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7호 2015년 6월] 문화 시
에이 시브럴
김사인 시인·동덕여대 교수
에이 시브럴
金思寅(국문74-80)시인·동덕여대 교수
몸은 하나고 맘은 바쁘고
마음 바쁜데 일은 안되고
일은 안되는데 전화는 와쌓고
땀은 흐르고 배는 고프고
배는 굴풋한데 입 다실 건 마땅찮고
그런데 그런데 테레비에서
<내 남자의 여자>는 재방송하고
그러다보니 깜북 졸았나
한번 감았다 떴는데 날이 저물고
아무것도 못한 채 날은 저물고
바로 이때 나직하게 해보십지
‘에이 시브럴-’
양말 벗어 팽개치듯 ‘에이 시브럴-’
자갈밭 막 굴러온 개털 인생처럼
다소 고독하게 가래침 돋워
입도 개운합지 ‘에이 시브럴-’
갓댐에 염병에 ㅈ에 ㅆ, 쓸 만한 말들이 줄을 섰지만
그래도 그중 인간미가 있기로는
나직하게 필부는 ‘에이 시브럴-’
얼토당토않은 ‘에이 시브럴-’
마감 날은 닥쳤고 이런 것도 글이 되나
크게는 못하고 입안으로 읊조리는
‘에이 시브럴-’
김사인 동문이 올해 초 펴낸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중. 김 동문은 이 시집으로 최근 제15회 지훈상(문학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의 창간동인으로 참여하며 시쓰기를 시작했고,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