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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2005년 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세계에서 제일 먼저 담배 추방한 국가가 되어봅시다!

朴在甲 국립암센터 원장

대담 : 본보 朴勝俊논설위원(조선일보 전문기자)

 올해부터 담뱃값이 5백원 정도 오른 것을 계기로 많은 흡연가들이 금연을 결심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을 3백번 이상은 참아야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최근 청와대도 경내에선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3단계에 걸친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흡연은 폐암뿐 아니라 구강·식도·신장·위암 등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암관리와 대책에 대해 국내 최고의 암 전문가이자 금연전도사인 국립암센터 朴在甲(73년 醫大卒)원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남성 전립선암·여성 유방암 조심
흡연 원인 암으로 매일 50명 사망


 - `서울대 출신과 암'이 특별한 관계가 있을까요.

  서울대 출신 중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많고, 서구화된 생활을 하며,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서 수명이 길다고 가정한다면, 암이라는 질병으로 고생할 확률이 높다고 볼 수도 있죠. 평균수명이 늘수록 일반적인 병은 쉽게 고치게 되나 완전정복이 안된 암은 남게 되는 거죠.
  일본이나 영국은 3명 중 1명이 암으로 죽는데, 우리 나라는 4명 중 1명이 죽거든요. 서울대 출신들은 일본이나 영국 생활에 가까워지고 수명도 길어져 암에 노출될 확률이 높죠.
  특히 미국에서는 남성암의 3분의 1이 전립선암인데, 우리는 현재 3% 정도입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전립선암 비율이 10분의 1이죠. 우리 나라도 매우 빠른 속도로 서구화돼 전립선암이 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남성 동문들은 특히 전립선암을 조심해야 됩니다. 그리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식생활이 서구화돼서 고기를 많이 먹고 운동량이 부족한 이유로 대장암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요.
  한편 여성 동문은 자기 일을 하느라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도 적게 낳는데다 분유를 먹일 확률이 높다고 보면 유방암을 조심하여야 하고 또 선진국 질환인 대장암도 조심해야 합니다. 초음파 검사 등 진단 기술의 발달로 갑상선암도 많이 발견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서울대 출신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많이 피웠다는 가정을 한다면 폐암도 조심해야 합니다. 서울대 출신 흡연율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상당히 담배를 많이 피우고,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그러니 담배를 많이 피우는 CEO는 폐암을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담배와 관련해서 방광암, 콩팥암, 췌장암 그리고 심혈관, 뇌혈관 질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 동문들이 암에 걸리게 되면 원장님이 계시는 국립암센터로 와야 하나요.

  서울대 출신들은 암센터를 이용하셔도 되지만 우수한 고급인력과 첨단장비를 갖춘 서울대 병원을 이용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국립암센터는 전국의 암센터나 병원들이 잘 운영되도록 정책을 개발하고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수익성이 없어서 하기 어려운 임상실험이라든지, 연구용 신약에 대한 검증 등을 해야 하는 거죠.

  - 국내 암 치료수준이 세계 10~11위라는 우리 나라의 경제규모와 걸맞는다고 보시는지요.

  우리 나라의 암 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위암·간암·자궁암 같은 경우에는 미국보다 우리가 훨씬 치료성적이 좋습니다. 그리고 폐암 치료수준도 별 차이가 나지 않고, 유방암·대장암은 病期別(진행된 정도에 따라서)로는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이처럼 치료성적은 최고 수준인데, 우리의 의료제도가 왜곡돼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국민들에게 보험의 혜택범위를 넓혀주겠다고 공약은 하면서도 그로 인해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지요.
  환자가 암에 걸리면 50%는 자기 돈이 들어갑니다. 보통 대장암, 위암은 첫해에 1천만원이 드는데 보험 등으로 5백만원이 충당되지만 나머지 반 정도는 자기 주머니에서 나갑니다.
  이런 상황에도 정치가들은 국민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의료계가 나서야 하는데,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의사를 돈만 밝히는 집단으로 매도해 놓아서 그것도 용이하지 못합니다. 저는 국민들에게 이런 하소연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암센터라고 봅니다.

  - 암 치료를 위한 재원문제에 대해 특별한 복안이 있으신가요.

