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21호 2004년 12월] 기고 감상평

경쟁의 기피는 쇠망의 길

朴 衡 圭(57년 文理大卒) 대한민국 헌정회 이사
 지금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분야에서 중병을 앓고 있다. 그중 하나로 교육계뿐 아니라 일반사회 전반에까지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대학입시에 따른 심각한 갈등을 들 수 있다.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는 대학입시에 따른 문제는 서울의 유수한 대학들이 각기 자기들 나름대로 고등학교의 학교차를 인정하고 고교별 등급을 정해서 특정 고등학교 출신자들에게 가산점을 주어 입시전형을 했다는 소위 `고교등급제' 실시를 둘러싼 갈등이다.  각 대학은 아래의 두 가지 이유로 `고교등급제'라는 보조기준을 동원하게 됐다. 첫째 각 고등학교의 실력이 평준화돼 있지 않고 학교별로 실력차가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고교의 실력이 평준화돼 있다는 전제로 입학생을 선발하라는데 모순이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각 고교의 내신 자체가 성적 부풀리기의 인상이
짙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 입증자료가 제시됨으로써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고교는 그 입학에서부터 교육내용과 활동은 물론, 교육성과나 평가도 모두 평준화돼 있다는 전제 아래 각 대학은 고교의 내신에 의해 입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함으로써 대학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시란 무엇인가? 그것은 각 대학이 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경쟁의 작용이다. 다른 대학보다 우수한 학생, 입학 지원자 중에서 가급적이면 보다 우수한 지원자를 입학시키려는 활동이 바로 입학생의 전형이며 선발이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장차 우리 나라의 동량(棟梁)이 될 엘리트 인재를 양성하는 산실이요, 세계적 두뇌를 계발해서 우리 나라의 국제적 경쟁력을 신장시켜 나가는 두뇌 계발의 공장이요, 도장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대로 내신만으로는 올바른 인재의 선발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 과연 대학에서는 어떻게 입학생을 선발할 수 있겠는가? 내신제의 경우 성적 부풀리기, 교사 매수 등의 비교육적 비리가 유발될 소지가 많아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우려가 없지 않다. 그럴 바에는 정정당당하게 대학별 본고사를 통한 입시제도가 훨씬 더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능고사든 학력고사든 전국적으로 동일한 시험문제를 가지고 시험을 치러서 그 평점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또 대학 입학생의 선발은 원칙적으로 각 대학의 고유한 권한으로써 교육행정 당국이 그 선발의 방법까지 간섭하는 것은 너무나 지나친 행정간섭이다. 그것은 각 대학에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주어 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무시험 평준화는 일종의 교육적 사회주의이다. 지금 세계는 치열한 두뇌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는 왜 우수한 두뇌 계발을 촉진시킬 수 있는 경쟁적 시험제도를 기피하고 만인을 우민화(愚民化)하는 교육 평준화의 길을 걸으려 하는가? 적어도 국가적 영재를 길러야 하는 대학만은 학생들에게 치열한 자유경쟁의 동기와 훈련을 과하는 것이 우리 나라 대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길이다.  개방적인 자유경쟁은 모든 생명체의 피할 수 없는 생존경쟁의 원리요, 만고(萬古)의 진리이다. 그것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발전과 향상으로 통하는 관문이다.