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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호 2015년 11월] 뉴스 모교소식

“기계로 인해 인간이 일할 필요 없게 돼도 다른 방식으로 사회성 발휘하는 일 찾을 것”

과학철학자 장대익교수가 전하는 일의 진화와 의미



‘우리는 왜 일하는가, 왜 가치와 의미를 찾는가, 일자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진화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모교 자유전공학부 장대익(대학원94-97)교수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제시했다. 지난 10월 28일 관악학생생활관 900동 가온홀에서 열린 ‘쇼미더미닝-의미의 탄생과 일의 진화’라는 특강을 통해서다.


장 동문은 먼저 인간이 초사회적 종(ultra-social species)으로 진화해온 증거들을 제시하며 “인간은 일을 통해서 진화된 본성인 초사회성을 발현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호모사피엔스가 글로벌한 확산과 개체수 증가를 이루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등 인간과 다른 종들이 차이를 가지게 된 것은 ‘사회성’에 있다는 것이다.


장 동문은 인간과 가장 유사한 침팬지와 비교를 위해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영상 자료와 다양한 실험 자료를 제시했다. 침팬지도 집단을 이루고 협력하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인간은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과 뛰어난 공감능력, 배려 등 대규모 협력에 필요한 조건들을 가지도록 진화해왔다.


이어 장 동문은 수렵채집기와 농경 사회를 거친 인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우리에게 ‘일’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에는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의미와 가치가 담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함께’ 일해왔습니다. 항상 공동의 목표가 있었고, 공동 관심(joint attention)을 행해왔으며, 그걸 잘 하기 위해 사회 규범을 만들었죠. 그 결과 의미(가치)라는 것이 탄생합니다. 의미는 공동체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는 과정에서 의미를 강조하면서 일을 더 잘 하도록 만들어 온 것입니다.”

                              


장대익 교수가 특강에 참석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관악학생생활관 제공)



최근 화두인 ‘미래에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인가’는 장 동문도 고민해온 주제였다. 그는 “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완전히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점을 보였다. “인간은 일을 통해 특유의 초사회성을 발현해왔기 때문에, 설령 기계로 인해 인간이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되어도 재단 활동처럼 다른 방식으로 사회성을 발휘하는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끝으로 장 동문은 “일을 하면서 어떤 의미를 찾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재밌는 일을 하다 보면 의미가 생긴다. 인간에 대해 정말 알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고,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운 좋게 교수가 됐다”며 “교수가 되는 것이 인생의 꿈이었다면 꿈을 이룬 거겠지만 저는 아직 꿈을 이루지 않았다. 계속 재밌게 공부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여러분이 자기 자신만의 가치를 찾고 선택해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세대나 타인의 조언에 의존하기보다 여러분이 지금 보는 세계에서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는것이 정답”이라고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 장 동문은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모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과학철학센터에서 생물철학과 진화심리학을 연구하고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에서 침팬지의 인지와 행동, 미국 터프츠대 인지연구소에서 마음의 구조와 진화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 ‘다윈의 식탁’, ‘다윈의 서재’,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 역서 ‘통섭’ 등이 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