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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호 2017년 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정부 지원 ‘스키점프 자세 제어’ 등 연구 총괄하는 최해천 모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평창올림픽 스키점프 메달 과학으로 따낼 수 있다”

최해천 모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평창올림픽 스키점프 메달 과학으로 따낼 수 있다”





정부 지원 ‘스키점프 자세 제어’ 등 연구 총괄
생체모방 기술의 권위자…거북무늬 골프공도 개발


‘방경태 씨, 스키점프 연구로 ICSS 2016 젊은연구자상 수상’. 신문 한 구석에 실린 기사에 눈길이 갔다. 방경태(기계항공07-11) 연구원(박사과정)은 본지 2016년 10월호 1면 사진(서울대 정문 야경, 서울대 70주년 사진공모 대상작)을 제공한 동문이다. 이런 인연에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이라 그의 국제학술상 수상 소식이 더 흥미로웠던 것.


지난 1월 20일 서울대 풍동실험동에서 방경태 동문을 인터뷰하면서 궁금증은 더 커졌다. 방 연구원의 수상은 5년간 35억원이 지원되는 정부의 스포츠과학융합연구사업 수행 과정에서 얻은 성과 중 하나였다. 유체역학의 권위자인 최해천(기계공학81-85) 모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총책임자로 서울대, 아주대, 성균관대, 공군사관학교 교수·연구원들이 팀을 이뤄 지난 2014년부터 스키점프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키점프는 설상 종목의 꽃이라 불린다. 하지만 한국의 취약 종목이기도 하다. 이들의 과학적 조력으로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까? 설 연휴 전날인 1월 26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최해천 교수를 만났다.


-5년간 매년 7억원이면 적지 않은 지원 사업이다. 스키점프에서 메달을 목표로 시작된 사업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과학적 조력자로 기록 향상을 목표로 하지만 메달은 선수의 몫이다.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국의 스키점프 기반이 열악하다. 북유럽 상위권 선수와의 기록 격차도 크고.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사업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스키 개발 노하우를 쌓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 스키 장비 제조사가 없다. 스키 바닥에 칠하는 왁스도 개발하고 있다.”


-연구 과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스키점프의 기록 향상을 위해 세 가지 세부과제로 나뉘어 진행하고 있다. 선수의 자세 제어 연구, 스키와 바닥(얼음) 마찰력을 줄이는 연구, 스키 플레이트 개발이다. 방경태 연구원이 상을 받은 연구가 선수의 자세 제어 부분이다.”


최 교수는 방경태 연구원이 지난 12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대학에서 열린 ‘과학과 스키 국제학회’에서 젊은연구자상을 수상한 데 큰 의미를 뒀다.


“처음 참가해 한국 스포츠 과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기회였다. 세 명의 젊은 과학자에게 상을 줬는데, 방경태 연구원이 1등상을 받았다.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반응이 뜨거웠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만 참가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유럽과 북미 등 동계스포츠 선진국에서 온 관계자였다. 일본 과학자들이 2년 만에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놀라워하더라. 좋은 논문 10편 쓴 것보다 확실한 임팩트를 주고 왔다.”



‘스키점프 자세 제어’ 과제를 연구 중인 팀원들. 왼쪽부터 김종현·김희수(석사과정) 연구원, 최해천교수, 방경태·김우진(박사과정) 연구원


-이론상 멀리, 오래 나는 자세를 찾은 것으로 아는데.
“김현기(영화 국가대표에서 하정우 배우가 맡은 배역)와 강칠구 선수의 활강 자세를 3D 프린터로 제작해 풍동실험실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최적의 자세는 찾아냈다. 그 자세를 실제 구현한다면 10% 정도 비거리를 더 낼 수 있다. 하지만 실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선수와 자주 만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런가.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서는 여러 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쌓아야 한다. 홈 어드밴티지가 없다. 그러다 보니 국내서 선수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스키점프 대표선수 4명 가운데 김현기, 최흥철, 강칠구 선수를 모델로 실험을 해왔다. 공군사관학교에 큰 풍동이 있다. 거기서 훈련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실험 훈련이 더 필요하다. 2월 중 평창에서 스키점프 월드컵대회가 열린다. 이 시기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선수들은 공학자의 조언을 잘 따르나.
“처음에는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선수들이 워낙 보수적이라 자세나 스키를 바꾸기 쉽지 않다. 0.1초, 0.5m에 순위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파트너인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선수와 연구원들 간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연구원들과 선수들 나이가 비슷해 친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수들이 순위를 올려야 한다는 열망이 커서 지금은 우리의 조언을 잘 따라준다.”


-스키 마찰 저항을 줄이는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다른 팀 과제이긴 한데 간략하게 말하면 이렇다. 스키 표면의 패턴과 왁스 개발을 하는 것이다. 왁스는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해 어느 정도 개선된 재료가 나왔다. 마찰 저항을 줄이는 패턴 연구는 진행 중이다.”


