검찰 소환을 받을 처지다.


아슬아슬한 단계까지 긴장도를 높여가던 북핵 위기는 올림픽 기간 동안 일시 정지 모드에 돌입했다. 말 그대로 경기가 진행되는 17일 동안 위기가 유예되는 것일 뿐이다. 25일 폐막식이 끝나는 순간 바로 카운트 다운이 재개될지 모른다. 이번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남북 대화를 미북 대화로 연결해 한반도 비핵화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번 올림픽이 평양올림픽이 됐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은 국제 제재 속에 가쁜 숨을 쉬던 김정은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 한다. 미 CIA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ICBM 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시한이 3개월 남았다”고 보고했던 게 작년 12월초다. 그 시한이 맞다면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쯤이면 ‘진실의 순간’을 맞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피(bloody nose)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대북 예방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 작전에 우려를 표명한 빅터 차 주한 미 대사 내정자를 낙마시키기까지 했다.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쳐볼 순간이 다시 찾아 왔는데 마음 한 구석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25일 평창 올림픽이 끝났을 때 대한민국은 어느 갈래 길로 접어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