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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2016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73세에 물리학 박사된 강봉수 변호사·빗자루로 선교하는 이태후 목사

꽃보다 아름다운 동문 이야기

이번호부터 매월 훈훈한 소식으로 언론을 장식한 동문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5월에는 73세에 물리학 박사가 된 강봉수(법학61-65) 전 법원장과 필라델피아의 청소부 이태후(미학83-87) 목사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강 동문, 억대 연봉 버리고 꿈에 도전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도


강봉수 동문은 60대 중반의 나이에 학업에 다시 뛰어들어 7년 만에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중 한 곳인 UC머시드에서요.


강 동문은 현직 판사 시절 ‘판결문 쉽게 쓰기’ 운동을 벌이고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 10여 명을 거둬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준 인물입니다. 거기에 학문에 대한 열정까지 ‘서울대인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2009년 유학길에 오를 때만 해도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의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학문의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놀랐습니다. 강 동문이 만학에 다시 도전했던 것은 어릴 적 꿈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청주고 재학 시절 물리학도를 꿈꿨지만 부친의 권유로 모교 법대에 진학했던 거지요. 강 동문은 대학을 마친 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해 법원도서관장, 제주지방법원장, 인천지방법원장에 이어 2000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끝으로 퇴임했습니다.


강 동문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 관리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젊었을 때부터 습관화된 생활을 미국에 와서도 매일 이어 갔고 그런 체력을 바탕으로 초저녁에 잠을 자고 자정쯤 일어나 밤새 공부하는 생활을 반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초점화된 전자파와 이를 응용한 입자가속기’. 앞으로 박사 후 과정에 진학해 ‘양자 중력’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랍니다.


강 동문은 “유일하게 순수 자연과학으로 남은 물리학에서 양자 중력은 기본 원리에 속한다”며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아직 많은 것 같아서 힘닿는 데까지 연구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법관 생활을 할 때에는 나의 판단이 제대로 된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걱정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학부형 노릇 하는 집사람에게만 야단맞으면 되니까 부담감이 훨씬 적다”며 웃음짓는 그의 말 속에서 서울대인의 여유와 품격을 느낍니다.


이 동문, 미국서 가장 위험한 빈민가 좌절한 아이들에 희망 전해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이태후 동문은 목사인 부친의 길을 이어가며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동문의 이야기는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 못지않습니다.

 
이 동문은 2003년부터 13년째 필라델피아의 빈민가 노스 센트럴에서 살며 절망에 빠진 주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약과 범죄가 횡행하는 도시에 빗자루 한 자루 들고 들어가 거리를 쓸기 시작합니다. 교회를 세우거나 선교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거리를 쓸고 주민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여름마다 아이들을 모아 여름 캠프를 열었지만 동네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필라델피아 지역 유력 일간지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2007년 8월 9일자 지역 뉴스 섹션 톱기사로 노스 센트럴의 유일한 동양인 주민인 이 목사 스토리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사 제목은 ‘거리에서 관용을 가르치다(Teaching tolerance in the street)’였습니다.


이 목사는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필라델피아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한인 교회에서 7년 동안 사역하다가 이 곳에 정착했습니다. 


노스 센트럴 지역은 2003년부터 4년간 미국 대도시 동네 중 살인이 가장 많이 벌어졌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랍니다. 주민의 90% 이상이 흑인이고 44%가 절대빈곤층 이하 빈민이 삽니다. 그는 왜 이 곳으로 들어왔을까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고통의 근원을 죄라고 얘기합니다. 탐욕과 이기심, 무관심, 증오로부터 오는 죄는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와 생태계 모두에 고통을 줍니다. 저는 성직자로서 죄의 영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구원이 절실한 곳으로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당초에는 한국에 돌아와 목회활동을 할 생각이었으나 제가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던 곳 바로 옆이 죄가 넘쳐나는 곳이고 가장 구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현실을 보고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