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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2005년 2월] 기고 감상평

동문과의 인간관계 이어나가길

嚴 廷 植(71년 新大院卒)서강대 대학원장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어느 학교의 동문이 된다는 것도 분명히 이러한 인간관계의 한 유형이며 나를 규정하는 필연적 요소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몇 가지 점에서 다른 인간관계와 구별되는 특유성을 지니고 있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동문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선 동문은 같은 학교에 다닌 사람들 사이의 인간관계라는 점에서 다른 관계와 구별된다. 또한 학교라는 것이 지니는 기능과 역할 때문에 동문 관계의 특유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란 어떤 종류의 집단인가. 무엇보다도 그것은 교육의 광장이다. 여기서 동문들은 한 때 학생으로서 혹은 피교육자로서 학업에 열중하고 학우들을 사귀었고 경쟁도 했으며 낭만을 지녔고 또 후회와 회한의 어려운 시절을 겪기도 했다.
 이 모든 경험들은 교육을 받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한참 자라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이었기 때문에 소중하고 고귀하며 또한 순수하기까지 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동문이란 바로 이러한 경험을 비슷한 나이에 서로 나눈 사람들이다. 동문들은 이와 같이 서로 과거를 나누었고 그리하여 각자의 자아 속에 짙은 유사점, 예를 들어 서로 비슷한 세계관, 인생관과 가치관 같은 것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고, 또한 그것들이 지금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다면 동문들은 다소 서먹서먹한 `자기 자신'의 모습 외에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동안 헤어져 있던 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어떻게 우리 동문들은 그저 담담한 심정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우리는 동문이 과거를 현재화하는 만큼 현재를 미래화하는 창조적 관계임을 지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동문들을 만날 때 서로의 모습에서 마치 촌닭처럼 허둥대던 지난날의 자기 자신을 혹은 지성이 싹트고 애정을 꽃피우던 그 풋풋한 시절의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특징들은 정서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모교와의 밀착된 관계를 유지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교라는 인생의 교차로에서 우리는 동문들을 만났고 서로 인연을 맺었으며, 가장 소중한 인간관계의 흐름이 바로 거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모교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또한 자기의 삶 전체를 풍요롭게 가꾸어 나갈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