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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호 2017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화제의 동문 : 그물형 깁스 '오픈캐스트' 개발 박종칠 우리소재 대표

“가려움 없는 그물형 깁스, 세계 시장 30% 점유할 것”



“가려움 없는 그물형 깁스, 세계 시장 30% 점유할 것”


박종칠 우리소재 대표


신소재 적용 오픈캐스트 출시
프리미엄 틈새시장 개척 나서


“170년 전 네덜란드에서 ‘석고캐스트’가 개발된 이래 소위 깁스는 대부분 석고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조금씩 개선된 제품이 나오긴 했지만 솜붕대를 감고 환부 전체를 밀폐시키는 점에선 똑같았죠. ‘오픈캐스트’는 소재·구조·시술방법 등 모든 면에서 깁스의 패러다임을 바꿔놨습니다.”


골절부상으로 깁스착용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그 참기 힘든 불편을 경험했을 것이다. 땀이 차도 씻지 못하고 가려워도 긁지 못하는 고통과 함께 피부질환 등 2차 질병을 겪기도 한다. 박종칠(공업화학81-85) 우리소재 대표가 개발한 오픈캐스트는 말 그대로 환부를 개방, 기존 깁스를 착용했을 때 겪는 모든 불편을 말끔히 해소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아직 언론에 공개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던 제품이 지금은 임상실험을 거쳐 국내 의료시장에 출시됐다. 지난 5월 25일 대전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지금까지 거둔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지난 8년 동안 연구·개발에 주력해왔습니다. 이전까지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었죠. 아주 기발하진 않지만 바꾸면 참 편리할 것들, 그리 어려워보이진 않지만 막상 바꾸려 하면 쉽지 않은 것들에 매달려 왔습니다. 오픈캐스트는 그중 하나입니다. 통기구가 있어 장시간 착용해도 가렵지 않고, 물이 닿아도 젖지 않아 샤워도 할 수 있죠. 피부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니까 2차 질병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회전톱과 가위를 사용해서 제거하는 기존 깁스와 달리 탈부착도 훨씬 편리하죠. 오픈캐스트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입니다.”


오픈캐스트의 원리는 크게 두 가지다. 외력에 따라 세로로 서기도 하고 가로로 눕기도 하는 마름모의 조합을 통해 어떠한 형상이든 만들 수 있다는 점과, 녹는점이 서로 다른 물질을 각각 뼈대와 표면에 활용해 형상을 유지 및 변형시킨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제품 속엔 녹는점이 낮고 딱딱한 물질을 넣는 반면 겉은 녹는점이 높고 말랑말랑한 수지로 둘러싸서 고온에선 환부에 따라 모양을 잡고 상온에서 열이 식으면 그 모양대로 굳어지는 원리다.


“간단한 원리인데 그것을 생각하고 구현해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저희가 벽을 넘은 거죠. 170년 전 방식의 제품이 그대로 쓰이는 로우엔드 시장을 저희가 하이엔드로 바꿔놨습니다. 오픈캐스트는 정확히 말하면 일개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소재이자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이를 응용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 숨어있는 니즈를 발굴하면 이전엔 미처 몰랐던 새로운 시장이 개척될 거라고 봅니다.”


박 대표는 일찍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를 포함 8개국에 25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했고 그중 12건이 등록된 상태다. 국내 깁스 시장규모는 1,000억원 미만. 도매가 기준으론 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OECD 34개국으로 범위를 확장시키면 도매가 기준 연 6,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된다. 박 대표는 이중 최소 30퍼센트를 하이엔드 제품인 오픈캐스트로 프리미엄 시장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3월 국제의료기기 및 병원설비 전시회에 이어 5월에는 유럽정형외과학회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제품을 알리고 있다. 기술개념부터 개발, 사업화 등 전 과정이 순수 국내기술로 진행된 만큼 정부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함께 사업을 이끌 파트너를 찾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완성 단계에 이른 기술과 소재를 활용해 다양하게 사업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한 상황이죠. 판매법인에서 정말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오픈캐스트를 취급하는 병원이 아직은 몇 곳 안 되지만 품질과 편의성을 인정받으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해내는 박 대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녹조문제에 대해서도 사후 처리가 아닌 사전 예방으로 접근했다. 지난해 6월 AWMS(Auto Water Monitoring System)를 개발한 것. AWMS는 댐, 저수지, 하천의 수계를 관리하고 무단방류 같은 사고를 감시하는 장치로서 도로의 CCTV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AWMS를 활용하면 일정기간 주기적으로 수질 이력을 확보해 언제, 어느 지류에서, 어떻게 오염물질이 유입됐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 장비의 핵심역할은 축산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수계가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녹조의 주원인인 축산폐수가 방류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작고 가벼워 운송·관리가 편리하며 설치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죠. 수자원공사가 2016년 AWMS 30여 대를 구매, 이를 이용한 녹조절감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불가능해보이는 것들도 의외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박종칠 대표, 다음엔 또 어떤 흥미로운 제품을 보여줄지 기다려진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