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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2016년 5월] 뉴스 기획

스승의 날 특집 : 내 인생의 스승

손재옥, 송은영, 이예종 동문


수유여중 심임철 선생님을 추억하며

손재옥(가정관리77-81) 미주동창회장


추첨제로 수유여중 제1회 졸업생이 되었다. 그 학교는 서둘러서 개교를 하는 바람에 미처 운동장 준비도 되어있지 않아서 시간이 될 때마다 운동장에 있는 돌을 골라내는 것이 학과의 일정이기도 했다.


어느날 심임철 체육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이상한 도표를 그리셨다. 마치 화살표 과녁 같은데 화살표는 중심점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모양새였다. 그 화살표는 더 이상의 원이 없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원의 중심이 ‘나’이며, 그 밖의 원이 가정이고, 그 가정의 밖의 원이 학교이며 그 학교 원 밖의 원은 사회이며 그 사회의 원 밖에는 더 이상의 정의를 내리지 않는 넓은 세상이라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어디까지 나를 쏘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고 했다.


강화도에서 태어나서 자수성가해 수유여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 선생님은 자신이 그랬듯이 가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살기가 어려워 도시락도 싸오기 힘들었던 많은 학생들에게 환경에 굴복하지 말고 꿈을 높이 세워 한계가 없는 저 세상으로 도전할 것을 가르치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 선생님은 체육대학 교수님으로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양성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그림을 작금의 한국으로 생각해 본다. 한국이 처한 국내 상황, 국제 상황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 한국이 처해있는 안쪽의 원속에서 그 다음의 원으로 그리고 끝이 없는 우주로 나아가며 다가오는 도전들을 극복해 나간다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 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 난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32년째 살면서 스승의 날에 심임철 선생님을 기억해 본다.




여의사의 표본 박명희 교수님

송은영(의학92-96) 모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송은영(오른쪽) 교수가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은사인 박명희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내 인생의 스승을 떠올릴 때, 석박사 학위 지도교수님이셨던 박명희(의학67-73) 교수님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학생 때는 선생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었지만, 선생님께 대한 존경과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 것은 전공의, 전임의 시절을 거치면서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가족뿐 아니라 검사실 직원, 전공의, 선후배 교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거짓이 없고 늘 성심을 다하셨습니다. 항상 주변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본인의 이익보다는 원칙에 맞게 모든 일들을 최선을 다해 처리하셨습니다.


한 명의 전공의를 앞에 놓고도 2~3시간씩 성심껏 교육을 해 주시는 모습, 연구원의 외래를 앞당겨주시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하시는 모습,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실 때에도 배경지식을 30분씩 설명해 주시는 모습까지,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모습들은 정말로 존경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교수의 모습이자,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이셨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선생님께서 중환으로 큰 수술과 힘든 치료를 받으셨는데, 퇴원하자마자 출근하시어 더 열심히 업무를 보시던 모습입니다.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는 대처 영국 총리보다 선생님께 더 잘 어울리는 수식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에 박명희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모시고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숙명여대 이정우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예종(HPM 18기) 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예종(오른쪽) 교수가 석사학위 수여식에서 은사인 이정우 교수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익숙한 멜로디의 스승의 은혜를 듣게 된다. 그럴 때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노래를 불러주는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과 오랜 시간 나의 스승님께 전하지 못한 감사의 마음이 죄송함으로 쌓여 만감이 교차한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훌륭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스승을 꼽으라면 석사과정 중에 모셨던 이정우(가정교육55-59) 교수님이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대학원을 다니다가 어떤 계기로 일반대학원으로 다시 입학하여 첫 학기를 준비하던 때였다. 그때 그분은 숙명여대 가정관리학과 교수이자 일반대학원 대학원장이셨고, 누군가가 나를 대학원장실 조교로 추천하면서 그분을 처음 뵙게 됐다.


서울대를 졸업하시고 숙명여대에 재직하시면서 한국가정관리학회 회장, 한국가족자원경영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시고 가정관리학 분야에 많은 업적을 남기신 이정우 교수님은 1954년 학술원이 개원한 이래 부부회원인 동시에 유일한 여성회원이라는 기록을 가진 훌륭한 분이셨다.


이 시대 우리가 잊고 있던 ‘참스승’을 찾는다면 나는 단연코 이정우 교수님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 교수님 곁을 떠나 멀리 있고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