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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2005년 2월] 기고 감상평

바이틀 이슈(vital issue)

金 鍾 逸(56년 法大卒)북한연구소 이사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盧武鉉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미국의 정책 우선 순위 1번으로 삼아달라고 요청하자 부시 美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바이틀 이슈(vital issue)'로 삼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면서 북핵문제는 어디까지나 외교적ㆍ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려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이를 두고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을 침공할 의도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부시 美대통령이 한반도문제(북핵문제)를 처음으로 `바이틀 이슈'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바이틀 이슈'에 대해 우리 나라 외교통상부는
`중요 문제' 또는 `매우 중요한 문제' 정도로 가볍게 해석하고 있으나 그리 간단하게 풀이하고 넘어갈 일이 아닐 것 같다.  그것은 9ㆍ11테러 발생 이후 미국 국민의 대 테러 정서를 감안하고 또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세계전략과 동전략 수행을 위한 군사력 사용 우선 순위를 놓고 살필 때 그 같은 해석은 부적절하며 말이 뜻하는 것처럼 미국 국민의 死活이 걸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은 그동안 탈냉전시대의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개입과 확대정책(engagement and enlargement)'을 적극 추진하며 예상되는 불량국가나 조직, 단체들의 공격에 대비한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여 스스로를 방위하고 동맹국과 우방국을 보호하는 세계질서 유지에 적극 나서왔다.  이 같은 전략은 9ㆍ11테러 발생 후 더욱 강화되고 핵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추진과 함께 현대전의 특수성을 감안한 선제공격(preemption)은 물론이고 선제적 선제공격(preemptive preemption)까지도 불사할 것을 공론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미국은 미국, 유럽, 일본을 잇는 공동관리체제를 구축해가며 기존의 개입과 확대정책을 강화하여 21세기 세계를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단일화 질서로 형성, 관리하고 궁극적으로 민주적 평화(Democratic Peace) 건설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략 수행을 위한 군사력 사용 우선 순위도 첫째 미국 국민의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s), 둘째 중요한 이익(important interests), 셋째 인도주의적 이익(Humanitarian interests) 침해의 경우로 구분해서 美국민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있는 첫 번째 경우에는 어떠한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군사력 사용을 容認하고 있으며 군사력 사용으로 인한 이익과 부담을 較量, 비교평가하는 중대한 이익, 인도주의적 이익 침해의 경우와 구별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 美대통령이 盧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바이틀 이슈'로 삼겠다고 한 말은 바로 이 같은 전략적 내용을 염두에 둔 의미 있는 발언이라 추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는 하되 북한이 6자 회담에 끝내 복귀하지 않을 때는 가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를테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서 군사적 또는 비군사적 제재조치를 취하든지, 아니면 명분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감행하든지, 이라크 전후 처리 결과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지 多者的 제재조치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지 않을 게 분명하다.  얼마 전 `스티븐 해들리' 美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정자로 있을 때 미국의 북핵문제 해결방안은 북한정권의 붕괴가 아니라 정권의 변형 또는 변질(transformation)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로 보는 조심스런 일부 관측도 있었으나 그의 언급은 미국의 기존 전략에 따른 일관된 입장을 밝힌 것이며 6자 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다만 그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盧武鉉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이은 동남아와 유럽 순방시 거론한 북한붕괴론에 대한 무마와 6자 회담 개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과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 있는 복합적인 외교적 메시지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부시 제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변함없이 일관성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무성의한 대응에는 평화적 해결원칙에도 불구하고 제1기 행정부 때보다 더 단호하고 강경하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부시 美대통령이 제2기 출범 취임사에서 `자유의 확산'을 주제어로 선택하고 이를 통한 `폭정의 종식'을 강조한 것을 비롯해 그가 이끌 제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면모나 그들이 그동안 해온 언행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부시 대통령이 APEC회의에 참석했던 최고경영자들과의 대화에서 "북한의 김정일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라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언급한 점 등 일련의 언행은 모두 대북강경정책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의지표현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이제 부시 대통령은 미국 제43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새 행정부를 공식 출범시켰다. 앞으로 부시 행정부의 국가전략이 새롭게 대두된 인권문제와 맞물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북핵문제는 현실적으로 중대한 전기를 맞게 되었으며 이 시점에서 과연 한국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통해 북한을 어떻게 빨리 6자 회담에 복귀시키고 평화적 해결을 실현시켜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