  오는 3월 11일 암센터가 `암 치료 재원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합니다. 부족한 보험재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이지요.
  지금 우리 국민들은 자기 수입의 4.2%를 보험료로 내는데, 미국인은 15%를 냅니다. 우리보다 뒤늦게 뛰어든 대만은 일본과 우리 나라의 현황을 미리 파악하고 현재 우리의 두 배 정도인 8%를 걷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더 제대로 된 의료보험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수입의 1%를 보험료로 더 내자고 하소연하려고 합니다. 1%를 더 내서 우선 암치료를 보장하자는 겁니다. 평소에 자기 수입의 1%를 더 내고 자기 집안에 암환자 발생시 국가가 보장해준다면 대부분 참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의료급여환자인 저소득층 3.5%는 어차피 보험료를 안 내는 분들이고, 오히려 그들도 더 보장을 해줄 수 있는 거죠. 우선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보험료 1%를 더 내어 4조원이 모인다면, 혜택을 못 받던 암환자까지 보장해줄 수 있게 될 겁니다.
  그 다음에 또 1%를 더 거둬서 뇌출혈, 심장마비 등 중증질환을 보장하자는 거죠. 그리고 또 1%를 더 올려서 18세 미만 소아와 미성년자의 치료를 보장하자는 겁니다. 거기다가 최종적으로 보험료를 1% 더 내서 나머지 자기 부담률을 낮춰주자는 거죠. 즉 대만 수준인 8%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감기 같은 낮은 수가의 병을 보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어떨까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만병의 근원인 감기에 보험혜택을 주지 않고 그 돈으로 암을 보장해준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거죠. 문제는 보험료를 적게 걷고도 미국처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어대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보험료 1% 더 내기 운동을 실시해야 합니다.

  - 원장님께서는 담배를 `공적 1호'로 삼아서 추방하려고 하는데, 현재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담배를 많이 피우는 편입니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 나라가 성인남자 흡연율이 1위이고, 청소년 흡연율도 세계 1위라고 합니다. 우리 국민이 1년에 암으로 6만4천여 명이 죽는데, 그 중 30%인 1만9천2백여 명이 담배로 인한 암으로 사망합니다. 매일 50명이 죽고 있습니다. 이것은 열흘에 한번 삼풍백화점 사고가 일어나고, 나흘에 한번 대구지하철 참사가 생겨 일어나는 인사 사고와 맞먹는 수치입니다.
  그 다음에 담배로 인해 사망하는 국민이 1년에 5만명쯤 됩니다. 매일 1백30여 명이 죽어가는데 우리는 왜 조용하게 있는 겁니까? 담배에 관한 한 저도 커다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국민에게 담배의 해악을 제대로 알려야 할 저 역시 예전에는 담배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실 그동안 서울대 동문들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결정을 해온 것이 사실 아닙니까? 저는 이제 우리 서울대 동문들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가끔 담배와 암의 관계가 증명되지 않아 재판에서 지는 경우가 있는데….

  재판부가 서울대 의대에 의견조회를 했을 때, 담배가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쓰고, 누구도 100%를 증명할 수는 없기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고 부수적으로 쓴 것이 잘못 보도된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李鍾郁사무총장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담배와 폐암과의 연관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 것은 지구가 동그란지, 평평한지를 논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 과연 법으로 담배를 규제할 수 있을까요.

  제가 담배의 제조·매매 금지에 대한 입법 청원을 할 예정입니다. 지난 2001년 암센터 개원식에서 당시 金大中대통령께 앞으로 10년 내지 15년 후에는 담배 판매를 금지한다는 입법 예고를 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공개로 건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후에 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한방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치과병원협회 등 의료계의 장들이 결의문에 사인을 했어요.
  그리고 방송 3사의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을 추방했고요. 연합뉴스를 포함한 12개 신문사가 흡연사진을 안 싣기로 하고 금연운동에 동참했습니다. 거기다가 한국노총·민주노총의 연맹위원장들이 담배추방 운동을 벌이기로 사인을 했어요.
  현재까지 국회의원 1백60여 명을 만나 현재까지 1백19명의 동의를 받았어요. 2백99명 대부분을 만나면 최소한 2백명 이상은 동의해 주실거예요. 이렇게 동의를 구한 후에 10년 후부터 담배를 제조 및 매매 금지하자는 입법 청원을 할 겁니다. 대마초는 마약으로 규정해놓고, 그보다 더 독한 담배를 맘대로 사고팔 수 있게 내버려 둘 수 있습니까? 담배로 인해 국민이 매일 1백30명씩 죽는데,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이 법안에 반대할 국회의원은 없다고 봅니다.
  가끔 어떤 이들이 저에게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외국이 있냐고 물어오는데, 왜 우리가 담배를 제일 먼저 추방한 세계 1위가 되면 안되는 겁니까? 외국이 다 한 다음에 할 겁니까? 오히려 우리가 먼저 없애면 미국, 일본, 영국 등이 우리를 우러러 볼 것이고, 대한민국이 하는데 우리도 하자는 식으로 파급효과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게 바로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현재의 원장님은 의대 재학시절의 꿈이 이루어진 모습인가요.

