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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호 2016년 1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서울대, 창의적 인재 길러내고 있나

신예리(영문87-91) JTBC보도제작국장 본지 논설위원


‘픽미(Pick Me) 세대’. 무한 경쟁을 뚫고 저마다 선택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요즘 청년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다. 최근 한 달간 우리 회사 신입 기자와 피디를 뽑는 채용 절차를 진행하면서 이 말 속에 담긴 절박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기 소개서나 면접 과정에서 왜 자신을 뽑아야 하는지 필사적으로 호소하는 지원자들을 보며 안쓰러움을 넘어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된 거다. 면접을 마치고 나가려다 말고 “내가 아직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 같은 ‘원석’을 뽑아서 갈고 닦는 보람을 한번 느껴 보시라”며 대놓고 애원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할 수 있다면야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경쟁률이 수 백 대 1에 달하다 보니 세밀한 체로 거르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제일 중시해서 본 것이 바로 창의적인 사고력이다. 글이 다소 미흡하고 말이 매끄럽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인재를 원하는 것이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몰개성의 지원자에겐 매력을 느끼기 힘든 게 사실이다.


문득 요즘 들어 서울대 출신 후배들의 입사가 뜸해진 이유 중 하나가 혹시 이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까지의 성적으로 치면 국내 최고의 수재들이 모이는 서울대 캠퍼스. 하지만 과연 이들이 이후 대학 생활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다. 2년 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의 내용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자가 4.3 만점에 평균 4.0 이상의 학점을 받은 최우등생들을 조사해보니 수업시간에 교수의 말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그대로 받아 적은 뒤 시험 때는 교수가 했던 말에 최대한 가깝게 적어내는 걸 비결로 꼽았다고 한다. 이처럼 질문도, 이의 제기도, 자기 의견 표시도 할 기회가 전혀 없는 대학 교육이 어떻게 혁신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나. 그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믿고 싶다. 시대 흐름을 반영해 발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교육 환경에 발맞춰 모교 역시 강의 및 평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을 거라고 말이다. 서울대가 배출한 인재들이 대한민국, 더 나아가 국제 사회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오랜 세월 누적된 폐습을 고치지 못해 온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이 때, “국가를 통째로 개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대학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