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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2016년 8월] 문화 신간안내

홍경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신간 펴내

“PD학 기초 정립은 PD직 버린 나의 임무”
저자와의 만남

“PD학 기초 정립은 PD직 버린 나의 임무”


홍경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예능 PD와의 대화<사람in 14,000원>

손윗동서인 장하준 교수 영향
교수전직 후 PD 위한 책 집필


‘열린 음악회’, ‘연예가중계’ 등을 연출했던 홍경수(대학원90-00)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가 예능 PD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책  을 출간했다. 

방송을 만드는 제작자에서 방송을 연구하는 학자로 변신했지만, 프로그램 제작 현장을 떠났다고 해서 PD직에 대한 그의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PD로서 일할 때의 경험을 반추해 책을 쓰고 이를 통해 후배 PD들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로 결심한 것. ‘예능 PD와의 대화’는 이러한 결심 하에 집필된 그의 여섯 번째 책이다.

“제가 책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겁 없이 도전했는데, 이번 책은 여태까지 쓴 책 중 가장 힘들게 쓴 책입니다. 인터뷰이 선정에서부터 정말 많이 고민했고,  대중적 인기보단 제작 체계를 총괄하는 라인 프로듀서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죠.”

인터뷰이로 선정된 5명의 예능 PD들은 예능 프로그램 역사에 각각 한 획씩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려하다. ‘하이킥’ 시리즈로 한국 시트콤의 절정을 일군 김병욱 PD, 공연의 형식을 코미디에 접목해 17년 장수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기획한 박중민 PD, 시골 살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1박 2일’을 탄생시킨 이명한 PD 등 개성이 뚜렷한 PD들과의 깊이 있는 대담을 엮어 천변만화하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치열하게 탐구했다.

홍 전 PD는 지난 2010년 순천향대 교수로 전직했다. 15년 동안 KBS TV PD로 일하면서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지만, 타고난 학구열과 서울대와의 인연, 손윗동서인 장하준(경제82-86)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영향이 그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다.


홍경수 교수



“2000년에 추광영(국사학58-63·현 명예교수) 당시 모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님의 지도로 예능 PD들의 자막에 대한 인식과 시청률 압박에 대한 상관관계를 논문으로 썼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이를 보도해주었고요. 2003년에는 이준웅(신문84-89) 교수님이 KBS에 직접 오셔서 박사과정 공부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PD만 해도 괜찮았을 텐데 왜 그렇게 공부에 집착했는지 모르겠어요.”

결혼 후 쌍둥이를 낳고 ‘낭독의 발견’을 새로 만들던 때라 무척 바빴지만, KBS에서 학비를 지원 받아 주경야독하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홍 교수는 그 당시 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제 욕심껏 일과 공부에만 매달린 것이 아내에게 몹시 미안했다고 한다.

“박사과정을 마친 뒤 4주간의 휴가를 내 손윗동서인 영국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님 댁에 머물렀습니다. 아이들과의 산책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완벽한 휴식을 취했지요. 그때 왕성하게 활동하는 장 교수님을 보고 기회가 되면 저도 교직에 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책도 마음껏 쓰고, 여행도 충분히 다니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의 바람대로 홍 PD는 홍 교수가 됐다. 학교로 옮긴 뒤 연구를 위해 만난 피디들은 “험한 꼴 안 보고 잘 갔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나 홍 교수는 뭔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PD들이 내심 부러웠으며, 한편으로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 준 방송계에 일종의 부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좋아하던 PD직을 그만두고 학교에 왔으니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PD학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 제 임무가 아닐까 싶었고요. 이번 책도 그렇고 이에 앞서 출간한 ‘확장하는 PD와의 대화’도 그 과정에서 선택한 방안이었습니다. 두 책 모두 장차 쓰게 될 ‘PD학 개론’에 훌륭한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홍 교수는 현재 뮌헨대학 교환교수로 재직 중이며 뮌헨 맥주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내년에 귀국할 예정인 그는 독일 방송에 대한 책 집필 및 ‘낭독의 재발견’ 기획 등에 돌입할 계획이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