-스키 플레이트 개발은.
“김현기 선수 몸에 맞춰 세 개의 점프스키 플레이트를 피셔(FISCHER)에 의뢰해 주문했다. 3팀(스키 플레이트 개발)에서 그 중 하나를 받아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수십개의 스키를 지원받는다. 정말 그 선수에 최적화된 스키를 만들어 준다. 우리는 선수 몸에 맞는 스키도 구하기 힘들고 왁스 칠하는 전문가도 없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다 적용해야 하지 않나.
“물론이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그때는 왁스, 자세 제어 모두 우리 선수에 맞춰 적용될 것이다. 스키는 아마 현재 사용하는 걸 써야 할 것 같다.”


-여름에는 어떻게 훈련을 하나.
“지난해 10월 스키점프대회를 했다. 스키점프는 눈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도약 미끄럼대에는 물을 흐르게 하고 착지 면은 플라스틱 줄 소재를 활용한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봤을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스키점프는 하계올림픽 종목으로 바뀐다는 말도 나온다.”


-어떻게 이번 연구를 맡게 됐는지.
“유체역학 연구를 오랫동안 해 왔다. 속도, 비거리와 관련된 스포츠에 적용할 기초 연구는 잘 돼 있는 상태였다. 정부에서도 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유체역학을 적용한 실생활 용품들을 개발해 왔다. 지난 2015년 LG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생체모방 에어컨이 그 중 하나다. 혹등고래와 조개에서 힌트를 얻은 팬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음을 줄여 빅히트를 쳤다. 최 교수의 연구 과제 중 흥미를 끄는 것은 골프공 연구다. 퍼팅 에러를 0에 가깝게 줄인 공 연구로 국내외에 이미 특허출원 했다.


-실제 골프공은 만들었나.
“아직. 공 한 개를 디자인해 나오기까지 5,000만원이 필요하다. 선뜻 투자하는 골프공 회사가 없다.”



-어떤 공인가.
“거북이의 등껍질에서 착안해 만든 공(사진 위)이다. 딤플 대신 곡선의 홈(그루브)을 넣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딤플을 많이 넣는데, 딤플이 많을수록 퍼팅 에러율은 올라간다. 퍼트 면과 평행 직각을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단점을 풀어낸 공이 타이틀리스트의 프로V1인데, 꽤 비싸다. 현재 모형공을 갖고 실험한 결과 비거리는 나이키골프 RZN 정도는 날아간다. 퍼팅 에러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물론 실제 공을 제작해 쳤을 때 비거리는 더 나올지 덜 나올지 모른다. 그 점 때문에 골프공 회사에서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제품 상용화 단계에 이른 기술을 현실화 해주는 정부 지원 사업이 있다. 올해 도전해 볼 생각이다. 나이키 골프공만큼만 나간다면 서울대 기념 공으로도 훌륭할 것 같지 않나.”


-자동차, 비행기 개발에도 유체역학 연구가 중요할 것 같은데.
“방경태 연구원의 박사논문이 장수거북이의 등껍질 패턴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이다. 장수거북이는 거북이 중 가장 큰데, 가장 빠르다. 그 요인이 등껍질에 있다. 단기 도전과제로 낮은 공기저항을 갖는 콘셉트카 개발을 현대차와 하고 있다. 모토쇼에 선보이기를 바란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라 기대가 크다.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총책을 맡다 보니 인터뷰까지 하게 됐지만,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 연구원들이다. 특히 김현기, 최흥철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관심을 보내 달라. 스키점프 특성상 선수층이 굉장히 얇다.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내년 평창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기 바란다.”



*최 교수는


모교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난류유동의 예측과 제어, 생체모방공학 연구. 미국 터뷸런스 연구센터에서 1년간 연구원 재직 후 1993년 모교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2004년 정교수가 돼 2013년 기계항공공학부 학부장을 역임했다.
Journal of Fluid Mechanics 등 다수의 국제학술지에 편집장, 편집위원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미국물리학회 석좌회원,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다.
1998년 제1회 젊은과학자상, 미국물리학회(유체역학부문) Gallery of Fluid Motion Award, 2016년 LG연구개발상 산학협동상 등을 수상했다.


*스키점프는

 

스키를 타고 노먼힐(K-98)이나 라지힐(K-125)에서 35°37°의 급경사면을 90Km/h 이상의 속도로 활강해 내려오는 경기. 마치 새가 하늘을 날듯이 활강과 비행 모습이 아름다워서 스키경기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바닥면이 노출돼 스키 제조사들의 관심이 높다. 경기종목은 노멀힐 남자개인, 라지힐 남자개인, 노멀힐 여자개인, 라지힐 남자단체로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노먼힐이나 라지힐의 도약대로부터 착지까지 가장 멀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비행해서 착지하는 과정을 모두 점수로 환산해서 순위를 결정한다. 5명의 심판이 각각 20점 만점에서 비행거리와 스타일을 기준으로 채점하고, 비행자세와 착지자세의 불안정 정도를 파악해서 요소마다 감점하여 비행 점수를 정하며. 그 중 가장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를 뺀 3명의 점수를 거리 점수와 합산하여 순위를 결정한다.

종목 특성상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하는 진입이 쉽지 않는 스포츠다. 여자의 비거리가 남자보다 길다.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핀란드가 강국이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