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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호 2017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맛집평가서 ‘블루리본 서베이’ 펴낸 여민종·김은조 동문 부부

“미식은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문화 현상”



한국형 미쉐린가이드 펴내 호평
남편은 경영 아내는 콘텐츠 맡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은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짧은 기간 머무는 여행자들에겐 도움이 될지 몰라도 현지인들에겐 수시로 참고할 수 있는 안내서가 필요합니다. ‘블루리본 서베이’처럼 말이죠.”


여민종(전자82-86) BR미디어 대표는 세계적인 맛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의 한국판 출간에도 여전히 자신감에 넘쳤다. 대한민국 최초의 맛집 평가서 ‘블루리본 서베이’를 창간한 그는 김은조(심리82-86) 편집장과 함께 12년 동안 함께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맛집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남편은 경영, 아내는 콘텐츠를 맡아 동업을 시작한 동문 부부다.


BR미디어는 콘텐츠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블루리본어워드 2016’을 개최했다. 한식·중식·프랑스식 등 부문을 나눠 ‘올해의 셰프’를 선정한 이날 행사에는 스타 셰프, 외식업계 관계자, 저널리스트 등 5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대성황을 이뤘다. 인터넷 검색 잠깐이면 무수히 많은 맛집을 공짜로 알 수 있는데, 유료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뭘까. 여 대표는 독자의 참여에서 그 비결을 찾는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맛이라는 건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들의 평가가 필요하죠. 해를 거듭할수록 독자들의 참여도가 높아 앞으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루리본 서베이의 1차 평가는 회원 및 프리미엄 회원들이 투표한 점수를 합산해 이뤄지며, 상위 40~10%는 리본 1개, 상위 10%는 리본 2개가 주어진다. 리본 2개를 받은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블루리본 기사단’이 방문, 2차 평가가 이뤄지는데 이들은 남녀노소·사회적 배경의 구분 없이 고르게 분포된 미식가들로 구성된다. 리본을 2개 또는 3개 받은 레스토랑 중 분위기와 서비스를 기준으로 3차 평가가 이뤄지며, 최종 관문을 통과한 맛집엔 F(Fine Dining)마크가 추가된다. 개방적 의견 수렴과 평가의 엄격함이 블루리본 서베이의 공신력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와 함께 고유의 음식 문화를 창출해 왔지만, 레스토랑의 역사는 길게 잡아봤자 50년 정도밖에 안 됩니다. 사업 초창기 땐 미식에 대한 인식조차 일반인에겐 낯설었죠. 그러나 지금은 방송에서도 음식을 소재로 한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고 맛집 탐방도 흔한 일이 됐습니다. 저희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죠.”


도서의 판매는 표면적인 수익원일 뿐 카드회사·네비게이션 업체·인터넷 포털 등에 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실질적 수익을 올리는 BR미디어는 미식 문화의 확산에 힘입어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여 대표는 업계의 양적인 성장에는 물론 질적인 성장에도 관심이 깊다. 사업 때문만이 아니라 본래 여행과 음식을 좋아하는 만큼 미식업계가 건전하게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식을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즐기기 위해선 맛뿐 아니라 서비스나 분위기 등 전체적인 것이 반영된 문화로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공론화되고 있는 ‘노 쇼’, ‘노 드링크’ 문제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로 상징되는 소비자의 권리만을 의식한 처사라고 할 수 있지요. 음식을 만드는 셰프와는 물론 서빙하는 종업원과도 교류하는 총체적 문화가 미식입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예술을 소비하듯 미식을 소비할 때 성숙한 미식 문화가 정립될 것입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