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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호 2005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姜吉云 前수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전공분야 다른 차남ㆍ손자와 함께 3代가 동문 한집에 불교ㆍ기독교ㆍ천주교 서로 `조화' 이뤄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한쪽 벽에 수줍은 미소를 띠며 멋진 턱시도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어느 다정한 커플(?)의 결혼기념 사진이 걸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월의 喜怒哀樂이 면면이 묻어나는 어느 老부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알고 보니 몇 년 전 姜吉云(54년 文理大卒ㆍ前수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동문과 부인 金点烈여사가 금혼식을 기념해 찍은 `아주 특별한' 결혼사진이었던 것.  "저 사진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요. 3시간 동안 이 컷, 저 컷 찍는데 얼마나 쑥스럽던지. 기념행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애들이 가만 놔두질 않아서 찍게 됐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부터 일요일은 만사 제쳐두고 아이들과 함께 극장, 공원, 전람회를 구경하며 가족나들이를 가서 그런지 일요일마다 자녀들도 손자와 함께 놀러와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한데 말입니다. 또 두세 달에 한번씩은 세 아들 내외와 딸 내외, 그리고 친딸처럼 키운 처조카 내외 가족이 전부 모이는 데다 연말이면 꼭 용평리조트 등 스키장에서 가족 단합대회를 열기 때문에 기념행사가 따로 필요 없어요."  43년간 강단에서 후학양성에 매진해온 姜吉云동문을 비롯해 차남 姜明憲(76년 自然大卒ㆍ80년 社會大卒ㆍ단국대 상경학부 교수)동문과 둘째 며느리 吳世蘭(97년 大學院卒ㆍ서울기독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동문, 그리고 사위 邢成旻(83년 醫大卒ㆍ충북대 안과학교실 교수ㆍ충북대병원 안과 과장)동문은 전공분야는 달라도 모두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姜明憲동문의 장남 姜政旭(04년 法大入)군은 법학도로서 학업에 충실하랴, 자신이 직접 회장을 맡고 있는 동아리 활동에 열중하랴 바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함경남도 정평군에서 태어나 1946년 혈혈단신으로 월남한 姜吉云동문은 경기고ㆍ덕수상고 교사생활을 비롯해서 육군사관학교ㆍ공주대ㆍ덕성여대ㆍ충남대ㆍ수원대 등에서 국문학을 가르쳤다. 반평생을 쉼 없이 달리느라 이제는 느긋한 황혼을 지내도 되련만 83세의 나이에도 姜吉云동문은 매일같이 새벽 1~2시까지 꼼짝 않고 서재에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선친께서 독립운동 중 옥사하시면서 제 맘속에 딱 두 가지 목표가 생기더군요. 우리 민족의 뿌리를 연구해야겠다는 것과 일본을 학문으로써 이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을 가르치면서도 처음 20년 동안은 독학으로 우리 나라에 남아있는 10여 가지 언어들을 익히고 어휘를 비교 분석하느라 정신 없이 공부한 기억밖에 없어요."  국어학자이자 우리 나라의 유일한 비교언어학자인 姜동문은 그동안 잘못 알려진 우리 민족과 한국어의 뿌리를 밝히고 알리는데 헌신했으며, 지난 1995년 발간한 `한일고대관계사의 쟁점'이라는 단행본을 통해 일본 학자들이 거짓 주장한 우리 나라의 역사를 바로잡는데도 앞장섰다.  "사실 제 어릴 적 꿈이 응용화학분야 연구원이 되는 것이었는데, 그 꿈을 펼치지 못해 明憲이에게 자연과학을 전공할 것을 권유했어요. 그래서 76년 지질과학과를 졸업했으나 당시에는 크게 각광받지 못해 아들은 원래 꿈인 경제학도의 길을 걷게 된 거죠."  차남 姜明憲동문은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장, LG텔레콤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종 일간지의 경제분야 칼럼ㆍ논단ㆍ좌담회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영향력 있는 경제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寸鐵殺人의 유머감각과 후배들의 어려운 사정까지도 지나치지 않는 성격 때문에 주위에는 항상 그를 따르는 선후배가 많다고.  뉴욕주립대 사회복지학과 석사학위를 밟고 있던 중 같은 대학 유학생이었던 姜明憲동문을 만나 결혼한 吳世蘭동문은 가정주부로 있으면서도 일요일마다 어려운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와 양로원을 돌아다니며 국내 사회복지의 개선점과 실태를 조사하고 규명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 97년 모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안과질환인 녹내장과 백내장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알려진 사위 邢成旻동문은 어릴 적부터 미술감각이 뛰어나 대학시절 의대ㆍ간호대 학생들로 구성된 미술부에서 전시회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현재 생활보호대상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상담과 무료검진, 개안수술을 실시하는 한국실명예방재단 충북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姜吉云동문은 특히 "지방에 거주하느라 자주 못 올라오지만, 놀러올 때마다 뭐 손질할 게 없나 살펴보며 고칠 게 있으면 뚝딱 고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사위"라고 말한다.  한편 姜吉云동문 가족의 특징 중 하나는 전공분야가 다르듯 종교도 제 각각이라는 점. 한집에 불교, 기독교, 천주교가 공존하지만 불편한 점은 없다고.  "우리 집 가훈이 첫째 성실하고 정직할 것, 둘째 늦을 시에는 반드시 집에 전화해서 누구와 있으며, 몇 시까지 들어오겠다고 통보할 것, 그 두 가지만 지키면 되었기 때문에 자녀들이 正道를 지키며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잘 이룬 것 같습니다."  끝으로 姜동문은 "그저 새해에는 현재 정리중인 단행본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지내고, 자녀들도 화목한 가정을 꾸리면서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는 소망을 들려줬다. 〈表〉 姜吉云동문의 서울대 가족 차 남  姜明憲(80년 社會大卒) 며느리  吳世蘭(97년 大學院卒) 사 위  邢成旻(83년 醫大卒) 손 자  姜政旭(04년 法大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