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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2005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청와대 출입기자의 애환을 아시는지

李 康 德(88년 社會大卒)KBS 정치팀 기자
 청와대는 좋은 출입처다. 기사가 많기 때문이다. 그날그날 생산되는 뉴스거리가 많아서 기획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일도 없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하루가 멀다하고 모든 언론의 톱을 장식해줬으니 말이다.  지난 2년간 대통령이 생산한 말을 글로 적은 다음 일렬로 세운다면 지구를 한바퀴 돌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기자들 사이의 농담도 있다. 그 말을 따라 우리의 눈과 귀도 지구를 한바퀴 돈 셈이니 그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는 위로의 소리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A4 용지로 10장 이상 분량의 말을 생산해냈다.  청와대는 그래서 힘든 출입처다. 대통령의 말하는 힘은 밖에 나가서도 줄지 않는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기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애환이다. 다른 나라를 가본다는 설렘과 기대가 歡이라면 현장에서는 대통령의 말에 파묻힌다는 것이 哀다. 대통령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 사이에 15개국 18개 도시를 방문했다. 방문국마다 정상회담과 공식 연설 등 주요 일정이 진행됐고 그것으로도 기사거리는 넘쳤다.  하지만 기자들의 고통은 다른 데 있었다. `공포간담회'로 명명된 동포간담회가 그것이다. 대통령은 가는 도시마다 동포간담회를 했는데 30분, 1시간 정도의 연설은 보통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북핵이나 국내 경제 관련 주요 발언들이 속속 동포간담회를 통해 나왔다. 오늘 동포간담회에서는 대통령이 또 무슨 발언을 할까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호텔에 마련된 기사작성실을 떠날 수도 없는 것이다. 그저 고생도 팔자라는 말처럼 참여정부 들어 청와대를 담당하게 된 기자들의 업보려니 여기고 수용할 수밖에 도리가 있겠는가?  청와대는 나쁜 출입처다. 취재원과 언론간의 의사소통이 사실상 일방적이다. 주는 것만 받아 적어 전달하는 선을 뛰어넘기 힘들다.기자들의 청와대 비서동 출입이 참여정부 들어 금지된 것이다. 일주일에 몇 차례 대통령의 공개 행사가 치러지면 그 때 소수의 기자들이 들어가서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고 참모들과 잠깐 문답을 나누는 것이 거의 전부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이 첫 번째로 만나는 국민이며, 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경우 국민들도 결국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직 대통령의 언론관을 참여정부는 낡은 유착으로 여기는 지도 모르겠다.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통해 기자들을 직접 만난 횟수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가 쌍방향 의사소통의 자리가 될 수는 없다. 보고 듣는 것이 비슷하다 보니 기사의 차별성을 꾀하려는 기자들의 노력은 인위적 가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발언에 대한 취사선택과 시각잡기에 따라 기사가 달라진다.  청와대는 머리 아픈 출입처다. 대통령의 발언 내용과 방향은 사실상 예측 불가다. 대부분의 발언이 원고 없이 진행된다. 핵심 참모들도 대통령의 다음날 발언이 어떤 내용을 담을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참모들에 대한 취재는 오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특히 대통령의 원론중시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관료 출신의 경우 자신의 현실적 진단이 대통령의 해법과 달랐고 결국 입을 닫게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더욱이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과 정책은 다를 수 있다고 공언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의 말이 최종 정책이 아니라 토론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청와대 참모는 부처의 정책 수립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참여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명심하지 않으면 곤란에 처하기 쉽다. 또 전화 통화가 주요 의사소통 수단이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더해진다. 그래서 취재원과 취재기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못돼 정정을 요구하는 일도 가끔 생긴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이 기자들의 전화를 잘 받는다는 것은 이 자리를 빌어 긍정적으로 평가해두고 싶다.  청와대는 빈부격차가 심한 출입처다. 당장 전화 통화 내용부터 기자간 격차가 심하다. 마주 앉은 것도 아닌데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영향력 낮은 매체의 기자를 대할 때면 답변에 흥이 실리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청와대 비서동 출입이 금지되다 보니 참모진과 기자의 만남은 밥자리, 술자리를 통해 이뤄진다. 비록 속 깊은 의사소통은 안 된다 해도 이런 자리에도 끼는 사람들만 주로 낀다.  영어가 사라진 청와대 기자실(오프, 엠바고), 영어가 대우받는 청와대 비서실(로드맵, 매뉴얼).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독서실 책상모양의 기자 작업대. 대부분 답변 내용이 예상되는 대변인의 일일 브리핑. 참여정부 들어 많은 것이 변했다. 달라진 청와대 기자실의 풍경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언론학자들에게 연구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