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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호 2015년 7월] 뉴스 모교소식

인터넷·스마트폰·노트북 등이 바꿔놓은 강의실 풍경

교수, 스마트폰 활용 권유하기도…외국인 교수의 한국사 수업


인터넷·스마트폰·노트북 등이 바꿔놓은 강의실 풍경

 


첨단 IT기기들은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강의실 풍경도 바꿔놨습니다.

칠판 판서에 눈을 고정하고 교수님이 전하는 말씀을 받아 적기에 바빴던 모습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학생기자가 동문들에게 2015년 강의실 풍경을 전합니다

 


교수, 스마트폰 활용 권유하기도

 


학생들이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활용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201568일 오전 1045. 아직 수업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강의실은 분주하다.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서는 미리 수업 자료들을 준비해둬야 하기 때문. 기자재 관리를 맡은 학생은 강의실에 비치된 컴퓨터를 켜고 선생님께서 *eTL에 올려주신 자료를 다운받아 스크린에 띄워 놓는다. 다른 학생들도 제각기 수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어떤 학생은 노트북을, 어떤 학생은 태블릿 PC, 또 어떤 학생은 휴대전화를 준비해두고 수업을 기다리고 있다.


11시가 되자 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됐다. 덩달아 학생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진다. 선생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강의실에 가득하다. 휴대전화는 가장 활용도가 높은 수업의 보조 도구 중 하나. 휴대전화가 스마트해진 만큼 다양한 기능을 뽐낸다. 학생들은 이를 녹음기로, 사전으로, 계산기로, 전 세계의 지식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무선 키보드를 연결해 필기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수업 중간에 정확한 수치, 연도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선생님께서도 휴대전화로 한 번 찾아봐라라고 말씀하신다.



인터넷에 연결된 빔프로젝트를 활용해 강의하는 모습


수업을 마칠 시간이 되자 선생님께서 다음 수업 자료도 eTL에 올려놓았으니 다음 시간까지 읽고 다운 받아 와라라고 말씀하신다. 수업 자료들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두꺼운 교재, 노트, 프린트물 등으로 가방이 무거워질 이유도 없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이 모두 PPT, 한글 파일 등으로 제작돼 노트북 하나면 더 이상의 교재가 필요 없기 때문. 심지어 작년에 이 수업을 들었던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필기도 PDF 파일이다.


12시 반에 수업이 마치면 오후 2시까지는 공강이다. 우선 새로 지어진 관정도서관으로 향했다. 달라진 교실 풍속도는 도서관 풍경마저 바꿔 놓았다. 학생들의 멀티미디어 기기 사용이 증가하자 새로 지어진 관정도서관에는 노트북 존이 따로 마련됐다. 학생들이 개인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좌석마다 콘센트가 비치된 노트북 존은, 시험 기간에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학생들로 가득하다.


공강 시간을 활용해 도서관 내의 그룹 스터디실에서 조별 모임을 하기로 했다. IT의 발전은 조별 모임의 모습도 바꾸어 놓았다. 조원들끼리 밤새 중앙도서관에서 머리를 맞대는 일은 이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오프라인 모임은 공강 시간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짧게 끝내고, 대신 온라인에서 대부분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수업 시간이 다가오자 자세한 내용은 카톡으로 공유하도록 해요라며 한 조원이 먼저 자리를 뜬다. 이처럼 메신저로 음성, 때로는 화상 토의가 가능해졌고, 토의에서 나온 내용을 문서 공유 사이트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편집하기도 한다. 참고 자료를 공유하는 것도 직접 만나 책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PDF 파일로 된 자료들을 온라인 메신저로 보내주는 형식이다. 그렇게 작성된 과제물은 eTL에 게시돼 다른 학생들도 이를 읽고 조언을 남길 수 있다.

 


외국인 교수의 한국사 수업

 

69일 오전 11. 강의실에서 달라진 것은 수업 기자재뿐만이 아니다. 이제 서울대에서는 외국인 교수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외국인 교수님들은 서울대의 전임 교원인 경우도 있고, 해외 유명 대학의 교수들이 석좌교수로 초빙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미국에서 오신 밀란 교수님의 교양강좌를 듣는 날. ‘한국사의 재조명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역사를 세계사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수업이다. 외국인 교수님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국어국문학과, 국악학과 등 지극히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던 수업에서 외국인 교수님을 만나면 아직까지도 신기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인 교수님의 강의는 외국어 실력의 향상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같은 현상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서울대에서도 외국인 교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캐나다 온타리오대 이안 바커 교수가 스코필드 박사 추모 기념식에서 특강하는 모습.


IT기기가 적극 활용되는 가운데서도 선생님의 판서 등은 아직도 수업 진행에 있어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기존의 칠판은 분필 가루로 인해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기관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어, 오늘날 초록색 칠판은 가루가 날리지 않는 화이트보드로 대체돼 가는 추세다. 학생들은 화이트보드의 글씨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며 이러한 변화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강의실의 모습도 시시각각 변한다. 기자가 입학했던 2011년의 모습만을 떠올려 보더라도, 2015년의 강의실 풍경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강의실에 비치된 다양한 기자재,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온라인 수업 자료실, 외국인 교수님 등은 강의실의 풍경을 바꿔 놓는 데에 기여했다. 앞으로 서울대학교의 강의실 풍경은 또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이미 교수님들의 강의를 온라인에서 다시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는데, 미래에는 혹시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박성연 학생기자>

 





*eTL이란?- e Teaching&Learning의 약자로, 수업 시간 외에도 강좌의 구성원들끼리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대의 웹페이지입니다. 강좌 공지, 수업 자료 배포, 과제물 제출, 조별 토의 등 수업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