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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2005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급식비 5백원 올린다고 해결되나요?

許 仁 貞(95년 社會大卒)조선일보 우리이웃팀장
 초등학교 2학년인 대식이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9월이다. `아버지 가출. 엄마가 식당 일을 하며 3남매 키움. 저녁을 굶는 경우가 많고, 혼자 있으면 불안해 함.'  IMF 이후 아빠가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3남매는 고스란히 엄마의 몫이 됐다. 식당 일을 끝내고 밤 11시가 넘어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엄마는, 자고 있는 3남매 머리를 쓰다듬으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 이틀 한 것이 아니다. 그 때마다 대식이가 "엄마, 울지 말아요. 내가 아빠 몫까지 할게요"라며 엄마를 위로한다. 이제 겨우 아홉 살. 가장 노릇을 하기엔 어깨가 너무 작은데도 말이다.  석중이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3년 전 엄마가 가출한 후 아빠와 살고 있는 석중이는, 반에서도 소문난 `싸움꾼'이었다.
크레파스 등 준비물을 가져오는 날이 드물었고, 선생님은 석중이를 `문제아'라고 했다.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석중이는 "아무 것도 없다"고 외면했다. 낯을 익힌 후에야 아이는 "수영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내 주제에 뭘…"이라고 말해 마음을 아프게 했었다.  그랬던 아이들이 다섯 달 만에 눈에 띄게 달라졌다. 석중이는 "선생님 기억하겠니"라는 질문에 씩 웃으며 "그럼요"라고 씩씩하게 답한다. 퉁명스럽던 표정도 사라졌다. 대식이는 "수업 시간에 손들고 발표도 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고 자랑이다. `우리이웃학교'를 다니며 달라진 모습이다.  우리이웃학교는 조선일보와 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 기업들이 힘을 모아 결식 아동들에게 맛있는 저녁과 재미있는 공부를 선물하는 방과 후 교실이다. 필자가 이끌고 있는 조선일보 우리이웃네트워크팀에서 지난해 5월 `30만 우리 아이들이 굶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결식 아동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도한 이후, 직접 아이들을 돕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벽에 큼지막한 글씨로 `배고파'라고 낙서했던 승재, 배고픔을 잊기 위해 아침마다 학교 운동장을 20바퀴 뛴다던 윤석이, `식권맨'이라는 별명이 죽기보다 싫다던 성우…. 배고프고 마음까지 고픈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사회적 충격이었다. 각계에서 지원과 관심이 쏟아져 우리이웃학교가 출발할 수 있었다.  보도 당시 "30만이라는 수치는 과장이며 실제 끼니를 거르는 결식 아동은 5만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던 정부도, 결국 태도를 바꿔 아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결식 아동에게 지원하는 급식 단가를 2천원에서 2천5백원으로 올리고, 대상도 5만명에서 25만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이번 `부실 도시락' 파문에서 보듯, 정부 지원이 아이들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혜자' 입장에서 편의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파문 이후 급식 단가를 2천5백원에서 3천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지만, 사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단가 조정보다는 대상 아동의 확대와 아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이다.  우리이웃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대부분은 `실질적인' 결식 아동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상 부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상 아동'에서 제외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 해체와 경제 위기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계속 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결식 아동들 대부분이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몸의 배고픔만 사라진다고 결식 아동의 문제가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이 상태로 큰다면, 사회 전체의 성장도 꿈꿀 수 없는 일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리이웃학교를 다닌 아이들의 변화가 그대로 보여준다. 몸과 마음이 굶주려 있던 아이들은 발표력이 늘고, 성적이 올랐다. 자원봉사자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아이들의 표정까지 밝고 환하게 바꿨다.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해 매일 손바닥을 맞던 아이들은 우리이웃학교의 도움으로 더 이상 `문제아' 소리를 듣지 않는다. 자신감은 아이들이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은 삶을 바꾼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모두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나는 그날까지, 조선일보의 `우리이웃'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