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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호 2017년 6월] 뉴스 기획

한국전 참전군인 찾아 26개국 여행한 김예진 동문

“백발의 용사들께 큰절 올리니 눈물”



뉴질랜드 파넬 로즈가든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앞에서 참전용사 Peter Dilley 씨와 김예진(오른쪽·미국 이름 한나 김) 동문.



“당신이 60여 년 전 그 곳에 가서 싸우셨기에 제가 여기 있고, 대한민국은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 많은 한국인들이 모두 찾아와 감사드릴 수 없어서 제가 대신 온 거예요. 할아버지, 할머니, 감사합니다.”


재미동포 김예진(영문01-05·미국 이름 한나 김) 동문이 전 세계에 흩어진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찾아가 건넨 말이다. 김 동문은 지난 1월 19일부터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과 남미, 그리스, 에티오피아, 인도, 필리핀, 호주 등 25개국에서 200여 명의 참전용사들을 만났다. 5월 19일 4개월 여정을 마치고 온 그를 인사동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는 그 분들을 잊고 살지만 참전용사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을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집 안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한국에서 찍은 사진과 한국에서 산 인형, 이불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어요.”


‘화해’를 위해 한국전 적대국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갔고, 수소문 끝에 일본 해군 참전용사를 찾기도 했다. 의료지원국 스웨덴에서는 100세가 넘은 옛 간호병을 만날 수 있었지만 터키에서는 5개월 전 세상을 떠난 참전용사의 소식에 안타까워 해야만 했다.“손녀딸이에요” 하며 살갑게 손을 맞잡고, 큰절을 올리는 그에게 참전용사들도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모든 나라에서 한국전 관련 흔적은 작은 기념비나 현판이라도 반드시 찾아서 기록했던 그는 책과 다큐 등으로 이번 여행을 정리해 선보일 생각이다. 참전용사 ‘할아버지’들과 추억을 말할 때마다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열여덟, 열아홉 나이에 멋모르고 참전했지만, 나중에 한국이 성장한 모습을 보신 분들은 잘된 자식을 본 부모의 모습처럼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하셨어요. 살아계시는 동안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보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 다시 뵐 수 있을지, 이들의 희생과 사랑이 잊혀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거워요.”


앞서 김 동문은 풀뿌리 청년단체 ‘리멤버 727’을 만들고 적극적인 지지운동 끝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의 미국 의회 통과를 이끌어냈다. 이후 참전용사 출신 찰스 랭글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워싱턴 정가에 입문, 재미 이산가족 상봉 촉구결의안 등 다섯 개 한국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때 큰 교통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당장 뭔가를 해보자’던 다짐이 원동력이었다.


사고 후유증에 이를 악물고 활동하는 김 동문에게 남가주동창회 등 미주 동문들의 성원은 큰 힘이 됐다. 여섯 살 때 이민한 그는 1년 정도 한국을 경험할 생각으로 서울대에 진학했지만 학부 4년을 즐겁게 보내고 졸업까지 했다. 인문대 야구부 매니저를 맡기도 했다.


지난 6월 1일 김 동문은 “마침내 북한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사이 서울에서 백선엽 장군을 만나기도 했다. 이로써 한국전에 참전한 모든 나라를 다녀온 셈이다. 오는 7월 27일에는 미국 워싱턴 광장에서 10년째 이어온 ‘리멤버 727’ 행사를 연다. “전쟁이 시작된 6·25보다 정전기념일인 7·27을 평화와 희망을 상징하는 날로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정치에 몸담았던 만큼 국제 정세를 마냥 ‘나이브’하게 보진 않아요. 중요한 건 언젠가 다가올 평화 통일을 위한 마음의 준비입니다. 서울대인은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서면서 역사적인 순간마다 열정을 보여줬지요. 함께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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