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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호 2004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서울사랑시민상 문화부문 수상

한국국제서법연맹 趙守鎬이사장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살아 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말을 다짐처럼 되뇌곤 합니다. 나이 팔십이지만 열심히 사는 게 먼저 간 동료들에 대한 도리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원로 서예가인 東江 趙守鎬(47년 美大入)동문은 팔순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서예술론을 정리한 책 `書藝術逍遙'가 연내 발간을 앞두고 있고 내년 10월경 예술의 전당에서 초대작가전이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에게 최근에 뜻밖의 경사가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20일 趙동문에게 서울사랑시민상(문화부문 미술분야)을 수여한 것이다. 趙동문은 "국민훈장, 문화예술상도 받아 봤지만 이번 상은 팔순 노인이 한평생 서예에 바친 삶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趙동문은 지난해 서예가로는 네 번째로 예술원 회원에 선출될 만큼 국내 서예계의 독보적인 존재다. 미대 재학시절 제1회 국전에 屈原의 漁夫辭를 출품해 특선하고 이후 네 번의 특선을 더해 61년 국전 추천작가가 됐다. 그 이듬해 36세의 최연소 나이로 국전 심사위원 자리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67년부터 96년까지 검인정 중ㆍ고등학교 서예 교과서를 편찬해 청소년 서예 교육의 뿌리를 제공했으며 국내 처음으로 국제서예전을 열어 국내 서단의 세계화에 큰 기여를 했다.  "서예가로서 순수 창작활동에만 매진하지 않고 여기저기 참견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 서예를 사랑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것이라 후회는 없어요. 국제서예전의 경우는 돈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예가로서 해 볼 것은 다 해보고 말년에 예술원 회원까지 됐으니 `福人'이란 말이 썩 잘 어울린다는 말에 "꽃의 화려한 면만 보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창작활동에 모든 에너지를 쏟다보니 가족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어요. 불쌍합니다. 예술가는 `半出家人'이라서 고행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대구사범학교 심상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미술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한계를 느껴 모교 서양화과에 입학했다는 그는 요즘도 그때 그 마음을 되새기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趙동문은 "신라 명필 金 生이 80의 나이에 초심으로 돌아가 마침내 神品第一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기며 겸손히 세상과 독대"하고 있다며 끝으로 서예란 무엇이냐는 기자의 우문에 현묘한 시로 답했다.  `서예는 接의 예술이다. 붓끝이 지면에 닿을 때 그 접촉의 무한한 생명력을 느껴라. 사랑하는 사람과 입맞춤을 한다고 생각하라. 붓이 지나가는 일점 일획마다 빛이 나고 산들바람이 불고 불멸의 꽃이 필 것이다'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