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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2016년 10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덴마크를 일으켜 세운 교육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본회 부회장


덴마크를 일으켜 세운 교육

황우여(법학65-69)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본회 부회장





교육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결국 그 교육의 내용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서울대학교는 국가건설의 숭고한 신념에 불타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대학교이어야 한다





그 나라의 내일을 알려거든 교육을 보라. 만고의 진리이다. 한국의 내일을 알려거든 한국의 교육의 정상에 있는 서울대를 보라. 그렇다면 우리 서울대는 어디로 가야 하나?


내가 서울대에 입학하였을 때 대학 정장에 쓰인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라는 라틴어를 되뇌면서 동숭동 마로니에 교정을 걷던 생각이 난다. 우리는 진리를 빛 삼아 쫓아가는 학도이다. 칸트의 명제대로 주관과 관계없는 실체 자체(Ding an sich)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을 인식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리 그 자체를 우리는 인식할 수 없다는 결론에 겸허하게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하여 빌라도가 물은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외마디로 외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서울대는 불의에 눈 감을 수 없어 의를 위하여 신의 경지를 넘본 시지프스처럼 바위를 굴리고 굴리더라도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리의 빛을 향한 구도의 정신을 불살라야 한다.


서울대는 또한 국립대학교이다. 국가가 국민의 혈세로 키우는 학도의 도장이다. 우리가 향하는 의는 사적 영역을 넘어 공공의 목적과 사명을 위하여 몸 던지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을 올바로 이끌어 온 국민을 하나같이 살려내는 국가건설(Nation building)이란 숭고한 신념에 불타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대학교이어야 한다.


세상에는 지도자 양성교육이 그 나라의 미래를 지었고 그 교육의 방향에 따라 승리와 영광이 주어지느냐, 패배와 회한이 주어지느냐가 결정된다는 좋은 예가 있다. 먼저 오늘의 일본을 심은 교육은 요시다 쇼인(吉田 松陰, 1830~1859)에 의하여서다. 그는 26세의 나이로 쇼카손주쿠(松下村塾)에서 2명의 9살짜리 어린아이를 포함하여 6세부터 10대, 20대 청소년을 그가 사형당하는 29세까지 3년간 교육시켜 92인의 제자를 배출하였는데, 이중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비롯한 3인의 총리대신과 6명의 대신을 키워냈다. 이들이 메이지 유신을 일으켰고 이른바 대일본제국을 세워 오늘날 일본의 초석을 놓았다. 그래서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의 제1위 신위에 그를 모신 것도, 아베 신조 내각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바로 그라고 지칭하는 것도 모두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다른 한편 오늘의 덴마크를 세운 교육은 그룬트비히(Grundtvig, Nikolai Frederik everin, 1783-1872)다. 그는 덴마크가 주변 열강과의 오랜 전쟁에 연전연패하고, 마지막으로 프로이센과의 10년간의 전쟁에서 패배한 끝에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그린랜드, 아이슬랜드와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 홀스타인까지 광대한 영토를 모두 잃고 모래 구릉지인 유트랜드 반도만 남았을 때에 절망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상이군인과 아녀자들만 남은 덴마크 국민에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국토를 사랑하고, 겨레를 사랑하자는 삼애운동을 일으키며 국민고등학교(Højskole)를 세웠다. 이곳에서는 사제 모두 기숙사에서 뒹굴면서 삼애정신을 기초로 실존을 파악하고 이웃, 사회, 자연, 우주와의 소통과 조화를 가르치는 대안교육을 펼쳤다. 오늘날 모든 덴마크의 지도자는 이 교육에서 키워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교육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결국 그 교육의 내용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요시다 쇼인은 존왕양이(尊王攘夷)로 천황을 세워 그를 중심으로 주변을 정벌하여 부국강병을 꾀하는 교육을 하여 정한론(征韓論)과 대동아공영론을 각인시키고 그의 가르침에 따라 일본은 대동아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젊은이들을 죽음의 전장으로 몰아넣고 주변국들을 식민과 전쟁의 고통의 아비귀환에 빠뜨려 스스로 원자탄의 투하의 패전을 맛보게 한 일련의 역사를 그려냈다. 지금도 GDP는 3만4,000달러, 행복지수는 53위(5.921) 정도의 나라로서 많은 내부문제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국에게는 아직도 못다 이룬 일본의 꿈으로 또다시 전쟁과 침략을 하지는 않을까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덴마크는 GDP 5만4,000달러를 달하였으면서도 행복지수 1등, 사회결속지수, 부패지수 모두 1위의 아름다운 나라가 되어 어려움을 당하는 많은 나라들의 희망이 되고 있으며, 잃었던 땅 스칸디나비아나 독일조차도 이 나라의 국민고등학교 제도를 받아들여 성공적인 교육성과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20세기에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틈 속에서 유일한 자유, 민주의 공화국을 수립하고, 6·25전쟁의 폐허에서 GDP는 1953년 477억원에서 작년 1,485조원으로 3만 배 성장하였고, 1인당 GDP도 1960년 79달러에서 2만6,000달러로 329배의 놀라운 성장을 보여 일본에 근접하게 되었으나 자살, 출생, 이혼율이 모두 최악의 상황이고 행복지수가 58위 정도이므로 과연 우리가 어디 있느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절박한 개혁과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므로 서울대학교는 국가정신을 일신하여 21세기의 진정 아름다운 통일 문화강국으로의 도약을 이끌어낼 사랑의 지도자를 키우도록 국가건설의 지도자 교육에 힘써 다음 세대에는 덴마크와 함께 세계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