  아주 솔직하게 고백하는데, 저는 사실 남들처럼 앞으로 뭐가 되어야지 하는 꿈이 없었습니다. 6·25전쟁이 일어나고 우리 나라가 불안한 시절에 배곯지 않으려면 의사자격증을 따라는 부친의 말씀을 따라 재수를 해서 의대에 진학했고요. 주변에서 이왕이면 수술을 하는 외과를 선택하라고 권유해서 외과를 하게 되었고, 마침 지도교수가 서울대 병원 외과과장이 되시는 바람에 제가 교수로 뽑히게 되었죠.
  공부는 안하고 연극, 등산, 축구나 하면서 놀다가 교수가 되었으니 제가 얼마나 몸이 달았겠어요. 늘 저는 교수감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 정년퇴임까지 하나라도 제대로 하길 바란다는 당시 학장님의 말씀을 듣고 한가지라도 제대로 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죠. 당시에 국내에는 암세포를 시험관에서 자랄 수 있게 국내에서 개발한 암세포주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82년부터 지금까지 세포주를 만들어 왔고 한가지 욕심을 더 내서 1990년부터는 유전성 암에 대한 연구도 해온 것입니다.

  - 의대 연극반 `의극회' 멤버이셨는데, 지금도 만나십니까.
  의극회의 이번 정기공연 일정이 2월 4일부터 7일까지니까 동창회보가 나올 때쯤이면 공연이 끝났겠는데요.

  - 출연은 안 하십니까.

  재학시절에는 무대에 열 번쯤 서보고 기획도 해봤지만, 요즘은 시간이 너무 없어서 출연은 못합니다. 대신에 후원금을 내고 있죠. 그런데 서울대 의대 교수 중에 연극반 출신이 많다는 거 아시나요? 연극공연을 위해 기획, 무대, 조명, 소품 등을 담당하는 스태프를 `걸레'라고 불렀어요. 무대 뒤에서 남들을 위해서 닦고 돕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는데, 바로 그 걸레 기질을 보고 교수로 뽑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 흔히들 `의사가 하라는 대로는 하고, 의사가 하는 대로는 따라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담배와 관련해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요. 담배가 나쁘면 의사부터 안 피우면서, 자기는 절대 안 피우며, 담배는 독약이라고 해야 옳은 거죠.

  - 술은 건강에 괜찮은 겁니까.

  술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에 두 잔까지는 괜찮다고 하더군요. 술은 발효식품이니 폭음이나 폭주를 피하고 일주일에 두 번 이하로 마시는 것은 건강에 괜찮다고 봅니다.

  - 원장님께서는 골프는 하십니까.

  저는 1년에 네 번쯤 필드에 나갑니다.

  - 바쁘셔서 그런가요.

  그것보다도, 사람의 능력이라는 게 한계가 있는데 이것저것 다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제가 남들보다 힘이 더 있는 것도 아니고 능력이라는 것은 뻔한데. 한 가지 일을 해도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모자라지요.


정기 건강검진이 암예방의 최선책
섬유질 많은 비빔밥 많이 먹어야


  - 원장님도 오래 사셔야 되지 않습니까.

  저의 약점 중에 하나는 배가 나온 겁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우면산에서 빨리 걷기와 2백19개 계단을 왕복하는 운동을 하죠. 제가 연초에 모 신문사에 건강에세이를 썼는데, 담당부장이 `복부비만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고 추가하는 바람에 저를 아는 사람들이 웃었을거예요.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지 배를 넣으려고 해요.

  - 조선일보 자료를 보니 원장님 체중이 80kg으로 나와 있던데요.

  지금은 더 늘었어요. 그래서 아주 위기상황입니다.

  - 그러나 원장님의 음성을 들어봐서는 굉장히 건강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1972년에 결혼을 했는데, 그 전에는 몸무게가 72kg이 나가다가 와이프에게 잘 얻어먹어서인지 6개월만에 78kg으로 늘어났어요. 20년 정도 78kg을 유지했는데 암센터 원장이 되고나서는 1kg씩 늘었어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노동을 하고, 체력을 유지하려고 먹다보니 이렇게 됐지요. 체중이 늘면 못 빼는 것이 저의 큰 딜레마예요.

