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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호 2015년 6월] 뉴스 모교소식

“신양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신양문화재단 정석규 명예이사장 별세…모교에 4백51억 기부 나눔 정신 남겨


20여 년 넘게 모교에 나눔을 실천한 신양문화재단 정석규(화학공학48­-52) 명예이사장이 지난 5월 21일 향년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87년 1천만원의 첫 기부를 시작으로 모교에 총 4백51억원을 기부한 정 명예이사장은 평생 근검절약하며 모은 돈을 후학 양성과 모교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출연했다. 공대·인문대·사회대에 각각 신양학술정보관을 건립했으며, 본회 특지장학금과 각종 교육·연구 기금 조성을 통해 모교 학생 8백20명에게 25억6천2백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근래에는 몇 년 동안 후두암과 위암으로 투병하며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학술정보관 건립을 열성적으로 추진하며 평생의 사업인 장학 사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돈은 분뇨 같아 한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밭에 고루 뿌리면 풍성하게 수확한다”는 것이 정 명예이사장의 신조였다.


학술정보관을 짓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2005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99년 미주동창회 평의원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하버드대에만 약 1백개의 도서관이 있고 상당수가 동문 기부금으로 건립됐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며 “사회가 대학에 관심을 갖고 재투자해야 대학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명예이사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며 학내에서는 평소 존경과 애정을 담아 부르던 ‘신양 할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모교 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는 물론 5월 22일과 23일 학내 세 곳의 신양학술정보관에 마련된 분향소에 많은 모교 교수와 재학생, 졸업생들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김도연 前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모교 재료공학부 교수 재직 시절 인연을 맺은 정 명예이사장에 대해 “중국집엘 가도 짜장면과 우동만 먹으면서 남는 음식은 플라스틱 통에 싸가셨다. 그렇게 모은 돈을 아낌없이 기부하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2010년 재학생 3백여 명과 함께 ‘신양 할아버지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한 문주용(화학생물공학04­-08) 동문도 고인의 낡은 양복과 구두 등 거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검소했던 모습과 무한한 후학 사랑을 떠올렸다. 당시 이벤트에서 재학생들은 ‘신양 할아버지의 나눔의 뜻을 함께 하자’며 자발적으로 1천만원을 모아 기부를 실천하기도 했다.




모교 재학생들은 지난 2010년 ‘신양 할아버지를 위한 이벤트’를 마련해 정석규 명예이사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 명예이사장은 무역상 선원으로서 일본을 오가며 터득한 기술로 1967년 태성고무화학을 설립하고 산업용 고무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기업 성장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이들에게 보답할 길을 찾다가 1998년 신양문화재단을 설립, 모교 재학생, 중·고등학생, 고무학회 등을 포함한 각종 학술단체 육성 및 장학사업을 펼쳐왔다.


1972년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 1981년 대한민국 동탑 산업훈장, 2000년 본회 관악대상(협력 부문), 2005년 모교 자랑스러운 공대 동문상, 2005년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2008년 모교 발전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