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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호 2016년 12월] 뉴스 본회소식

제4차 산업혁명과 총체적 대응방안

서정화 회장 특별기고

세계는 20세기초 2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 시점에서 공장 자동화의 가속으로 대규모 실업, 실직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논란이 거셌으나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며 적응해왔다. 미래 사회 변화 속도는 각 분야별로 다를지라도 거시적인 사회 발달 양상은 인류의 예측을 거스르지는 않는다. 이러한 정보 기술의 발달에 의한 사회 구조의 변화는 결국 어떤 역량을 가진 인재가 적응 능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것인가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인재육성 체제의 혁신이 중차대한 과제가 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제시한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인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 인지과학(CS)의 융합기술로 발전하고, 이로 인한 지능형 사이버 물리시스템이 생산을 주도하는 사회구조로의 혁명으로 정의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연결이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사이버 물리시스템, 곧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상황이 조성됨에 필연적으로 업무환경 및 방식의 변화가 초래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전향적인 전 정부 차원의 창의적 인재육성 정책과 청사진 마련이 시급해졌다.


질풍노도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대응과제로서 창의적, 융합적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경기에서 파악되듯이 인공지능 알파고는 세상에 나온 모든 기보를 다 외우고 있어서 암기력으로는 도저히 알파고를 상대할 수 없었으나 이세돌의 한 번의 승리는 바로 제 78수에 있었으니 이 수는 기존 프로기사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한 수였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암기형’이 아닌 ‘창의형’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급속한 기술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여전히 암기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데 있다.


새로운 교육 시스템은 기존 지식을 외우는 인재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 융합적 인재’를 육성하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여기에서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빛을 발하게 된다. 인문, 사회, 과학기술의 기초 소양 함양이나 문, 이과 통합 교과 신설, SW 교육 필수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확대, 전체적인 학습량을 줄이는 대신 심화학습 추진, 교과 내, 교과 간 통합적 연계,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고자 하는 토의, 협력, 탐구 학습의 강조, 과정중심 평가로의 강조 등이 총론적 방향이다.


알파고를 만든 영국은 이미 창의적 교육 시스템으로 혁신해 나가고 있다. 영국은 2014년을 ‘코드의 해(The Year of Code)’로 지정, 5∼16세를 대상으로 SW 교육을 의무화했으며, 미국은 교육혁신개혁인 ‘Connect ED(2013)’를 추진하여 최첨단 학습도구 기능을 익히게 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Opening up Education(2014)’을 추진, 초, 중등과정에 IT 기반의 교육환경을 구축했다.


미래 기술혁명은 물류와 글로벌 공급망이 효과적으로 재편되면서 교역비용이 급감하게 되는 이점도 있지만 4차 혁명은 더 큰 사회적 불평등, 빈부격차, 특히 노동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자동화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저기술, 저임금 근로자와 고기술, 고임금 노동자 간 격차가 커지고 ‘기술 근로자’가 각광을 받게 된다. 그러나 특히 일자리 감소가 사회문제로 등장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연구, 학문 기능에 더하여 연구개발(R&D)를 통한 혁신과 창업활동을 보다 강화해 경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때이다. 미국대학들은 이미 혁신과 창업 활동을 통해 수많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스탠퍼드대의 경우는 1930∼2010년 졸업생 14만명 가운데 3만 9,900명이 창업을 했고, 540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연간 총 2조 7,0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GDP를 기준으로 할 경우 영국(2조 8,000억) 다음인 세계 7위 수준에 이른다.


전통적으로 인문, 사회과학 중심이던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등도 이공계 중심의 발전 전략을 짜고 나아가 학생들의 창업 지원에까지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는 인근 지역에 대규모 공대 시설을 구축해 컴퓨터과학,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하버드대와 MIT대 등은 무학제, 무학과, 온라인 학제 등을 도입했다. 예컨대 미네르바스쿨(영어)은 온라인 수업을 기반으로 토론, 세미나 등을 통해 창의성 및 융합성을 키우는 고등교육시스템이다. 미네르바스쿨은 2011년에 설립됐지만, 올해 하버드대의 입학 경쟁률보다 높은 경쟁률로 관심을 받았다. 이 학교는 교수와 20명 이내의 학생이 100% 온라인 수업을 통해 지식을 쌓고 학생들은 6개국에 위치한 기숙사에서 100% 공동체 경험을 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에 MIT는 CBMM, CSAIL, Media Lab 협업구조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로 선도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과기분야 지식과 디자인적 사고를 융합한 ‘D-School at Stanford’를 운영하여 학생들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키우고 있다. 스탠퍼드는 공학 발전을 위해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대학은 올해 1월 공대 미래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인문각과 사회과학이 협력해야 할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학문분야 간 협력을 강조했다. 유럽이나 호주의 명문대도 자국내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창업 지원과 기업가 정신 함양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사회 도래를 준비하고 있다.


근래 우리나라도 무학제, 무학과, 무학년 개념의 온·오프라인 학제 등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육성을 위한 ‘역량키우기’ 중심의 교육시스템으로 전환시켜 나가고 있다.


포항공대(포스텍)는 2018학년부터 신입생을 무(無)학과로 선발한다. 전공 구분 없이 대학에 입학해 1년간 다양한 학과를 탐색토록 하기 위해서다. 무학과로 입학한 학생들은 1년간 학문 탐색 후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학과 간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화여대는 2018년부터 정시모집으로 신입생 전원을 전공 없이 선발한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부터 적용되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 정원은 408명 전원 자유전공으로 선발한다.


대학과 기업, 싱크탱크의 협업화를 통한 인재 창조형 접근방안의 하나로 특정 대학이나 학과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접근해서 냉엄한 기술사회 환경변화 물결에 창조적 파괴의 자세로 ‘복합문제 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구조화가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