  - 원장님도 암에 대한 불안을 갖고 계십니까.

  물론이죠. 제가 암센터 원장이 된 후 종합검사를 받으면서 얼마나 불안했는데요. 저에게 암이 발견되면 남들이 얼마나 비웃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요. 지금은 해마다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어요.

  - 역시 건강검진 받을 때 암 등을 검사해보는 것이 암에 대처하는 옳은 길이겠죠.

  그럼요. 그래야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담배를 안 피우고 간염백신 주사를 맞음으로써 폐암과 간암을 애초부터 예방할 수 있고, 위암은 암 전단계에 점막 절제를 통해 예방할 수 있으며, 대장암은 폴립 제거를 통해, 자궁암은 자궁경부에 대한 적절한 처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습니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은 일찍 발견하기가 쉽고 일찍 발견되면 90%이상 완치가 됩니다. 그렇게 하면 암 사망의 70%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국가에서 5대 암 검진을 해주는데, 이것은 국가 예산사업 중에 가장 중요한 거죠. 지금은 저소득층 50%정도만 혜택을 받지만 앞으로 전 국민에게 혜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 원포인트 레슨이라고 할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암 예방 비결이 있다면.

  우선 담배는 절대로 한 모금도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담배를 끊도록 해서 자기 주위에 담배 연기가 없도록 만들라는 거죠. 그 다음에 간염이나 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아무런 증세가 없는 평소에도 믿을 만한 곳에서 검진을 받았으면 합니다. 또 식생활 개선을 통해 옛날 우리 선조들이 드셨던 전통음식을 많이 사랑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 한국 음식이 암 예방에 상당히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옳은 인식입니까.

  제 전공인 대장암 같은 경우에 섬유질이 많은 비빔밥이나 우거지국, 시래기국 같은 것이 좋다고 봅니다. 옛날에 우리가 언제 고기를 많이 먹었나요? 그러니까 기름진 고기를 덜 먹고, 야채 중심의 식생활을 유지하는 게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특히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 등에 상당히 좋다고 봅니다.

  - 인류사를 놓고 볼 때 암 정복은 언제쯤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앞으로 15년 내에는 어떤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결핵 약이 나왔어도 결핵으로 죽는 사람이 있듯이 암환자를 100% 모두 살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니죠.
  아무튼 담배는 무조건 피우지 않고, 유효적절한 치료법을 쓴다면 십중팔구 암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내다봅니다.

  - 암에 가족력이 있다는데 근거가 있는 얘기입니까.

  대물림하는 암들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콩팥에 생기는 암 등의 대략 5%는 대물림을 한다고 보죠. 잘못된 유전자가 자식에게 내려가는 겁니다.

  - 서울대 의대 출신이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저는 서울대인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의료제도가 잘못되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국가와 국민을 설득해서 제대로 된 의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천재적인 두뇌를 활용해서 기술개발을 하고, 의료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발전의 큰 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졸업하신 뒤부터 지금까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라는 게 유효한 선서라고 생각해오셨습니까.

  물론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어떤 깊은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기보다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듣고 배우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외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서울대 의대 교수가 되고 나서 늘 모교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서울대 암연구소장으로 재임하면서 삼성그룹 李健熙회장님으로부터 3백억원(당시 환율로 4천만불에 해당)을 기증받아 삼성연구동을 설립했습니다. 그때 빚을 갚았다는 생각으로 미안한 감정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서울대 의대에 시험을 봤다가 2지망에 합격하고, 1년 재수를 했었습니다. `재수까지 하고 공부도 안 하던 놈이 어떻게 교수가 되어서 껍죽거리냐?' 남들이 그렇게 저를 볼 것이라는 생각이 항상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시험에서 실패를 맛보고 나니까 겸손해 지더라고요. 요즘 재수생들이 저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합니다. 재수하고도 국립암센터 원장이 되어서 성실히 일 잘한다고 말입니다. 또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도 자기 자녀가 대학 시험에 실패하면 "국립암센터 원장도 1차에 떨어졌지만 나중에 저렇게 잘 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 주었으면 합니다.

  - 결국은 의료시스템과 담배라는 벽과 마주치게 되셨다는 말씀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와의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제 남은 인생을 통해 그 두 가지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담배 제조·판매 금지를 성공시키는 일이고, 둘째는 왜곡된 의료제도를 바로 잡고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도 우리 암센터의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국립암센터 운영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의료제도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와 국민들에게 바른 말을 하고 하소연하겠다"고 말입니다.

〈정리=安興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